<김종욱 찾기>라는 십 수년 전에 상영한 영화가 있다. 수년 전에 인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을 찾기 위해서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를 하는 내용의 영화인데, 2000년 초반 동명의 국내 유명 창작 뮤지컬이 처음으로 영화화되기도 했고 공유, 임수정 같은 유명 배우가 나와서 관심을 많이 끌었던 영화였다.
영화의 내용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고 우리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추억이나 옛 기억을 찾는 것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수많은 감성과 감정이 있던 어린 시절에 다녔던 길, 그곳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새로운 직장이나 학교에 들어가 초심의 시절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 열정으로 전환해 보기도 하면서 예전의 감정이나 느낌으로 지금의 나를 다시 다스려보기도 한다.
불과 엊그제 오랜 공백기를 끝내고 새로운 직장에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비록 계약직의 짧은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그 경험과 경력으로 다시 도전하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인수인계해 주는 선임자와 여러 가지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또 같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공통점도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오후 6시가 지나면서 첫 출근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퇴근을 하였다. 집까지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전후의 이동거리라 큰 불편은 없었는데, 지하철을 타면서 오한과 같은 추위가 느껴지더니 급기야 집에 도착하자 감기 몸살처럼 발열과 뼈마디가 쑤시는 등 몸을 움직이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출근 첫날의 긴장으로 인해 몸이 경직되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고민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내가 코로나 검사를 한 번 해 보자고 해서 집 앞 편의점에서 사 온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 보니 선명한 '두 줄'이 나오고야 말았다.
'아~'
출근 첫날, 근로계약서도 내일 본부장님과의 면담시간에 작성하기로 하기로 하는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의 새로운 직장 생활에서의 상담사 업무는 개점휴업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최근 성경 일독의 진도 범위가 욥기로 새롭게 시작되었다. 욥기는 성경 중에서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은 욥의 일생을 기록하면서 그의 신앙을 비추는 성경이다. 다른 성경이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권선징악의 모습이 있다면 욥에서는 하나님의 허락하심으로 사탄이 생명을 제외한 모든 고난과 고통을 욥에게 안겨주면서 그의 신앙을 시험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착하고 믿음 좋은 욥이 받는 고난을 보면서 왜 하나님은 그의 신실한 종에게 그런 고통을 허락하셨을까 읽으면서도 괴로움이 느껴지는 성경의 내용인데, 그런 것을 통해서 수 천년이 지난 지금의 시대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신앙적으로 늘 말씀을 순종하며 살려고 했고, 세상적으로도 선하게 살려고 애쓰고, 이전 직장에서도 일을 못해서가 아니고 일을 열심으로 하다가 결국 몸에 문제가 생겨서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고 이후로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 묵묵히 재활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가지고 있던 자격증으로 인해 퇴직한 지 5개월 만에 얻는 직장이 생겼고 처음에는 단기 계약직이지만 앞으로 경력을 쌓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경력자 구하는 곳이 종종 나오는 업무라 상당히 기대하게 되었다. 지난 5개월 동안 열심히 운동하여 몸을 만들고 코로나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었기에 큰 걱정 없이 업무 시작을 해 왔다. 주변 지인들이 '열심히 기도해서 응답을 주시나 보다'하며 축하해 준 것도 큰 힘이 되었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직장의 첫날 저녁, 코로나 키트에 나온 두 줄의 선명한 선은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었고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왜? 무엇 때문에'라는 생각이 강하게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로나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발견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하나님께서 벌을 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을 갖게 되는 감정이 계속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때 그 순간 하나님은 앞서 언급한 '김종욱 찾기'처럼 나도 모르게 느꼈던 '은혜의 첫사랑을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그때부터는 절망감이나 자괴감보다는 모든 순간에서 은혜 찾는 것을 시작했다. 우선 늦은 저녁이지만 코로나 발병된 상황을 직장 상사와 동료 여러분에게 알렸다. 첫날에 이런 상황까지 오고 나니 사실 연락하기 조차 민망했는데 연락받은 분들 모두 건강을 먼저 걱정해 주었다. 그리고 당황하지말고 내일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했다.
다음날 오전 병원에서 양성 확진을 받고 보건소 문자를 받아 전달하였더니 다시 걱정해 주는 문자와 전화로 소통을 해 주었다. 힘들고 어려운 와중인데도 신입의 건강을 먼저 걱정해 줘서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직장 동료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신의 일 보다 동료를 먼저 배려해 주는 분들인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 전날 출근할 때의 기도제목이 생각났다. 직장에서 '만남의 축복'을 허락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기도제목이 만남을 통해서 내가 잘되게 해 달라는 축복이 아닌 나로 인해 상대방이 행복해질 수 있는 만남의 축복을 기도했던 것인데, 그 역시도 하나님의 방법으로 응답을 해 주신 것이다.
앞서 아내가 먼저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어서 가족 모두 당황하지 않고 자가 격리와 방법들을 차근차근히 준비할 수 있었다. 이것 역시 감사했다.
"이것도 복 이리라."
나의 고난이 그냥 온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이것을 통해서 주변을 보게 되고 감사를 알게 되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떤 상황과 순간에도 '은혜를 찾아보라'라고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