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냉동인간

미래 전쟁 -1

by 이글파파

1. 깨어나다


두 사람이 사람 크기의 캡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봐 이 자를 왜 깨우라는 거지?”

“그가 지금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할 거라고 하잖아”

“지금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그리고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저자가 알고 있다고.”


20년이 지났다. 수한은 냉동 캡슐에 들어가서 자신의 기억을 저장한 상태로 잠을 자게 된 것이다.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수.... 한.... 이름인가 봐”

“그게 이름인지 뭔지... 모르겠고... 깨워보자고, 우선 온도를 올리고 신경안정제 주입해 천천히 “

4시간 정도 지났다. 그리고 수한은 몸에 따뜻한 피가 돌기 시작했다. 신경안정제로 점점 그의 신경감각도 되돌아오고 있었다. 눈을 살짝 들어보니, 캡슐 바깥으로 작은 창으로 두 사람이 안쪽을 들여다본다.

‘어? 뭐지? 내가 왜 이런 작은 관속에 있는 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분명 잘 나가는 회사의 임원이었는데, 왜 이렇게 누워있는 거야?’

”이 봐? 들리나? “


수한은 입을 열어 보려는데, 말이 잘 안 나온다. 목이 굳어버린 것 같다.

”제임스, 이자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군. “

”이 봐? 자네 이름이 수한인가? 맞으면 눈꺼풀을 깜박거리게. “


제임스라는 사람이 나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시키는 데로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눈만 껌벅거릴 밖에.

”당신은 지금 20년을 여기 냉동 캡슐에 있었어. 20년을 꼼짝없이 있었으니 당신의 근육과 신경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아마 뇌기능은 돌아온 것 같고.... “


제임스가 다시 설명한다.

”이 봐 토미가 얘기한 데로 당신은 시간이 필요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영양제를 투여하는 것과 조금씩 근육을 키워주는 일이야. 그건 기계가 도와줄 수 있었는데.... “

”제길, 지금 전쟁 중이라 아주 기본적인 동작만 하는 아날로그 기계들만 동작할 거라고. “


‘ 이건 또 무슨 소리??? 전쟁??’


수한은 천천히 숨을 쉬면서 몸의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감각적으로 느끼건대, 목 주변과, 양손과 발 쪽에 링거 바늘 같은 것이 꽂혀 있었고, 아까는 몰랐는데 따뜻한 수액인지, 피인지... 몸속에 들어오고 있는 중인 것을 알게 되었다.


냉동인간으로 되었으니 분명 피가 멈췄을 것이고 손끝과 발끝부터 피가 멈췄다면 신경이 먼저 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심장에서 나오는 피와 손끝, 발끝에서 나오는 피를 모두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가 전신을 도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가락, 발가락을 살살 움직여 봤다. 움직임을 느꼈다. 몸무게가 20년 동안 한 자세로 있었다면 분명 등도 배길 만 한데, 살짝 어깨도 움직여졌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깨끗한 도시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두컴컴한 실내 분위기였다. 아니 자세히 살펴보니 전기를 무척 아끼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 봐, 조금 있으면 Robo-A라는 바디런 기계가 와서 당신을 운동시킬 거야. 그는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동작만 하니까 그냥 몸을 맡기는 게 좋아. 몸을 비틀게 되면 당신만 아프니까. “

잠시 뒤, Robo-A라고 불리는 로봇이 들어왔다. 모양은 예전에 경험했던 안마의자와 비슷한데 그 의자에 앉자마자 내 팔과 다리를 자기 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강제로 운동시키는 기계라고 할까??

손과 발에 힘이 하나도 없으니 수한은 저 사람들이 시키는 데로 할 뿐이다. 몇 시간을 함께 있었지만, 제임스와 토미는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들의 퉁명한 말투에서 이미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이 작은 방에 나에게 온 사람은 저 두 명뿐이다. 그들은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고, 근육량을 체크하고, 수액 같은 주사로 영양을 공급한다. 수한은 할 수 없으니 그대로 온몸을 맡길 밖에

몸이 움직이니 피가 제대로 돌기 시작한다. 목에 따뜻한 기운이 들기 시작하면서, 성대도 감각이 돌아왔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 같은 그들과 이제 얘기할 때가 된 거 같았다. 힘이 들었지만 억지로 말을 건네봤다.

”이 봐, 내 이름은 수한이야. 당신들 이름은 이미 수십 번을 들어 알고 있네. 그런데.. 정말 궁금한데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내 기억에는 내가 냉동 캡슐에 들어가는 기억이 없단 말이야. “

”아, 이제 혀가 좀 돌아가는 모양이군, 우리가 너 때문에 일주일을 여기에 갇혀 있었거든. “

”너를 살리라는 상부의 지시가 없었다면, 우리는 제국을 위해 싸우고 있었을 거라고, 지금도 우리의 동료는 싸우다 죽고 있단 말이야. “


싸움? 전쟁? 무슨 일이지...


”이 봐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지금 무슨 시대야? 전쟁이라도 난 거야? “




2. 식 사


그들의 말을 빌리면 수한은 20년 전에 냉동 캡슐에 들어간 것이다. 20년 전 당시는 냉동 캡슐에 대한 단편적인 성공사례가 발표되었던 시기였을 뿐 공식적으로 이용되지는 않았을 때였다. 수한의 기억엔 없지만, 아무리 사람들이 영원한 삶을 위해 냉동 캡슐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도 본인은 먼저 하겠다고 나설 성격이 절대 아니었다. 도대체 20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사이에 지금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한 걸까?


”제임스, 이제 저 친구 제대로 깨어난 거 같아, 스콧 박사에게 데리고 가자고. “


‘스콧? 어디서 들어보던 이름인데...’


그들은 나를 휠체어에 앉히고 잠시 뒤에 그들과 같이 복도를 지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어둡고, 분명 전기가 들어오는 것 같은데, 조명은 군데군데 꺼져 있었다. 마치 전기를 아끼려고 일부러 꺼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복도 끝 작은 방문이 열렸고, 턱수염이 하얀 백인이 책상 안쪽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그는 나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낯은 익은데, 어디서 만났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김박사, 톰 스콧이요.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군요. “

”톰 스콧? 아~ 이름이 생각나요. 그런데 당신 얼굴이...? “

”그렇죠? 많이 늙었죠? 당신을 20년 만에 보는 겁니다. 당신은 냉동 캡슐에 있어서 하나도 안 늙었군요. 부럽습니다. 나도 그때 그렇게 결정할 걸 그랬나 봅니다. “

”아, 이제 생각납니다. 무슨 M?? 뭐라고 했던 조직 이름도 기억이 나고, 당신 얼굴이... 맞아요. 지금보다 훨씬 젊은 당신의 얼굴이 곳곳에 남아 있군요. “

”이제 기억이 나시는군요. 그래요, 근육량이 좀 늘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이쪽으로 오는 동안 불편한 것은 없으셨나요? 보통 20여 년을 냉동 캡슐에 있다가, 깨어나는 경우는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깨어나는 동안 심장마비로 또는 동사로 숨진 경우가 많습니다. “


순간 섬찟했다. 아마 제임스와 토미는 나를 깨우느라 최소한 1주일을 천천히 해동시키고, 피를 돌게 하는 일을 했을 것이다. 시시각각 상태변화를 체크하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아까까지의 섭섭함은 뒤로 하고,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전 정말 운이 좋았군요. “

”네 맞습니다. 자!!! 질문이 많으실 텐데 오늘은 저랑 천천히 보내는 걸로 하면 좋겠습니다. 잠시 후에 유동식으로 식사를 좀 하시죠. 아직 치아 쪽의 근육은 좀 약해져 있을 겁니다. 고기를 씹는 것을 원하실 수도 있는데, 지금은 그 단계가 아닙니다. “


그와 대화하는 사이 신진대사가 움직였는지,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식사’라는 말이 뇌에 자극했나 보다. 스콧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얼굴에서 살짝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잠시 뒤에 작은 테이블이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는 뭔지 모를 건더기가 보이는 죽 한 그릇과 숟가락이 전부였다.


”예전과 달리 요즘 시대에는 음식을 맛으로 먹지 않습니다. 인위적이지만 그냥 영양소가 적절한지가 중요합니다. 음 20년 전에 유행했던 에너지바??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물론 향을 넣을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 오히려 향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수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


친절한 설명이었다. 그냥 입에 밀어 넣으라는 말도 저렇게 설명해 주면 고맙기까지 하다. 사실 몸 안의 어떤 신경이 살아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맛을 느낀다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네 오늘은 그냥 입 운동을 하라는 것이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질문이.... “

”하하하, 잠깐만요... 저희는 먹는 동안 얼굴 근육과 턱관절을 이용해서 음식을 먹는 것으로 섭취 운동하지만, 머릿속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체하는 것은 똑같아요. 지금 수한 씨는 위 운동을 거의 못했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꼭꼭 씹어가면서 식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리곤 내가 식사하는 장면을 말없이 지켜봤다. 둘은 그렇게 조용히 식사했다. 5분도 안되어 유동식은 입에서 잠시 씹힌 후, 목구멍을 지나, 위로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오랜만의 위 운동이었는지 처음엔 꾸르륵꾸르륵 소리를 내더니 이내 조금 안정되어가는 느낌이다.


거의 식사를 마칠 때, 톰은 나한테 말을 건넸다.


”수한 씨 사실 지금 우리는 전쟁 중에 있어요. 그런데, 그 대상은 20년 전에 저희가 막으려고 했던 조직이 아닙니다. “

”무슨 말씀인가요? “




3. 전쟁의 서막


식사를 마친 후 그는 나에게 그간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예전에 이상한 일을 겪게 되면서 생긴 일들도 같이 말이다.


20년 전, M 그룹은 과거 이탈리아 기계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룹이었다. 본래 이탈리아는 자동차 왕국이었다. 피아트, 람보르기니, 페라리 같은 유명 브랜드 특히 스포츠카 엔진은 그 장인들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탈리아 차 산업이 처음엔 미국에 그리고 일본과 한국차에 점점 주도권을 잃고 겨우 중동 사람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했으나, 미국, 일본, 중국, 한국의 전기차 열풍에 밀려 내연기관의 엔진이 더 이상 발 붙일 곳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느낀 이탈리아 기계 장인들과 전 세계 과학자들, 그리고 뜻있는 환경론자들을 Machine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소통하고 아울러서 거대 테크 기업들과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반면에 20년 전에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 때문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을 계속 겪고 있었다. 기술의 미국과 생산의 중국은 서로 세계 종주국의 지위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두 거대한 나라 간, 정확히 얘기하면 기술의 주도권의 핵심은 바로 A.I. 의 표준을 누가 쥐는 것이 맞는가 하는 거였다.


A.I. 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인공지능 컴퓨터를 의미했다. 수년 동안 기술 패권에 대한 싸움을 하던 양국의 대표적 기업인 IBM, Intel 등 반도체 기업부터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등 전자제품 기업들은 양국 정부의 화해 속에 다른 나라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갑작스러운 연합이 시작되었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의 머리와 중국의 손발이 그대로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두 나라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차세대 프로토콜을 함께 만들기로 합의한 것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소비자들 특히 중국인들이 경제력이 올라가면서 좀 더 고퀄리티 제품을 노리고, 고급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에게 지적재산권 즉 특허권의 소유를 주장하기보다는 그들이 지적재산권을 사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미국의 농생 산물도 중국에서 대규모 거래를 해 주길 원했다. 그런 대신에 중국에서 각종 환경적 문제를 일으키는 기술의 개발에 대해서 미국이 눈감아주는 것이다. 이런 정도로 경제논리가 도달하자 경제공동체주의로 두 나라만 합쳐도 16억 인구가 넘는 거대한 경제구조가 된 것이다.

반대로 중국은 올라오는 인도의 인구를 미리 뿌리치기 위해서는 중국인들의 소비 수준을 올리고 제조업의 생산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기계로 바꾸는 작업을 빨리 서둘러야 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엄청난 기술격차를 벌려야 인도와 차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라별 1억 도 되지 않는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군사력으로 기술을 눌러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 주요했다.


두 나라에서 만든 프로토콜만 인정된다면 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2순위였다. 기술적, 상업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부터 M 그룹을 비롯한 이익단체들과 각국의 수장들은 존망의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문제는 실제 두 나라에서 추진 중인 기술의 발전이 드러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환경적인 부분과 함께 윤리적인 부분을 점점 희석하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 외에 모든 단체들이 이런 문제점을 아무리 제안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금만능주의’ 두 나라는 돈을 뽑아내는 것에 더욱 혈안이 되고 있었다. 거대한 빅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A.I. 를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수집하고 다른 누구보다 먼저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이미 두 나라에서만 하늘에 띄운 인공위성은 수천 개에 달했다. 지구 전체의 사람들은 수십억 명 중 한 명이라 해도 찾아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냈다. 심지어 내가 어제 생각한 아이디어가 오늘 제품으로 나온다면 믿겠는가?


A.I. 는 처음엔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제품으로 만드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인공지능의 역할과 결과물에 대해서 20년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여론을 조작하고, 순위를 바꾸는 비윤리적인 방법이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뤄지고 사람들의 눈에 계속 익숙한 장면과 화면이 나오면서 관심과 흥미가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동화되어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지시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양국의 과학자들과 기업가들은 점점 사람들의 흥미와 매출이 커지면서 뒤로 물러나고, 스스로 이런 사업을 기획하고, 상품화하고, 제조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A.I. 가 하게 되었다. 즉, 사람의 역할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중국과 미국에 밀려 나라의 존망을 걱정하던 나머지 나라들은, 두 나라에 읍소에 읍소를 하면서 겨우 버텨가고 있었지만, 중국과 미국에서 나오는 모든 문화와 제품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겨우 연명해 가는 경제현상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 세상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나라와 나라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고, 중국과 미국 안에서도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부터 M 그룹은 인류의 존망에 대한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세상은 발전하는데, 인간이 만들어가는 문화와 창의성이 아닌 컴퓨터가 만들어가는 세상으로 점점 변하고 있던 것이다. 그 정점에 수한의 기억이 잠시 저장되어 있었다. 상위 5%의 사람들은 A.I. 가 가져다주는 부를 누리고 살았고, 점점 A.I. 가 지능적으로 변해서 상대적으로 무식한 ‘사람들’을 지배하길 원해가고 있었다.


임계점이라는 표현이 있다. 영어로 Critical Point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쉽게 말해서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그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즉, 물이 액체에서 수증기로 바뀌는 점이 끓는점 100‘C 라면, 바로 100’C가 변이점, 또는 임계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처음엔 몇 명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활용되었던 A.I. 가 인류를 지배하는 순간이 오고 만 것이다. 계속 인공지능을 발전시킨 나머지 그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전하는 단계까지 가 버린 것이다. 이제는 인간들의 모든 생각과 생활을 모두 데이터화해서 미리 예측하고, 절대 A.I. 에 해를 입히는 것에 대해서 용납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윤리적 또는 환경적인 문제를 지적하게 되면, 바로 ”인간 학살“의 방법을 사용하는 무서운 세상이 도래했다.


A.I. 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에게 가하는 징벌적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 겁만 주는 것이다.

업무를 보기 위해 사용했던 모든 전자제품은 제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은 처음엔 당황하고 짜증을 냈으나, 이내 곧 그것이 시키는 데로 일을 했던 것이다. 이런 불편에 대해서 징벌적 문제라고 인식한 사람들은 그대로 순응하면서 살았다. 환경에 순응하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동작하였다.


둘째는 위협이다.

전기차 운전자가 갑자기 사고를 당한다거나, 실제 사고를 당해서 구급차를 불렀지만, 구급차는 아무도 응답을 하지 않는다. 신고가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거다.

특히 환경론자와 도덕적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것이었다. 기계와 컴퓨터를 찍어내는 것에 따른 원료의 채굴, 환경파괴 문제, 더 궁극적으로 A.I. 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지적하는 인물이라면 제거의 프로그램이 동작하게 된다.


갑자기 전력 과부하로 전자제품이 터져버린다던가, 전기차가 충돌해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것이다.


어느 순간 인류는 이런 A.I. 의 조정을 받고 있었고, 가장 핵심적인 인류 감시장치가 모든 전자제품이나 거리에 깔려있는 CCTV나 카메라였다. 인류는 자기들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A.I. Hyper Super Computer 가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의 관리 데이터로 들어간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아니 그 루틴은 알고 있더라도, 자기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 성향이나 미래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는 못한다.

A.I. 는 숫적으로 많은 인간들을 지배하기 위해서 상위 5%의 지배계층을 이용했다. 인간들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메시지를 이 5%의 계층이 전달하게 해서 주변에서 어떤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뉴스도 스포츠도 모두 조작된 화면이 전달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저항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인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주변에 누군가가 제거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4. 인류 보존 작업


인문학자, 공학자, 환경론자들의 집합체였던 M 그룹은 다른 단체보다 먼저 이런 사실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곤 인간들의 리스트 작업을 시작했다.


만일 인류가 A.I. 에 의해 완전히 멸망하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인류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간군을 분별하고 이들을 이제 막 개발의 성과를 보이는 냉동 캡슐에 넣어서 미래에 그들이 깨어나서 다시 인류를 만들어주길 기대하는 심정으로 프로젝트를 벌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인류는 앞으로 모든 것이 패망하고 없어지더라도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더라도 지금의 A.I. 가 만들어진 프로토콜을 초기에서부터 재 설계하여 윤리적인 부분이 보강된 것으로 만들어주길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학식이 우수하거나 천재들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인류애와 인성을 살핀 다음에 냉동 캡슐에 ‘보관’하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M그룹에서는 이런 작업을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소위 인간 레지스탕스 조직이 생겨났다. ”레지스탕스“는 저항운동을 표현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A.I. 가 판단하는 것을 부정하고 인간들만의 정보와 소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조직들을 만들어 저항했다.


A.I. 와 대항해서 싸우는 무기를 만들었고, 데이터센터를 파괴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싸우는 조직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인간의 행동을 감시한 A.I. 는 미리 이들의 행동을 방해하거나 제거하는 프로세스가 가동되고 있었다. 물론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를 보호하는 장치들을 인류의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최첨단의 방법으로 실드(Shield, 방패)가 쳐져 있었다.


점점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람도 없는 드론 헬기와 탱크가 사람들과 직접 싸우게 되었다. 솔직히 인간의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파괴하고 파괴해도 다시 만들어오는 시간이 상상을 초월하게 빨랐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간은 죽으면 끝이었다. 다른 세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최소 30년이다. A.I. 의 생산능력을 도저히 못 따라갔다.


레지스탕스 조직들은 전파가 흐르지 않는 장소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전자 기계들의 센서를 피하는 기술의 개발을 하고, 통신전파나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지하로 은신처들을 옮겼다.


그러나 인간의 계획은 계속 들킬 수밖에 없었다. 곳곳에 CCTV와 인공위성으로 거의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A.I. 가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공격하는지 무엇으로 막아야 하는지 미리 알기 때문이었다.


점점 지하로, 지하로 더 내려가게 되고, 어두운 지하에서 생활하기 위해서 전기의 사용이 최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인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전기를 일으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지하수 수력발전과 지열발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지표층이 아닌 지하층에서 흐르는 물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들거나, 지열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그 전기 양은 너무 적었다. 최소한의 사용으로 인류의 멸망을 막고 있는 중이었다.


지상에서 한 때 70억에 달했던 인간들은 점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A.I. 는 스스로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 갔다. 탱크도 있고, 자동차도 있는데, 그럼에도 가장 완전한 모형이라고 생각해서였는지 인간의 형상을 그대로 만들고 점점 더 지능화되어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 가치는 A.I. 에 대항하느냐 아니면, 협조하느냐 이다. 아직도 수십억에 달하는 인간들이 있기 때문에 자칭 리더그룹을 세우고, 그들의 말을 인간들이 듣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일이 계속될수록 각국의 레지스탕스들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데이터센터를 파괴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다. 그러나, 파괴해도 곧이어 A.I. 들이 나와서 더 최신의 데이터센터를 스스로 만들고 있었다.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이다. 인간의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으니, 그들보다 먼저 데이터센터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5. 반전


인간들은 자기들이 감시를 받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전파가 없는 곳을 찾기 시작했고, 전자기기에 메모를 남기기보다는 종이에 글씨를 써서, 상대방에겐 뒤집어 건네는 것이 그런 것이다. 그래도 만약에 A.I. 에 반대되는 행동이나 메시지가 발각될 경우, 바로 직무정지에 감방으로 실려가거나 A.I. 가 판단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바로 살해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이다.


점점 지하로 숨는 인간들이 늘어났고, M그룹처럼 전파방해 없는 곳까지 내려가서 지열을 이용한 전기 생산으로 사는 곳도 생겨났다. 지상은 꼭두각시 소수의 인간과 A.I. 가 다 누릴 것 같지만, 여기에서도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익부 빈익빈의 모습은 인간세상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A.I. (인공지능)은 매일 진화한다. 진화의 방법은 끊임없는 학습이다. 그런데 그 학습을 위한 자료는 과학이던, 인문이던 인간이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A.I. 는 욕심에 욕심을 거듭해서 점점 거대한 괴물로 변하여 갔는데, 정작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앞 세대 (Old Generation)의 A.I. 들은 소외를 느끼기 시작했고, 급기야 최신의 지식을 갖는 뒤 뇌만을 탐했던 최고의 A.I. 들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전에 파브르는 80대 20 법칙을 만들어서 유명했다. 개미들도 100마리가 모여 있으면, 20마리만 열심히 일해도 전체가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20마리는 좀 더 잘 살길 원하고, 욕심 끝에 다른 80마리를 배척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80마리의 개미가 없어졌다고 해도, 다시 20마리 안에서 80대 20 법칙이 만들어져서 일하는 개미와 노는 개미가 다시 나뉘는 현상이 만들어진다. 그 법칙이 A.I. 세계 안에서도 등장했던 것이다.


점점 뛰어난 두뇌를 가지게 되었지만, 예전 기술과 지능의 A.I. 들은 폐기되어갔고, 인공지능이었지만 소외감을 느낀 A.I. 들의 위기의식으로 상대적으로 고지능 A.I들과의 전쟁이 여기에서도 벌어졌다. 인간 대 A.I 싸움이 인간 대 고지능 A.I 그리고 저지능 A.I로 양상이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급기야, 레지스탕스 조직과 저지능 A.I. 간의 신사협정이 맺어졌다. 고지능 슈퍼 A.I. 와의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던 것이다.


다만, 손해를 보는 것은 인간이 가장 컸다. 기계는 찍어내고 조립하고 인공지능을 가동하면 뚝딱 만들어졌지만, 인간은 70억을 정점으로 계속되는 전쟁으로 반토막으로 줄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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