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초입, 아들의 졸업식장에 서 있다.
마지막 교복을 입은 아들의 어깨가 어느덧 그녀의 키를 훌쩍 넘겼다. 이제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성인이 된 아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올해는 아들이 스무 살이 되는 해이자, 그녀가 공직에 몸담은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아들이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학생으로 성장하는 동안, 그녀의 20년도 오롯이 일터와 가정을 오가는 책임감의 세월로 채워졌다.
흔히들 자식이 성인이 되면 섭섭하다고들 하지만, 솔직한 그녀의 심정은 '홀가분함'에 더 가깝다. 이 홀가분함은 자식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가 아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지고 있던 '무한 책임'이라는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이제는 한 인간 대 인간으로 아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아프고 휘청였던 순간에도 지탱하게 했던 건 역설적으로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의 냉정한 생리 속에서도 20년을 버틴 동력 가족이었다.
이제 그 긴 숙제를 하나 끝낸 기분이다.
아들의 앞날이 꽃길일지, 자갈길일지 알지 못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제 아들은 자신의 발로 그 길을 걸을 것이고, 그녀 또한 '누구의 부모'나 '어느 부서의 누구'가 아닌 '그녀 자신'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직 생활 20년은 그녀에게 단단한 굳은살을 남겼다. 그 굳은살 덕분에 그녀는 이제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아들도 이제 자신만의 굳은살을 만들어가며 어른의 세계로 진입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20살이 된 아들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20년의 경력을 쌓은 그녀는 노련한 여유로 2026년을 맞이한다.
졸업식장을 나오며 아들의 어깨를 툭 쳤다. 별다른 긴 말은 필요 없었다.
"고생했다, 아들아."
이제 우리는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는 가장 든든한 동료이자, 각자의 인생을 항해하는 독립된 선장이 되어 2026년이라는 푸른 바다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