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그녀를 괴롭혔던 과장이 다른 부서로 떠났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악수를 하고, "가서도 건강하시라"는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었다. 입술 끝에 매달린 미소는 가벼웠지만, 그녀의 마음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과장이 떠난 빈자리를 보며 깨닫는다. 과장이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이유는 그녀가 일을 못 해서도, 그녀가 나쁜 사람이어서도 아니었다. 단지 과장에게 그녀가 '공격해도 안전한 약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프기 전, 몸과 마음이 단단했을 때 그녀는 한 번도 이런 종류의 시선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강한 자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약한 자에게는 본능적으로 날을 세운다. '강약약강'. 이 단순하고도 비릿한 네 글자가 조직의 생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픔을 겪으며 조금 느려졌을 때, 방어벽이 얇아졌을 때, 조직은 기다렸다는 듯 그 틈을 파고들었다. 동료애나 배려라는 단어는 서류 위에나 존재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누가 더 위인가'를 가리는 서열의 법칙뿐이었다.
억울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과장이 유독 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또한 그 비겁한 조직 생태계의 충실한 하수인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약자를 밟고 서야 자신의 위치가 공고해진다고 믿는 가여운 생존 본능 말이다.
그녀가 겪은 그 차가운 시선들은 역설적으로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회복의 시간을 버텨왔는지를 증명한다. 그녀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그 '강약약강'의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오늘까지 그 자리를 지켜냈다.
과장이 떠난 오늘, 그녀는 비로소 자신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건넨다.
"그 비겁한 시선들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줘서 고맙다."
조직의 생리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강약약강의 빌런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녀는 이미 사람의 밑바닥을 보았고, 그 비릿한 생태계에서도 존엄을 지키는 법을 배웠으니까.
과장의 뒷모습에 던진 의례적인 인사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괴롭힘의 시간을 뒤로하고, 한 단계 더 단단해진 채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를 위한 마침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