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검진을 다시 다녀온 날이었다.
의사는 늘 그렇듯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는 그 말을 온전히 듣지 못했다.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 문장만 유난히 또렷하게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가슴 한쪽이 묵직했다.
별일 아니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하루가 그냥 지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밤이 되자 피로가 몰려왔다.
집안일을 마치고,
미뤄두었던 서류 몇 장을 정리하다 보다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좁은 골목을 걷고 있었다.
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낡은 점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을 여는 순간, 짙은 향 냄새가 퍼졌다.
어둠 속에서 무당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팠지. 오래 버텼네.”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병원에서 들었던 말, 내가 숨겨온 불안, 밤마다 쌓여가는 서류와 책임…
그 모든 걸 한눈에 꿰뚫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믿지 않았다.
아니, 믿기 싫었다.
‘이건 사기야,
내 인생을 이렇게 쉽게 맞힐 수 있다고?'
이렇게 쉽게 들켜버리는 게 싫었다.
꿈속에서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점집 문을 나와 골목 바람을 맞았다.
그 순간 눈을 떴다.
방 안은 조용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마도 오늘의 검진 결과,
의사의 목소리,
집안일 속에 눌러두었던 피로와 불안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꿈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누구도 아닌
그녀가 먼저
아픔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