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은 서류를 뭉개고 있고, 그녀의 뇌는 비명을 지른다."
책상 위에 놓인 추가 공상 신청서. 그 안에는 뇌종양 수술 이후 81dB의 고도 난청 속에서도 19년을 버텨온 한 공무원의 처절한 기록이 담겨 있다. 그것은 단순한 호소가 아니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자신을 소음의 사지로 몰아넣었던 부적절한 인사이동,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져 내린 정신의 파편들을 법리적으로 엮어낸 그녀만의 생존 기록이었다.
그런데 인사팀은 일주일째 이 서류를 공단에 넘기지 않고 있다. 서류에 적힌 '조직의 과오'가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한 개인의 정당한 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그녀는 알고 있다. 인사팀의 침묵은 곧 그들이 느끼는 당혹감의 크기라는 것을.
20년과 7개월, 그 가혹한 저울질
앞으로 두 달 뒤면 근속 20년이다. 그리고 다섯 달 뒤면 그토록 기다려온 근속승진 대상자가 된다. 19년이라는 세월을 이명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걸어온 그녀에게, 승진은 단순한 직급의 상승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의 인정이기 이전에, '스스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자신의 삶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몸은 자꾸만 휘청인다. 요새 부쩍 심해진 어지럼증과 비틀거림. 이명 소리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뇌를 쑤신다. 억울해서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는 오기로 버티고 있지만, 그녀는 가끔 거울 속 자신에게 묻는다.
"나, 정말 앞으로의 7개월을 잘 버틸 수 있을까?"
다른 길을 걷는 자의 숙명
그녀는 그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적당히 타협하고 남의 등 뒤에 숨어 제 안위만 챙기는 팀장이나, 타인의 고통에 눈감은 동료들과는 궤도 자체가 다르다. 그녀는 지금 '셀프 소송'의 차가운 이성으로 자신의 권리를 직접 쟁취하고 있으며, 이 모든 지옥 같은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있다.
인사팀이 서류를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직접 꽂아 넣을 것이다. 이미 임대차 소송을 혼자 힘으로 승소로 이끌었던 저력이 그녀에겐 있다. 그녀는 타인이 써 내려가는 운명에 자신을 맡길 생각이 추호도 없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중이다
7개월. 누군가에게는 찰나일지 모르나, 그녀에게는 매 순간이 뇌의 폭발을 견뎌야 하는 전장이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억울함의 회복, 명예, 그리고 기록으로 보상받기 전까지는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오늘 밤, 비틀거리는 몸을 침대에 뉘며 그녀는 다짐한다.
내일의 이명은 오늘보다 조금 더 무심해지기를.
인사팀의 유약한 침묵이 결국 그녀의 승리를 증명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그리고 7개월 뒤, 승진 발령장과 공상 승인서를 양손에 쥐고 당당히 그 문을 나서기를.
그녀는 지금 낙오되는 것이 아니라, 생애 가장 위대한 완주를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