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김소월 시 '가는 길' 감상 및 해설

by 주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김소월의 시 ‘가는 길’에서의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일까?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어떤 상태이며 어디로 향해 가는 것일까? 1연에서는 시적 화자가 사랑하는 님과 이별하며 길을 떠나는 순간에 님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2연에서는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쉽게 길을 떠나지 못하는 애틋함을 노래한다. 떠나가는 시적 화자는 아마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다시 볼 수 없는 님을 향한 그리움에 쉽게 길을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시적 화자가 님을 다시 볼 수 없는 곳은 이 세상이 아닌 죽음 이후의 세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3연에서는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전통 신화 중 제주도의 《차사본풀이》에서는 까마귀가 강림도령의 부하로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를 물고 오는 새로 등장한다. 또 예산 지역에 전해오는 전설인 《접동새와 까마귀 전설》에서는 까마귀가 원한과 죽음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민족의 구전 문학에서 까마귀는 죽은 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새로 나타난다. 이 시에서도 3연에 등장한 까마귀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시적 화자를 저승으로 불러오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시적 화자를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이끌기 위해 나타난 까마귀들이 시적 화자에게 서산의 해가 지기 전에 길을 나설 것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4연에서는 시적 화자가 향하는 곳이 더욱 명확해진다. 강과 강물은 동양이나 서양 모든 신화에서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구분하는 경계의 의미를 지닌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존재한다는 강. 동서양을 불문하고 죽은 자의 세계와 산 자의 세계를 가른다는 강의 존재는 각지의 신화에서 전해져오고 있다. 흔히들 우리가 알고 있는 삼도천이나 황천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최고(最古)의 서정 가요로 알려진 《공무도하가》에서 강물은 이별과 죽음을 동시에 상징하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극대화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4연에서 시적 화자가 까마귀들에게 이끌려 가는 길에는 강물이 흐른다. 앞에도 뒤에도 흐르는 강물은 시적 화자가 더 이상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시적 화자는 자신의 죽음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뒤로하고 저 강을 건너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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