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어'

김소월 시 '못 잊어' 감상 및 해설

by 주노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끝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 사랑하지만 지금은 시적 화자와 함께 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사무치게 노래한 소월의 시다. 그렇다면 시적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과연 누구일까? 떠나간 연인일 수도,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자일 수도, 사고로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식일 수도, 늙고 병이 들어 돌아가신 부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젊은 청춘이 읽는다면 아마도 처음 떠올리는 그리움의 대상은 이별로 헤어진 연인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다시 만날 가능성을 가진 대상은 아닐 것이다. 화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는 볼 수 없는 대상, 죽는 날까지 평생을 살아도 다시 만날 수 없는 대상이 바로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일 것이다. 죽음으로 이별하여 살아있는 이 세상에서는 화자와 마주할 수 없는 대상이 이 시에서 그리워하는 대상일 것이다. 1연에서 화자의 어조는 이별에 대해 다소 담담한 태도이다. 그리움의 대상이 문득문득 생각이 날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가고 그렇게 저렇게 살아가다 보면 그 대상이 언젠가는 잊힐 것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2연에서는 1연과 같이 그럭저럭 살아가면 늘 못 잊어 그리워하는 중에 가끔 잊히는 때도 있을 거라고 말을 한다. 잊음이 더욱 힘들어질 거라고 화자는 말한다. 3연에서는 결국 그리움에 잊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다. 즉, 잊음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잊을 거라고, 잊을 수 있다고 담담하게 시작한 화자의 어조가 점점 더 잊음이 불가능함으로 점층 되고 있다. 이승우 작가의 단편 『마음의 부력』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상실감과 슬픔은 시간과 함께 묽어지지만 회한과 죄책감은 시간과 함께 더 진해진다는 사실을, 상실감과 슬픔은 특정 사건에 대한 자각적 반응이지만 회한과 죄책감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무자각적 반응이어서 통제하기가 훨씬 까다롭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다.” 이 시의 시적 화자가 느끼는 그리움은 단순한 공간적 분리에 의한 이별이 아니고 죽음으로 인해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은 대상의 상실에 따른 슬픔을 초월하여 더 짙어지는 회한과 자책감일 것이다. 못 잊어 생각이 날 때마다 화자의 폐부를 더 깊숙이 찔러 가슴에 사무치는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그리움이 어찌 잊힐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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