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 기행
우포늪은 거대한 생명의 시원(始原)
억겁(億劫)을 지켜낸 생명의 자리
태양빛을 머금어 반짝이는 물결
금빛 은빛 지느러미 뽐내는
잉어 붕어 피라미 송사리
물 위를 뒤덮은 형형색색 물풀들
우포늪의 봄은 자줏빛으로 발화(發花)한다
개구리알은 생명을 꿈틀거리고
개구리밥은 기지개를 켜고
검빨간 쇠물닭은 봄기운에 꾸벅꾸벅
여름 우포늪은 초록빛 융단
개구리밥 자라풀로 초록 융단은 짙어지고
판바우와 바우덕의 지극한 사랑은
보랏빛 짙은 가시연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봄을 만끽하고 여름을 지나며
태양의 황금빛은 대지에 쏟아지고
뿌리내린 생명들은 몸 전체로 머금는다
태양의 기운이 사위어가고 찬기운이 내려앉으면
그들은 한껏 품었던 황금빛을 세상에 터뜨린다
갈대와 물억새는 황금빛 춤을 추고
천년 잉어를 기다리는 물가의 왕버들은
가을의 끝자락 금빛 잎사귀로 천년 잉어를 유혹한다.
살얼음이 서린 늪은 철새들의 놀이터
큰고니 큰 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물고기들과 철새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거대한 생명의 시원을 바라보며
나는 늪과 사람의 터를 가른 길을 걸어간다
시원에서 스며 나온 생명의 물은
인간들의 터를 비옥하게 적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