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갈기 사자

by 주노

나는야 만년 김 과장

퇴직금과 대출금을 업고 사자로 거듭난다

가맹 본사의 장밋빛 전망은

MGM 사자의 황금 갈기를 달아준다

개업만 하면 고객이 줄을 설 것이고

황금 갈기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드디어 백수의 왕이 되어

이 구역을 호령할 꿈을 꾼다

아뿔싸

고객은 백수의 왕보다 더 높은 왕이다

고객이 내뱉는 불평과 갑질은

가슴속에 불씨가 되어 갈기로 옮겨 붙는다

갈기는 타들어가고 황금빛은 하루하루 바래간다

황금 갈기가 풍성해지고 직원들도 풍성해지는 꿈

그것은 한 여름밤의 꿈이었나

최저임금 인상에 직원은 줄어들고

그마저도 그만둘까 마음은 조마조마

듬성듬성 황금 갈기는 잿빛으로 빛바래간다

한집 건너 들어오는 정글의 맹수들은

나의 사냥감을 야금야금 빼앗는다

은빛 늑대가 들어오자

직원들과 겸상을 시작했고

얼룩무늬 표범이 들어오니

대출 원리금이 연체되고

직원들만 배를 채우게 됐다

어흥 어흥

어디선가 호랑이의 포효가 들린다

조만간 황금 갈기는 모두 빠져버리고

사자가 아닌 듯 사자가 되어

하이에나들의 눈빛을 피해 달아나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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