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남편은 내 임산부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경험하지 못해서, 마치 하늘에서 큰아들이 뚝! 떨어진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ㅡ
1989년 12월, 나는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 살을 절대 넘기지 않으리라! 그리고 1990년, 즉 숫자 90년대를 맞이하기 전에 결혼식을 꼭 해야겠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다.
견우와 직녀처럼 멀리 떨어져 살다가, 결혼식을 일주일 남겨두고 미국서 겨우 날아온 온 신랑 될 사람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다닥 결혼식!
나흘간의 제주도 신혼여행 후, 양가에 하루씩 인사드리고 그다음 하루는 짐을 싸고, 다음 날 12월 말일, 우리 부부는 미국으로 직행!
나는 겨울방학 기간 약 한 달간만 처음으로 미국에 체류하면서 남편 유학 생활 뒷바라지를 하려고 했고, 남편은 매일 박사과정 공부와 실험 및 논문을 쓰느라 매일 밤늦게 귀가하곤 했다. 서른한 번째 되는 날이 지나면 나는 혼자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일정이었다.
미국 텍사스주 ‘러복’시 TTU로 남편은 매일 등교했다. 그 시간 나는 남편 자취집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어질러져 있는 남편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TTU에 가서 수업 청강을 하거나 주말여행을 위해 여행 정보를 찾고 여행 일정을 짜곤 했다.
첫 번째 주말, 주변의 여기저기에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그리고 공원과 도로의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현지 평범한 미국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보곤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이 삼 일여 지났을까, 아뿔싸! 나는 그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아폴로’ 눈병에 걸렸고, 방광염으로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물도 낯설고 공기도 낯설어서인가?
왜 하필이면 잠시 머물다 가려는 까마득히 먼 타국 땅에 오자마자 눈병을 얻었을까? 게다가 온몸은 춥고 오돌오돌 떨렸다.
설상가상으로 병원비는 오지게 비쌌다. 장학금을 받아 겨우겨우 생활하는, 돈도 없는 가난한 미국 유학생인 남편 신분에 병원비는 그야말로 사치였다.
진료받고 처방받은 약을 먹는데, 열흘이 가도 보름이 가도 전혀 낫지를 않았다.
눈을 송곳으로 후벼 파는 것처럼 아파서 오랜 기간 누워만 있고 꼼짝도 못 했다. 그때, 이렇게 아프니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까 눈의 통증이 어떠했을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남편은 아침밥을 먹을 때도, 학교에서 귀가할 때도, 나와의 거리는 철저히 4미터 이상을 유지했다. 갓 신혼인데도 서로 다른 방에서 잤다.
나로 인해서 자기도 눈병에 전염되면 두 사람이 동시에 병원 신세를 질까 봐! 그러면 턱없이 비싼 병원비와 약 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까 미리 철저하게 방어막을 친 것이었다!
이렇게 눈을 후벼 팔 정도의 통증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까지 계속된다면, 내가 남편을 도우러 온 것이 아니라 괴롭히러 온 것인데, 미안해서 어쩌나!
빨리 나아야 하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이렇게 차도가 없는 건가?
그런데, 한국으로 떠나기 바로 하루 전날, 눈의 통증이 사라지고 간질간질하더니 스르르~ 눈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남편이 낮에 점심 먹으러 잠깐 집에 들렀기에 눈병이 나았다고 하니, 남편은 하늘! 나는 땅이 되었다!
그런데, 1988년부터 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학교에서 생활관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 주말 학생들의 생활관 교육을 여교사들이 1박 2일씩 순번을 정해 담당을 했다. 그러니까 나는 두 해 동안 두 번 그 생활관 교육을 담당했다.
생활관에서 다루는 다양한 교육 내용에는 한복 입고 절하는 법, ‘다도(茶道)’ 교육도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는 여성의 임신이 이루어지는 ‘배란기’ 이론을 약 10분 정도 비디오로 교육하는 것이 있었다.
그 비디오 교육 자료는 매우 과학적이고 자세한 생물학적 설명을 담고 있었다.
건강한 20대라면, 생리 주기에 따라서 생리가 시작된 지 정확히 절반 시기를 알고 그 절반 시기에서 마이너스 2~3일 기간이면 임신 100% 가능성, 플러스 2~3일 기간일 때는 30~50% 임신 가능성을 가진 여성의 ‘배란기’라는 것이었다.
그 비디오에 따르면, 배란기의 특성은 여성의 생물학적 물질인 ‘냉’ 의 ‘점성’이 얼마나 미끌미끌한가 미끌미끌하지 않은 가이다. 엄지와 검지로 ‘냉’ 물질을 죽~~ 늘렸을 때, 물질이 끊어지지 않고 잘 늘어나는 점성이 있으면 100% 임신 가능성이며, 잘 늘려지지 않고 금방 끊어지면 임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교육 담당 교사는 사전에 그 비디오를 섭렵하고 학생들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과정을 하나하나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교육을 담당했던 나로서는 임신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과학적으로 결정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매일 눈병 환자로 누워만 있던 내게서 눈병이 샤라락~~ 사라진 그날 오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면서, 나의 몸 상태가 정확히 임신 확률이 매우 높은 마이너스 2~3일에 해당하는 배란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즉, 임신 가능성이 적어도 50퍼센트, 많으면 100퍼센트였음을 직감한 것이었다.
※ 이 글은 총 다섯편(1번~26번)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순서에 따라 읽으시면 몰입감이 느껴지실 거예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생물학적 #배란기 #과학적
#눈병 #아폴로 #임신 #점성
#비디오 #냉 #설상가상
#가난한 #유학생 #여학생 #생활관
#교육 #갓 #신혼 #남편 #땅
#주기 #다도 #한복 #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