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나는 남편에게 두 해에 걸친 생활관 교육으로 정확히 알고 있는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한 배란기와 임신 이론을 설명했다.
나의 임신 가능성은 아무리 못해도 오십 퍼센트이며, 크게는 백 퍼센트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니, 남편은 내게 버럭 화를 냈다.
4대 장손 외아들인 남편 왈, “지금, 이 자취 집의 구조는 출입문이 남쪽에 있고, 안방은 서쪽에 위치하고, 창문은 동쪽으로 위치해요.”
“그러니까, 첫 임신으로 생기는 아이는 분명히 딸! 딸! 딸이네~~!! 여자가 임신 계획을 세워서 해야지 남자가 어떻게 임신을 생각하나요?”
“여기 TTU에 유학하는 사람들 얘기가 다 그래욧!! 이런 집 구조라면 딸이라고 했어욧!!”
“아니! 무슨?????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그런 미·신·을 믿고 있어요???”
“육 개월이 넘게 떨어져 지낸다. 나중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 남편은 우리 애가 아니라고 임신에 대한 강한 의심을 할 수도 있겠지!”
“아니, 그럴 리가! 하지만 혹시라도 의심이라도 한다면? 부부 사이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어.”
“지금, 여기서, 당장, 미국에 마지막으로 같이 있는 오늘, 임신 가능성을 미리 말해두는 게 맞아.”
그래서 나는, 우리는 건강한 20대 남녀이기 때문에 다시 확신을 가지고 임신 가능성은 최소 50%, 최대 100% 임을 여러 번 강조해두었다.
다음 날 새벽 다섯 시경, 나는 한국으로 떠나야 해서 우선 ‘러복’ 비행장으로 출발해야 했다. 그런데, 그날 남쪽인 텍사스주에 새삼스럽게도 몇십 년 만에 ‘폭설’이 내려서 차가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택시를 불러 ‘러복’ 로컬 비행장으로 느리게 느리게 갔는데, 비행기도 다섯 시간가량 이륙이 늦어졌다. 그러니, 러복에서 오스틴 공항 도착 시간이 늦어지고, 오스틴에서 LA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도 더 늦어졌다.
그래서, 눈이 전혀 오지 않은 LA에 도착하더라도 거기서 대기 시간 텀이 길었던 한국행 비행기도 탈 수가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딱 이 상황을 두고 한 말이로구나!!
우리는 서로 가난한 신혼부부였기에 나는 한 번 갈아탈 수 있는 비행기는 비싸서 못 사고, 두 번 갈아타는 왕복 비행기표를 산 것이었다.
1990년 2월 초하루. 미국 비행기 내에는 승무원만이 사용할 수 있는 벽에 고정된 비상용 전화기가 있었다. 그 당시 무선전화기인데, 음질은 너무 안 좋았고, 전화 연결 또한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런 전화기라도 당장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오스틴 공항에서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벽에 고정된 그 직원용 무선전화기를 여러 번 사용 허락을 받고 수십 번을 시도하다가 남편과 겨우 통화 연결이 되었다.
LA에서 비행기를 놓치게 되는 사정을 설명하니, 전화기에서 들리는 남편 목소리는 매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나는,
“LA 공항에 내리면 내가 미 국내선 항공사 직원과 만날 거야. 천재지변에 의해 연착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놓쳤으니, 숙박과 식사, 비행기표를 해결해 달라고 사정할 거야. 내가 알아서 일 처리하고 한국으로 떠날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라고, 연결도 잘 안되는 그 무선전화기를 여러 번 이용하여 남편에게 말했다. LA로 당장 오겠다는 남편에게 절대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도 했다.
그 당시 월 $800 가량의 장학금(박사과정 학비는 면제)을 받아서, 월세 $330 내고, 나머지를 생활비로 쓰고, 그것으로도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서 2개의 신용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는 가난한 유학생 남편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미국 땅에 처음으로 왔다가 미 국내선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미국 내에서 오도 가도 못할까 봐서 몹시 걱정했었나 보다.
그는 급하게, 없는 돈에 편도 $130를 주고 LA 행 비행기를 타고 그날 밤 LA 공항에 나타났다!!
어머나! 축지법을 썼나? 아침에 ‘러복’에서 견우와 직녀의 만남처럼 7월 하순 여름 방학에 보자며 애잔한 마음으로 헤어졌는데, 다시 그날 밤 아홉 시경, 약 1,530km 떨어져 있는 LA로 그가 내게 오다니!!
※ 이 글은 총 다섯편(1번~26번)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순서에 따라 읽으시면 몰입감이 느껴지실 거예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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