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_남의 죽음

by 김평화




死_남의 죽음


죽으면 바로 장례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할 일이 많았다. 일단 병원으로 시신을 옮겨 의사의 사망진단서를 받아야 하고, 경찰에게도 검시필증을 받아야 한다. 검시필증 없이는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인계할 수 없다. 검시필증을 위해 서로 오라는 형사의 연락에 제법 큰 경찰서로 향했다. 하지만 올라간 2층은 고요했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1층에 있는 경찰에게 물어보니 아마 저녁 식사를 하러 간 것 같다고 했다.


기다림과 진술 후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휴대폰으로 엄마의 지인들에게 부고 문자를 보냈다. 외가 식구들이 올 때마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전주까지 내려와 밤을 지새워줬고 전주에 사는 친구들은, 몇 년 전 연락이 끊긴 아이들까지 검은 옷을 입고 우르르 찾아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부고 문자를 받고 엄마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언니가 진짜 죽었어요?"

"네."

"대체 왜 갑자기..."

"...스스로..."


휴대폰 너머의 목소리에서는 슬픔이 느껴졌다. 아마 나에게 위로를 건넸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녀는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다. 또, 오지 않은 친척들도 있었다. 찌질하게도 나는 아직도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오지 못할 사정이 있음은 알고 있다. 사실을 알면서도 내게 연락하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 그들 역시 사정이 있음을 알고 있다. 장례지도사는 엄마의 얼굴에 기괴한 화장을 해놓고 능글맞게 입관을 진행했다. 하루에도 몇 구의 시신에 염을 하는 사람이 모든 죽음에 슬퍼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과학 수사대는 우리 집 현관의 바구니에 일회용 장갑 포장지를 버리고 갔다. 바쁜 일정에 미처 챙기지 못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섭섭함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 사정이 있음에도, 괜히 '자살이라 부정 탈까 봐 안 오나'라거나, '그 정도로 엄마를,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저 남의 죽음인 것이다. 모두가 나처럼 슬퍼할 수는 없다. 모두가 나처럼 엄마와 한 방에서 자지 않았고, 모두가 나처럼 엄마와 함께 웃고 울지 않았으며, 모두가 나처럼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모두가 나처럼 엄마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나쁜 게 아니다. 미워하지 말자. 나 또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남의 죽음에 관조적인 때가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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