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_사랑하지 않았기를

by 김평화




生_사랑하지 않았기를



그때는 몰랐지만, 엄마는 나에게 매우 헌신적이었다. 퇴근 후 어린이집에 혼자 남아있는 나를 데리러 왔고, 마이산에서 파는 장난감 카메라가 가지고 싶다는 말에 그 주 주말에 곧장 그곳으로 함께 갔고, 추운 겨울에는 밀크티를 따뜻한 보온병에 담아 내 손에 쥐어 보냈고, 매일 내 교복을 빨아 다림질했고, 부족한 가정 형편이었으나 한 번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생각해 보니 나를 낳았을 때도, 제왕절개 후 마취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한 말이 "손가락 발가락 다 있어?"였단다.


그리고 그 헌신, 애정의 크기만큼 표현하는 사람이 엄마였다. 엄마와 카톡이나 통화를 하면 항상 마무리는 '사랑해'로 끝났다.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는 것을 넘어 글자로 쓰는 것도 쑥스러워했으므로, 엄마가 '사랑해'라고 하면 '나도~'라고 대답하거나, 대신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사람은 나였다. 사망 진단서에 적힌 사망 추정 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그날 엄마는 내게 '다른 곳에서 자고 오라'고 했고, 나는 엄마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친구의 별장 같은 곳에 혼자 묵었다. 엄마가 걱정할까 봐 '친구도 같이 있다'는 거짓말도 했다. 오후 10시 30분 즈음,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밥은 먹었어?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재미있게 놀아~라는 메시지가 왔다.


참 어이없게도, 갑자기 그때 나는 엄마에게 새로운 이모티콘을 보내고 싶었다. 이모티콘 스토어에 들어갔고, 이모티콘을 구매하기까지 한 5분이 걸렸던 것 같다. 엄마에게 새로 산 하트 이모티콘을 보냈지만,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영원히.


그 후 발견된 엄마의 유서에는, 나의 보험 서류들과 함께 도움 받을 설계사 이모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편입한 대학을 꼭 마무리하라는 당부와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만 그 어디에도 사랑한다는 말은 없었다. 항상 '사랑해'로 끝나는 엄마의 언어가, '사랑해'를 담지 않은 것이다. 그때서야 엄마의 마지막 카톡에도 사랑한다는 말이 없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사라진 1을 보며, 재미있게 놀라는 말에 답장이 없는 딸을 보며, 엄마는 생의 마지막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시에는 마지막 순간에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엄마에게 섭섭했지만, 지금은 바라고 있다. 마지막 순간에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를. 사랑하는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기를. 그저 편히 자기 생각만 하고 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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