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_여름의 맛
'엄마'하면 떠오르는 맛이 여러 개 있다. 늘 같은 맛이 나던 떡볶이의 맛, 자주 사다 주던 닭발과 미나리의 맛,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며 싸줬던 등갈비의 맛, 엄마가 좋아했던 딸기 오믈렛의 맛, 겨울이면 항상 보온병에 담아주던 진한 밀크티의 맛... 그중에서 가장 그리운 맛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살았는데 독자의 외동딸이라 그런지 두 분 다 나를 참 많이 아끼셨다. 그래서 감기라도 걸리면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도 '이런 거 먹으면 안 낫는다'며 손도 못 대게 하고는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여름에 때아닌 감기에 걸려 열이 났던 날. 어렸을 때 내가 유독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있었는데, 귀여운 파인애플 모형 안에 셔벗이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늘 냉동실을 채우고 있던 아이스크림이었지만, 감기에 걸렸으니 당분간은 금지였다.
그때 엄마가 왔다. 엄마는 나를 작은 방으로 데려가더니, 손으로 내 이마를 짚어 열을 재고는 문을 닫고 조용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노란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몰래 먹어야 한다며 엄마는 조용히 내 입에 아이스크림을 떠 넣어주었다. 한 입, 한 입 아이스크림을 나눠먹으며, 아마 우리 둘은 웃었던 것도 같다. 그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맛이 나에게는 여름의 맛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어느 여름날 갑자기 그 맛이 생각나 동네 아이스크림 매장을 뒤지며 한참을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진작 단종된 모양이었다. 이제 못 먹는구나. 아쉬운 마음에 괜히 헛짓거리 했다며 혼자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알고 있다.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이 여전히 있었어도, 그때의 그 맛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때의 그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맛은, 엄마와 함께한 여름의 맛. 엄마와 함께한 여름의 추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