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_걱정했잖아

by 김평화





生_걱정했잖아


어느 날 밤, 엄마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혼자 끙끙 앓다 엄마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응급실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홀로 남은 집. 엄마 친구가 반찬을 주러 찾아왔고, 병원에 갔다고 하니 그녀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 엄마는, 의연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처절하게 오열하며 소리쳤다. '죽고 싶다'라고.


엄마 친구는 너 없이 못 사는 딸 두고 어딜 죽냐며 엄하게 다그쳤고, 전화를 끊은 뒤 내게 '엄마가 지금 아파서 아무 말이나 하는 것 같으니 옆에서 잘 챙겨주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반찬통과 함께 집에 다시 홀로 남은 나는,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엄마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때마침 그날은 친구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었다.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점퍼와 담배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앞 초등학교의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죽고 싶다고 해서 너무 무섭다고. 친구는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너는 왜 우냐는 질문에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네가 힘드니까 너무 슬프잖아."라고.


친구와 전화를 끊고도 나는 한참이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담배를 피웠다. 한 개비, 두 개비... 연기와 함께 마음속 불안함이 흩어지기를 바랐다. 세 개비째를 들었을 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시 의연한 목소리였다. 어디냐기에 잠깐 바람 쐬며 통화하러 밖에 나왔다고, 지금 들어가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아픈, 그래서 죽고 싶어 하는, 아이처럼 우는 엄마를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엄마는 울고 있지 않았다. 아마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났을 테지만, 엄마는 그저 "걱정했잖아."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날 밤, 내 옆에서 엄마는 내내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음날 죽었다.


자긴 죽을 결심을 하고 있으면서, 한 밤 중 밖에 나간 딸을 걱정하는 그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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