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_남겨진 것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면, 이름 외에도 많은 것들이 남겨진다.
일단 사망신고를 해야 하고 보험이나 카드, 적금, 대출 등 금융도 정리해야 한다. 집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하고, 집을 판매할 경우에는 부동산등기서류 등 여러 사사로운 서류를 챙겨야 한다. 집을 정리해야 하고, 부동산에도 직접 연락해 집을 팔아야 한다. 우리 집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있었고, 나는 그 집을 빨리 처리하고 싶었기에 시세보다 싼 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아빠였다. 엄마는 아빠를 남기고 갔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이자 대부분의 기억은, 자는 내 앞에서 두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싸우면 나는 계속 자는 척을 하면서 그 내용을 죄다 듣고 있는 것이다. 아마 6살 때부터였던가 그랬던 것 같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했고, 1년 정도 집에 들어오지 않던 아빠가 갑자기 집에 들어와, 게임을 하고 있던 나에게 게임을 알려달라고 했던 것이 아빠가 마지막으로 그 집에 들어온 날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이혼서류를 작성하러 온 것이었다.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오면, 엄마는 항상 아빠에 대한 험담을 했다. 나는 두 사람이 싸우거나, 끝내 갈라서기까지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엄마가 왜 그렇게 아빠를 원망했는지, 왜 휴대폰에 아빠를 '웬수'로 저장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죽은 이후, 남겨진 아빠는 내 몫이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엄마의 원망과 분노, 애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빠에 대한 것은 굳이 적지 않겠다. 나에게는 나쁜 부모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짓을 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하여간 여전히 아빠는 내 몫으로 남아있다.
가끔 자신만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고 떠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사람은 반드시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며, 그것은 오로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