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_씨앗
나는 남들에게 안 괜찮아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괜찮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내가 엄마의 죽음을 이겨냈다는 것을 주변 사람에게 인식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괜찮다고 끊임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나중에는 최대한 엄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주 찾아가리라 다짐했었던 추모관도 일부러 발길을 끊었다.
그랬더니 실제로 잘 살아졌다. 취미생활을 즐기고, 친구들과 놀고, 직장에 들어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머릿속은 내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내 앞가림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씨앗은 내 안에서 조심스럽게 자라나며, 언젠가 싹을 틔워 무럭무럭 자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싹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갑자기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에 대한 생각과 슬픔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때때로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취미 생활을 즐기다가도, 자려고 눕다가도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당시 내 행동에 대한 후회. 지금까지 엄마를 잊으려 노력했다는 것에 대한 자책... 모든 것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자라 나를 잠식했다. 목이 졸려 숨을 쉴 수 없었다.
씨앗은 흙 속에서 몇 백 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도 조건이 맞으면 싹을 틔운다. 묻어 놓는다고 썩어 문드러져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 깊은 곳에서 싹을 틔울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애써 묻어두지 말기를. 충분히 슬퍼하고, 충분히 아파하며 무럭무럭 길러 내다, 하엽이 지고 천천히 말라가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뒤늦게 싹을 틔운 씨앗은, 기를 방법도, 스스로 사라지게 할 방법도 없으므로. 당장에 최선을 다해 슬퍼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