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_십자수와 뜨개질

by 김평화





生_십자수와 뜨개질




어렸을 때, 엄마가 한창 십자수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덕분에 집에 있는 시계도 십자수, 액자도 십자수, 쿠션까지 십자수였다. 엄마는 한 번 시작하면 앉은자리에서 반절 정도는 끝내야 직성이 풀렸다. 티비장 안에 있는 플라스틱 박스에는 알록달록한 십자수 실이 늘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다.


엄마는 책 읽는 것도 좋아했다. 작은 거실에 큰 책장이 두 개나 있었고, 그것을 책이 한가득 채우고 있었으니, 한 칸에 20권 정도라고 생각해도 200권의 책이 집 안에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나는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를 보는 것 따위를 좋아했지 손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이었으나, 엄마는 그림 그리는 데에 큰 흥미가 없었고 영화 보는 것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참 평생을 같이 살아도 어쩜 이리 다른지. 하고 생각하고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지금 나는 뜨개질을 취미로 삼고 있다. 집안 곳곳에 뜨개로 뜬 소품과 옷이 가득하고, 뜨개실을 넣어놓은 트롤리는 터지기 직전이다. 그리고 책도 읽게 되었다.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새 나의 책들도 책장 하나를 빼곡히 채울 정도는 되었다. 같이 살아있을 때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붙어있으면서도 하나도 닮지 않았으면서, 곁에 없을 때가 돼서야 닮아가다니. 참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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