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_담배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예전에는 식당에 들어가면 하이볼이든 맥주든 꼭 술 한 잔을 곁들였고, 퇴근하고 집에 와 맥주 한 캔 마시는 것이 낙이었지만 정신과 약을 먹으며 비자발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게 되니, 어느샌가 취한 느낌이 싫어지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맥주 몇 잔을 마시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금주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부작용이 생겼는데,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모르지만, 사실 스무 살 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그때는 타지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세 달은 지냈어야 했는데, 다이어리처럼 생긴 상자에 담배를 넣어두고 엄마가 외출할 때마다 몰래 나가 피웠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숨겼던 이유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다. 몸에 안 좋느니, 여자가 무슨 담배냐느니 하는 꾸중. 상상만 해도 지겨웠다. 그래서 담배는 나의 가장 큰 비밀이 되어, 늘 책상 밑 서랍 한 칸에 꽂혀있는, 다이어리처럼 생긴 비밀 상자에 고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후회된다. 그냥 들킬걸. 혹시 모른다. 그때 엄마에게 담배를 들켜 꾸중을 들었다면, 혼났다면 어쩌면 지금 나는 담배를 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담배를 끊을 수도, 엄마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들을 수도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