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_수빈

by 김평화





生_수빈





엄마는 나를 부를 때 무조건 “딸~”이라고 하는 버릇이 있었다. 딸~ 하고 두세 번 부르다 내가 대답을 안 하면 그제야 “수빈~”이라고 내 이름을 부르고는 했다. 어렸을 때는 딸~ 하고 부르는 그 목소리가 왜 그리도 귀찮았는지. 결국 내 이름이 나오고서야 마지못해 대답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목소리를 제일 먼저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니 영상을 많이 찍어놓으라고. 안타깝게도 내게 영상은 없고, 이제는 엄마의 목소리도 흐릿해져 가지만 그 목소리, “딸~ 수빈~”하는 목소리만큼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생생히 울리고 있다.


비법은 바로 이것이다. 엄마가 죽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이름을 바꿨다. 개명의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는 ‘이전 이름이 너무 흔해서’라고 둘러대곤 했지만, 사실 아니다. 앞으로 수빈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누군가 나를 수빈이라고 부르면, 엄마의 목소리가 희석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이제 나를 수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엄마뿐이다. 이제는 엄마만이 부를 수 있는 나의 이름. 나를 부르는 그 단어들. 딸, 딸, 수빈. 엄마와 나만의 단어. 엄마와 나만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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