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_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다. “나 죽어버릴래”하는 투정이 아니라, 진짜 죽고 싶어 하는 친구들. 그러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살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다. 한 친구는 삶을 살아가야 할 목적이 없다고 했고, 한 친구는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보통 이런 결심을 하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듣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설계된 기계처럼, 오로지 죽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다.
그중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어차피 자살로 죽을 건데, 힘든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뭐야?” 어찌 보면 맞는 말이었다. 우리 엄마도 어차피 그렇게 삶을 마감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그간 겪었던 끔찍한 고통들을 겪지 말고 가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거기다 나도 삶을 버겁게 견디고 있기에, 가끔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방법이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살아줬으면 한다. 살아서 나와 함께 시답지 않은 이야기에 깔깔 웃고,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보고, 산을 오르고, 맛있거나 맛없는 음식을 먹고, 때로는 기차에서 내릴 타이밍을 놓쳐 난생처음 보는 역에서 우두커니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것을 원한다. 이기적이지만 그렇다. 그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이 무거운 짐들을 질질 끌고 가며 어떻게든 살아내듯이, 그들도 내 옆에서 살아줬으면 한다. 그러니 나는 이 말밖에는 해줄 수 없다. 그냥 살자. 그냥, 이유가 없어도, 언젠간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라도, 그냥 살자.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