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_고모
나에게 고모란, 차마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사람이다. 친가 식구들(특히 아빠)이라면 학을 떼는 외가 사람들도 고모만은 '천사'라 부를 정도니, 그녀가 얼마나 선한 사람일지 알 수 있다. 첫 조카인 나를 참 많이 예뻐해 준 사람이고, 가장의 역할을 못하는 아빠를 대신해 준 사람이고, 내 일이라면 무조건 달려와 준 사람이고, 나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유일하게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다. 가끔 그녀의 사랑과 관심이 부담스럽다가도, 똑같이 줄 수 없음에 미안하다가도, 또 한없이 고맙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엄마도 마찬가지였을까.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고모에게 꽤 많이 기댔을 것이라 생각한다. 응급실에 가야 하거나, 내가 먼 곳을 이동해야 할 때 부탁한 것이 무조건 고모였으니. 그래도 고모는 항상 와 주었다. 사실 엄마는 더 이상 그녀에게는 가족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와 주었고, 무조건 해 주었다. 우리를 걱정했고, 우릴 위해 기도했다. 늘.
그리고 마지막까지 엄마는 고모에게 기댔다. 현관문에 붙인 A4종이. 그곳에 적혀있는 것은 나나, 엄마의 절친한 친구도 아닌 바로 고모였다. '고모만 들어와서 확인하세요'. 나를 제외하고 자신의 시신을 내어 보일 수 있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을 사람. 엄마는 그게 고모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고모는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다. 구급대원들이 막아서도 있지만, 그녀도 나 만큼이나 충격을 많이 받았다. 극한의 상황에 처하니 고모도 자신의 엄마, 그러니까 나의 할머니를 찾았다. 항상 기댈 수 있는 기둥 같았던 고모도 결국 기댈 사람이 필요한,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엄마가 마지막에 그것을 알고 갔다면 좋았을 것을. 차라리 마지막에 문에 적힌 이름이 나였더라면 고모가 마음의 짐을 덜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엄마의 죽음을 감당하는 것은 나로 족한데. 소중한 사람이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게 된 꼴이 되었지만 고모가 그로 인해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어차피 엄마는 사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저 모든 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