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_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잠시 내 이야기 말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예를 들어, 앞서 나왔던 검시필증 같은 것들. 사람이 죽으면, 특히나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사고로 죽으면 생각보다 해야할 게 많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다만 만일을 위해 알아두면 나쁠 것은 없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와도 놀라지 말자. 자살 의심 신고를 하면 일단 구급대가 오고, 경찰이 오고, 죽음이 확인되면 형사와 과학수사대가 온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이 집을 가득 채우고, 당신에게 이것저것 캐물을 테지만 상처 받거나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그저 특별할 일 없는 일상이니까.
그리고 일단 시신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시신은 사망 진단을 내릴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여 의사에게는 사체검안서를, 검찰에게는 검시필증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따로따로 갈 필요는 없고, 경찰서에 가면 경찰이 전달해준다.
이제 그것을 들고 장례식장에 가면 비로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보통 이 전에 미리 장례식을 정해두고, 사체검안서와 검시필증이 나오면 본격적인 장례 절차를 시작한다.
상주는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 보내드리는 자리니 꼭 상주를 하고 싶다면 하는 것이 좋고, 상주는 손님이 올 때마다 맞이하며 절을 해야 하므로 도저히 체력과 정신력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가족에게 부탁해도 좋다. 다만 여자라는 이유로 평소에 얼굴도 자주 안 보던 가족에게 상주를 시키려 하면, 바락바락 우겨서라도 꼭 상주를 하도록 하자.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사진을 요구한다. 영정사진을 만들어야 하니 당연했다. 당장 휴대폰에 고인의 사진이 없다면 난감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고인의 휴대폰을 지니고 있는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휴대폰은 이후에 한번 더 필요하다. 바로 부고 문자를 보낼 때다. 나의 지인이라면 상관 없지만, 고인의 지인 연락처를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고인의 휴대폰으로 고인의 이름과 장례식장의 이름 및 호수를 보낸다. 어차피 올 사람은 오고 안 올 사람은 안 오므로 전체 문자로 보내도 상관 없다.
이후 장례식장에서 꽃은 어떻게 꾸밀지, 식사 인원은 어느정도로 잡을지, 추모관은 어느 곳으로 할 지 상의 후 결정한다. 이제는 문상객을 맞으면 된다. 돈 관리를 도와줄 믿을만한 어른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면 꼭 방명록과 조의금을 잘 대치해보도록 하자. 장례식 비용은 대부분 조의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다음에는 계속 슬퍼하면 된다. 3일 동안 그 누구보다 슬퍼해야한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거나,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다. 고인의 지인, 나의 지인, 나의 가족의 지인들을 맞으며 함께 고인을 추억하고, 욕하고, 펑펑 눈물을 쏟는다. 입관 때에는 힘들더라도 꼭 할 말은 다 하고, 비록 종이에 싸여있지만 손도 꼭 잡기를. 그리고 이후 화장장에 가서 화장을 하고, 추모관에 무사히 안치하면 장례 절차는 끝이다.
이후 카드값을 지불하고, 보험을 해지하고, 남은 집과 짐을 정리하면 세상에 고인의 흔적은 거의 남지 않게 된다. 마치 없었다는 듯이. 당신의 마음속에서만 남아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는,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