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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Feb 08. 2018

발상의 전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작

틴에이저 훈육 가이드_1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는데 담임 선생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저희 아이가 수업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딴 짓을 해서 결국 선생님이 요구하는 만큼의 분량을 다 끝내지 못한 모양입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던 이유는요? 바로 얼마전 생일 선물로 받은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모형, 그리고 레고로 여러가지 기차를 만드는 가이드북이 바로 그 사단의 원인이었어요. 선생님이 주의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책을 읽었고, 기차 모형을 가지고 노느라 '작문'을 대충대충 끝냈죠. 결국 선생님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해가 되니 기차 모형을 가지고 가셨고, 저희 아이는 화가 나서 한바탕 난리를 쳤답니다.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에 갈 때 탄 기차,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어제도 이런 일이 있어서 오늘 아침에 빼먹은 작문을 보충하러 일찍 갔는데, 또 같은 일이 생긴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선생님도 강하게 조치를 취하신 거구요. 

저한테 문자가 와서 제가 아이랑 통화하겠다고 답문자를 보냈는데, 아이가 엄마랑 통화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답니다. 그러고는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수업을 받을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저희 아이의 Advisor가 있는 다른 교실로 보내졌죠.


이게 사건의 전부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아이의 엄마라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예전의 저였다면 아마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아이를 막 다그치고 야단쳤을 거에요. 

근데 어느 순간엔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속상하다고 화부터 내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슷한 전화를 저는 정말 자주 받았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선생님이나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가슴부터 떨려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불안하고.. 막 이랬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도 감정이 섞이고, 아이랑 더 크게 부딪히는 것으로 상황이 악화되었어요.

화를 내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니 

이런 상황이 오더라도 크게 동요가 되진 않다군요. 

그리고 일단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아가 해결도 해야겠죠. 아이가 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저라도 해서 아이를 도와야 하니까요.


Advisor 선생님께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는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으니 아이랑 통화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이는 속상해서 울고 있더군요.


위로: 공감

선생님한테 네가 가장 좋아하던 호그와트 익스프레스를 빼앗겨서 얼마나 속상하냐고.. 네가 제일 좋아하던 선물인데..네가 얼마나 속상할지 엄마도 알기 때문에 너무 속상하다고.. 그러니 그만 울라고 달랬습니다. 그리고 위로해 줬죠.

상황 파악

한참 울게 한 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이미 저는 상황을 다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설명하게 했습니다. 자기는 선생님 말대로 작문을 다 끝냈는데도 선생님이 다 끝낸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 말로는 엉망으로 끝냈다고 합니다.) 아하.. 이 부분이 오늘 문제의 핵심 되겠습니다. 자기 스스로는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니 억울한거죠. 일단 그랬던 거구나..하고 이해를 해 줍니다.


문제 제기

전환 모드로 들어갑니다.

'어제도 선생님한테 같은 문제로 연락이 왔었는데 오늘 또 같은 일이 생겼구나. 선생님한테 문제가 있는 거니?'라고 물으니 순순히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을 합니다.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면 아시겠지만 아이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 훈육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아이가 잘못을 인정했으니,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느 정도 잡힌 셈입니다.


문제 해결 (50점 짜리)

'네가 장난감 기차와 레고 기차 가이드북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지만, 학교 수업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것 같다. 그러니 이 물건들은 학교에 가져가지 않는게 어떻겠느냐'고 아이한테 제안을 했습니다. 

사실 어떤 물건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이것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이 저의 일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었습니다. 문제의 소지를 제거하는 거죠. 

즉, 레고 가이드북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에게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즐길 시간을 0로 만드는 해결책이었죠.

 만약 이 해결책을 점수로 매긴다면 50점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릴때야 말이 안 통하니 해결책이 50정짜리라도 되는 것이 있는게 다행이죠. 이 시기는 문제 해결책들은 0점짜리라도 있으면 다행인걸요. 

하지만 제가 제시한 50점짜리 해결책에 대해 선생님은 100점짜리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이것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 (100점 짜리)

저희 아이의 어드바이저 선생님은 저의 이 문제 해결책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딴소리지만, 다른 이의 제안에 대해 대부분 '좋은 생각'이라고 진심으로 동의를 하는 태도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토론이나 토의의 기본 자세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아주 좋은 태도고 저도 본받으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오늘 문제가 되었던 책이랑 장난감은 가지고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업 시간에 가지고 들어가지 말고 어드바이저 선생님의 오피스에 맡겨 두는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 하시네요. 만약 수업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다 하면 교과 선생님이 '보상'의 수단으로 어드바이저 선생님의 오피스에서 일정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거죠. 그럼 그 시간 만큼 원하는 책과 장난감을 가지고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이 제안에 대해 흔쾌히 동의를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고 차 안에서 한참동안 생각을 했네요. 

나는 고작 50점짜리 밖에 생각을 못 하는 엄마였구나.. 하는 반성이 되더군요. 아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저는 수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하지 못하게 제한하려고만 했었던 엄마였던거죠. 더 좋아할 수 있도록 응원하지는 못할 망정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아이의 수업과 취미 생활 모두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을 뿐더러, 수업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동안 아이를 키워왔구나..  하는 반성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아이의 취미 생활과 학과 수업을 적절하게 병행하는 것, 정말 중요한 문제죠. 

성인이 되어서 취미 생활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어디 그런 경우가 흔한가요. 취미 생활을 잘 즐기기 위해서라도 해야 할 일들도 잘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취미 생활을 그저 취미로 치부해 버리고, 학과 공부에 집중했으면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부모였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어제 깨달았습니다. 

아이가 둘 다 함께 병행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는 점, 그것을 바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2018년 2월 7일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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