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CHO Feb 21. 2016

Project Based 수업,
학부모는 불안하다.

‘EBS 다큐 프라임-공부의 재구성’PBL Mom의 고민과 극복 전략

제가 이미 밝혔다시피 저희 아이들은 Project Based Learning(이하 PBL)으로 모든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인 High Tech Elementary Point Loma(이하 HTePL)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킨더부터 5학년 까지지만, 중학교인 HTM(High Tech Middle)과 HTMMA(High Tech Middle Media Art, 고등학교인 HTH(High Tech High), HTHMA(High Tech High Media Art), HTHI(High Tech High International)을 통해 아주 어린 킨더 과정부터 중등교육과정의 최고 과정인 고등학교 교육까지 PBL만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일련의 학제를 가지고 있는 학교입니다. 


지난 2월 15~16일 양일간 한국 개발연구원(KDI)이 제작한 ‘EBS 다큐 프라임-공부의 재구성’에서는 을 Project Based Learning(이하 PBL)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지요. 미국에서 실제 PBL 스쿨에 다니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참으로 반가웠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https://youtu.be/VZqA_aibIrQ

KDI-EBS 공동 제작 '공부의 재구성' 1부, PBL을 아시나요


https://youtu.be/dOZXp9Dd6bc

KDI-EBS 공동 제작 '공부의 재구성' 2부, PBL 수업이 학교를 바꾼다


프로그램 내용을 제 나름대로 요약하면, 앞으로 사회, 경제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학교 현장에 PBL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학생들이 '배움'에 더욱 흥미를 갖게 하고, 나아가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내용이었는데요, 1부에서는 여러 PBL 수업의 예를 보여주었고요, 2부에서는 이 수업을 통해 어떻게 아이들이 바뀌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일단은 PBL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어야 한다는 다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의무교육기간 동안 PBL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이것을 대학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꽃 피워 실제 창업을 하는 것까지 연결이 되고 있는 것을 종종 주변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설령 창업 이후 실패를 한다고 해도 실패한 경험 또한 중요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도전하기를 주저하지는 않는 것이 미국의 분위기니까요. 한국에서는 한국의 실정과 문화에 맞는 PBL 방식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큐에서 언급된 프로젝트들을 저희 아이들의 프로젝트와 비교해 보면, 저희 학교의 프로젝트 수업은 더욱 단위가 크고 기간이 깁니다. 한 쿼터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학년 둘째 아이의 지난 프로젝트는 세 개 반이 협력하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죠. 그리고 프로젝트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결과물을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기회를 주지요. 그래서 전시장으로 손색이 없는 학교 건물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ㅁ자형 2층 건물로 가운데가 훤히 트인 구조거든요.


저희 학교의 프로젝트는 본 다큐에서 다룬 수업들보다 프로젝트가 더 강화된 형태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프로젝트 중심의 커리큘럼을  시행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이 어려운지 학부모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학부모의 불안함입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입시 제도라는 큰 장벽이고요, 마지막은 교사의 자질에 따른 수업의 편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그중 첫 번째, 학부모의 불안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희 2학년  딸아이의 학급에서 이미 두 명의 학생이 전학을 갔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쟁률이 비공식적으로 10:1이라고 합니다. 이런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아이들을 왜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는지 제가 부모들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좋은 학교라고 해서 추첨까지 해 가면서 아이를 입학시켰는데 학교에서 시험도 안 보죠, 그러니 성적표가 나와도 아이가 어느 정도 레벨인지 가늠도 안 되죠, 학교에서 하는 프로젝트로 얼마나 기존의 학교 교육 커리큘럼을 커버하고 있는지 감도 안 오고, 설령 감이 온다 치더라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 보이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학교는 약 10주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만 하는 학교입니다. 한 학년 동안 세 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세 번의 전시회를 갖습니다. 다큐에서 다룬 것 보다 좀 더 극단적인 형태의 프로젝트 중심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더욱 통합적이고 범위가 큽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이 올라가겠지만 2학년 작은 아이의 이번 프로젝트는 학교 주변의 커뮤니티에 대한 탐구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들은 해적이 되어 주변 지역 지도를 보며 보물 찾기 놀이를 합니다. 실제로 주변에 있는 여러 상점에 가기도 하고 공공 기관에 가기도 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학교 주변 커뮤니티에 대한 웹사이트로 종결이 됩니다. 사회과가 중심이 되어 수학, 진로 교육, 쓰기, 체육, 과학, 아트, 프로그래밍이 접목된 프로젝트입니다. 5학년 큰아이의 프로젝트는 악기입니다. 여러 악기들의 연주도 듣고(음악), 저희 아이는 친구들 앞에서 리사이틀도 했습니다. 더불어 소리가 귀에 전달되는 과정(과학/생물) 및 음파(과학/물리)에 대해 배웁니다. 실제로 이것을 Museum of Making Music 에 가서 직접 확인도 하고 여러 악기들이 함께 연주하는 심포니 공연도 보러 다녀왔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현악기(바이올린)와 관악기(플루트)로 연주를 하는 것이지요.

http://passporttosandiego.com/wp-content/uploads/2015/09/Museum-of-Making-Music-big.jpg

이런 강도 높은 PBL까지는 아니더라도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과연 PBL이 기존의 학교 커리큘럼을 어느 정도까지 커버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수학으로 이야기를 돌려 볼까요. 아마 저희 딸 반에서 학교를 옮긴 부모들은 아이가 곱셈구구를 잘 못할까 봐 두려웠을 것입니다. 5학년 큰 아이를 가르쳐보니 미국에서도 4학년이 지나면 수학이 어려워집니다. 더구나 교과 과정이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Common Core로 바뀌었는데, 수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제는 왜 이런 결과가 도출이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 못하는 아시아권 부모들은 '영어를 못하면 이젠 수학 점수도 잘 못 받게 되었다'며 한탄하기도 하는데요,

차이가 있을지언정 PBL 방식에서 기존의 초중고 교과 과정에서 다룬 것을 모두 다루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BL을 포기할 수 없는 저희 같은 부모님들은 어떤 태도를 갖는 게 도움이 될까요? 제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1. 적당한 선에서 접어두는 미덕

4학년 때 사회 시간에 캘리포니아 역사에 대해 배우는데요, 저희 큰 아이에게 사회 교과서를 읽은 다음, 직접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도 만들고 그림도 그려 포스터를 만들어가는 과제가 나온 적이 있어요. 두 명이 함께 하는 공동 과제로요. 이것도 역시 PBL의 한 형태죠. 과제를 같이 하다가 주객이 전도된 상황, 많이들 겪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몸이 달아서 애를 달래다가 결국은 좌절해서 소리 지르고(물론 집에서요) 애는 더욱 반항하고.. 그래서 아이랑 감정이 안 좋을 대로 안 좋아진 상황이었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HTePL을 추천해 주신 큰 아이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캘리포니아 역사 모른다고 애 인생 바뀌는 것 아니잖냐?'고 말씀하시는데 충격적이기도 하면서 마음 한 구석이 편해지더군요. 다른 사람이 아닌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충격적이면서도 위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부터 아이가 특정 토픽에 대해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  이런저런 노력을 일단 다 해보고, 그래도 애가 관심 없어하면 일단 접어둡니다. 포기하라는 건 아닙니다. 애가 알 때까지 끝을 보겠다는 자세로 나오면 부모는 점점 전투적이 되어갑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재미없는데 엄마가 전투적으로 나오면 더 하기 싫겠죠. 이런 싸움의 결론은..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울음과 고함, 혹은 매질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대부분 종결됩니다. 그 전에 부모가 먼저 STOP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전 이제야 알겠네요. 아이가 스스로 흥미 있어 할 때를 기다리던지, 아니면 적당한 기회에 다시 아이와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교육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인내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제게도 가장 어렵습니다. 인내와 절제는 같이 따라다니는 덕목이죠. 적당한 선에서 끊고 기다렸다가 다시 설명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는 게 참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모가 내 아이에 대해 인내와 절제를 하기 위해서는,


2. 반드시 아이에 대한 신뢰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제가 제일 싫어했던 육아서의 단골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를 믿어주고 기다려라.. 육아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죠. 큰 애 때문에 가장 힘들 때는 육아서의 교과서적인 이야기도 듣기 싫더군요. 오죽하면 남편은 그 당시에 육아서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했었어요. 이론과 실전은 다른 세상 이야기라면서요.

근데 이 교과서적인 말이 실은 진리라는 겁니다. 모든 육아서에서 신뢰와 인내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을 큰 아이가 10살이 넘으니 알겠더군요. 지금 당장은 아이가 흥미를 안 보이는 토픽에 대해서 부모가 '언젠가는 터득하게 될 테니 믿고 기다리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에게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요. 지금은 배울 때가 아닌 거죠.


PBL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특별히 흥미가 가는 분야를 찾아갑니다. 일단 흥미가 생기면 스스로 더 알고 싶어 합니다. PBL 수업에서는 원하는 정보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배우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스스로 쌓아가면서 미래에 자신을 형성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PBL은 직업 교육으로 귀결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분야가 부모 입장에서는 하찮아보일 수 있습니다. 내 아이의 진로를 가장 잘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아이 스스로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다시 큰 아이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 아이의 강점은 놀라운 수학적, 공간적 능력과 기억력입니다. 저희 아이의 미래 희망이요? Gift Wrapper라네요. 그 전에는 버스 운전사를 꿈꾸던 아이였어요. 저러다가 말겠지.. 하고 흘려들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의 진로를 탐색해 보도록 도와주기로 방법을 바꾸었답니다. 이제부터는 선물 포장이나 친구들에게 나눠 줄 구디 포장 등을 할 일이 있을 때마다 큰 아이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혹시 모르죠. 나중에 커서 선물 포장계의 대부가 될지도요. 아니면 이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갖게 될지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대학에서 사회교육을 전공한 제 입장에서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만) 캘리포니아 역사 좀 모르면 어떻습니다. 대신 놀라운 기억력, 계산능력, 공간 지각 능력, 친화력, 그리고 상당히 훌륭한 귀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럼 된 거죠.


3. 꼭 필요하다면 홈스쿨링으로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는 부분은 집에서 보충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저희 딸 반에서 전학 간 두 명의 학생들이 부모들이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바꾸었는지 저는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저 역시도 불안했었으니까요. 2학년 때 꼭 배워야 할 내용들을 놓쳐서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은 부모로서 당연한 것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강도가 더욱 올라가겠죠. 대학에 가려면 SAT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이해합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같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엄마표 홈스쿨링입니다.


저희 큰 아이는 수학적으로 감각이 있는 아이이지만 새로운 개념을 접하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다행히 게임하는  것처럼 교육용 앱을 통해 수학 문제를 푸는 아이라 아이패드랑 킨들만 손에 쥐면 내키는 대로 수학 문제를 풀어댑니다.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이니 이 고비를 무난하게 넘기기 위해서 옆에서 도와주어야겠죠. 저희의 도움으로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굉장히 즐거워합니다. 배움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는 거죠. 저는 주로 Khan Academy와 IXL을 주로 사용합니다.


작은 아이는 큰 아이와 완전히 다릅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똘똘한 2학년 여자아이의 전형이에요. 이 아이의 약점은 저를 닮아 끈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방과 후 한글 문제집과 수학 문제집을 한 장씩 풀게 합니다. 끝까지 다 풀면 '돈'으로 보상을 해 줍니다. 한 번 시작한 일을 끝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그 보상은 달콤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려고 시작한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한글도 제법 잘 쓰고 읽습니다. 여태까지 저랑만 한글 공부를 하다가 최근에 한글학교에 가고 싶다고 해서 등록해 주었는데 한글 배우는 것을 어찌나 즐거워하는지요.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팬시한 도서관 나들이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줍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가르쳐주고 싶거든요. 최근엔 아이들과 새로운 가족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6월 시애틀에 여행을 가는데 어디를 갈 것인지 아이들과 플랜도 짜고 가서 볼 것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요. 단 한 번의 프로젝트였지만 아이들이 알고자 하는 것들을 찾는데 주저하지 않네요. 참으로 대견스러운 일이지요.



PBL은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어떤 물고기를 잡을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는데 아주 유용한 커리큘럼입니다. 하지만 당장 먹을 물고기가 필요하다면 부모가 물고기를 잡아서 먹도록 해 줘야죠. 미래의 물고기만을 기대하다가 당장 굶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 적절한 지점을 찾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저는 엄마표 홈스쿨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아무데서나 가르쳐주지는 않으니 이것은 전문가 집단인 학교에 맡기고, 저희는 당장 먹을 물고기를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주는 거죠. 자칫하면 홈스쿨링으로 아이들의 부담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PBL 중심 교육을 시행할 경우에 겪게 될 어려움 중 '부모의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두 번째 어려움인 '입시라는 장벽'을,  그다음 포스팅에서는 '교사의 자질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