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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Feb 20. 2020

HTM vs HTMMA

하나의 거버넌스, 전혀 다른 학교 둘.

High Tech High Point Loma 캠퍼스에는 2개의 초등학교, 2개의 중학교, 그리고 3개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학생 선발이 추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처럼

학교 선정 역시 추첨으로 선정을 하고 그 결과를 놓고 일부 조정을 합니다.

학교 설명회에서는 이 두 학교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을 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저희 큰 아이는 High Tech Middle, Media Arts(HTMMA)를 2019년 6월에 졸업을 했으며,

작은 아이는 2019년 9월에 High Tech Middle (HTM)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작은 아이가 HTM에 입학한 것은 고작 6개월 정도 밖에 안 되었지만

이 두 학교가 너무나 다른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이 두 학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해 보고 시사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 학교는 여러 과목들이 통합된 프로젝트로 커리큘럼이 구성되고요,수업 일수도 같습니다.

통합 교과적인 특성에 맞추어 과목 구분은 최소한으로 하며, 기본 공통 과목으로 Humanity Math/Science, 그리고 일종의 개별적 맞춤 과목에 해당되는 X-Block을 두고 있으며, 학년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Exploratory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Humanity와 Math/Science 수업 시간에는 프로젝트 뿐 만 아니라 KBAR (Kick Back And Read)와 Math Workshop을 부수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공통적입니다.

한 학기 동안 공부한 것을 Exhibition을 통해 외부인들에게 설명하며, 수업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학부모 상담을 하는데요, 이 상담을 학생들이 직접 주도한다(Student Led Conference:SLC)는 것도 동일하고요, 수업 내용을 다 소화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Tutoring 프로그램을 방과후 혹은 전에 설치해 둔 것도 공통적입니다.

학기 시작 전 예비 중학생들에게 1주일짜리 학교 체험 프로그램인 Bridge 프로그램은 심지어 두 학교가 함께 운영하기도 합니다.


미술 수업 only vs 혹은 미술/음악/연극

하지만 학년에 따라 과목이 바뀌는 Exploratory 과목 운영은 학교에 따라 다릅니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다시피  HTM에서는 6/7/8학년에 따라 음악, 미술, 그리고 연극 수업을 하는데, HTMMA에서는 아트 관련 수업만 합니다. 학교 이름에 Media Arts가 들어가서 그런 것 아닌가 짐작만 해 봅니다.  


자신의 내면을 식물로 표현해 보는 Project, A*dapt

High Tech High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한 project A*dapt (왼쪽), 자신을 표현하는 디자인으로 실크 스탠실로 제작된 티셔츠 (오른쪽)

8학년 Fine Art 수업 갤러리 스케치.

6학년 미디어 아트 수업 시간에는 포토샵을 배워 다양한 작품들을 만듭니다. 제 브런치 프사에 올라온 작품도 저희 아이가 이 수업을 통해 만든 것이고요, 자기를 표현하는 디자인으로 티셔츠 제작도 하고 그랬어요.

7학년 메이커 수업 시간에는 Sculptris, Rhino 프로그램 등을 배우고 자신의 로고를 만들어 이것으로 핀도 만들어 제작하고, 나무 명함 같은 것도 만들고 그랬었답니다.

8학년 정통 미술 시간에는 작품을 만들거나 그리거나 제작해서 전시회를 가졌지요. 물론 작품도 외부에 판매하고요.

이에 반해 HTM은 좀 더 다양한 수업들을 하고 있어요. 이 중 8학년 연극 수업이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연극이야말로 문학을 기반으로 한 종합 예술 학문인까요.


ABC vs CR

성적을 매기는 방식도 다릅니다.

HTMMA는 A+, A, A-같은 방식으로 세세하게 구분하여 성적을 주고, 숙제와 수업 중 과제를 할 때마다 성적이 즉각적으로 나옵니다. 이 성적이 마음에 안 들 경우 내용을 보강해서 다시 내거나 하면 성적 정정이 가능합니다. 학생들과 학부모가 입장에서는 성적 관리하기에 좋은 시스템이죠.

헌데 HTM은 전체 학사 평가가 CR (Credited)으로만 성적이 나옵니다. HTMMA에서는 Exploratory 과목만 CR로 처리되는데 반해 HTM에서는 모든 과목이 이렇게 처리가 됩니다. 매번 제출되는 과제와 숙제들은 제 시간에 냈는지 얼마나 해서 냈는지 (Collected/Incomplete), 늦게 제출할 경우엔 (Late), 아예 제출하지 않으면 Missing으로 처리가 됩니다. 따로 성적으로 나오지 않아요. 매 번 숙제 내용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성적표에는 선생님들의 종합적인 평가만 들어가요. 따로 성적이 메겨지지 않으니 제 시간에, 제대로 해서 내는게 중요한 시스템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HTMMA의 방식이 학생들이 학점 관리를 하는 데 더 쉽다고 느꼈어요. 퍼센트로 성적이 나오니 자극도 즉각적으로 오고요, 이 자극이 숙제나 과제를 보강하는데 아주 유용한 원동력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Social Activity: The Zone vs Many Events

학생들이 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social activity를 다루는 것도 두 학교가 상당히 다릅니다.

HTM은 모든 학생들이 다 Before School/ After School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에서는 유료인데 말이죠! 방과전/후 프로그램을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매일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데요, 로보틱스는 물론 요리, 혹은 슬라임을 만드는 것까지.. 물론 보충 수업도 필요한 학생들은 하기도 하고요,


HTMMA는 일반적인 학교처럼 방과전/후 프로그램은 유료지만 다양한 이벤트들을 많이 해요. 6학년들은 일주일동안, 8학년들은 4일동안 캠핑도 가고요, 매 분기마다 Lock-in이라고 학생들끼리 방과 후에 다 함께 어울리는 이벤트(댄스 파티, 축제 등)들을 학교 주관으로 해요. 이외에도 Fall Festival 같은 정기적인 축제들도 기획되고요, 봄방학 전 선생님들의 주도 하에 진행하는 일주일짜리 직업 체험 프로그램인 Intersession도 아주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HTM은 학생들의 어울림을 일년 내내 꾸준히 진행하는 학교라면, HTMMA는 이벤트 위주로 진행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Culture: 자율적 vs 관리

위에서 비교한 차이점을 한 마디로 정리해 보면 바로 학교 분위기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M은 학생의 자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학생들 관리가 좀 느슨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매 주 수요일은 Late Start와 Half Day로 번갈아가며 운영되는데요, Late Start 같은 경우에 수업이 10시반부터 시작해요. 학생들은 정시에 등교해서 Befor School프로그램으로 가도 무방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 캠퍼스 주변에 있는 스타벅스와 그로서리점에서 만나 수다도 떨고 함께 런치랑 스낵도 사서 들어가지요. 하교도 학교 주변 캠퍼스라면 어디에서든 해도 상관없구요. 이러한 느슨한 규율은 성적 처리 방식을 봐도 알 수 있어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스케쥴을 관리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바로 HTM의 입장인데요,


이에 반해 HTMMA는 학생들의 등하교를 학교 앞으로 딱 정해놓고, 하교 후에도 캠퍼스 주변 상점에 가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해요. 성적 관리하는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고요. 관리형이죠.

 

재미있는 점은 HTM의 경우 교직원의 이동이 거의 없는데 반해 HTMMA는 상당히 자주 바뀌는 편이에요. 학교 교장 선생님부터 자주 바뀌는 편이고요, 선생님들도 저희 아이를 가르치셨던 분들은 대다수 학교를 떠나셨어요. 관리를 중요시하는 학교 시스템이 선생님들의 업무 과다로 이어지기 때문일까요?


학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설립 초창기에는 학교 이름에 맞춰 교과 프로그램을 다르게 운영했었답니다.

포인트 로마 캠퍼스에 있는 고등학교들을 예로 들어보면, High Tech High, High Tech High Media Arts, High Tech High International인데요, 학교 이름만 봐도 이 학교 교육을 통해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보이지요? 헌데 학교에 따라 호불호가 생겼고, 학생들의 편중 현상이 일어나 학교 간에 두드러진 차이점은 상당 부분 희석시켰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학교마다 차이점은 없다고 하지만

제 경험 상 학교별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High Tech High는 3개의 이사회가 학교의 목표와 미션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그 중 High Tech High 학교들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회는 The High Tech High Board에요. 즉 The High Tech High Board는 하나의 거버넌스로 모든 학교들을 통제하지만 그 통제의 영역은 상당히 기본적인 부분에서만 이루어 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외의 모든 부분은 학교 구성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며, 그 결과 이렇게 다른 분위기의 학교들이 만들어진 것이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학교 구성원'이 이렇게 다른 성격의 학교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학교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학교 CEO인 Larry Rosenstock에 따르면 바로 이 지점, 즉 '사람'의 문제에 High Tech High의 고민이 많다고 하네요.


2020년 2월 19일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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