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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Feb 10. 2021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나이,  Sweet 16!

코비드 시대,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것. 그 행복함에 대하여

미국에서 16번째 생일은 좀 더 특별하다.

누구에게나 생일은 특별한 날이지만,

미국에서의 16번째 생일은 좀 더 특별하다.

16살이 되면 부모의 동의하에 운전면허를 딸 수 있고,

위험직군 이외의 모든 분야에서 일을 해 돈을 벌 수 있으며,

심지어 결혼도 할 수 있다. 역시 부모의 동의하에.


여자 아이들에게 16은 더욱 특별한 숫자인데,

16살을 아이에서 성인 여자로  준하는 시기로 보고, 이 나이 때부터 산부인과에서 법적으로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여자 아이들의 16번째 생일은 Sweet 16 Party를 해 주는 등, 좀 더 성대하게 축하를 해 준다. (남자아이들은 보통 대학 가기 전, 고등학생 시니어일 때 파티를 성대하게 해 준다고 들었다)


우리 큰 아이가 며칠 전 16살이 되었다.

여자 아이가 아니니 Sweet 16 Party를 해 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16살이라는 나이가 의미 있는 나이인 만큼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 생일 선물로 뭐가 받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셰프 모자(생선 1호)와 인형(생선 2호)! (아놔..)

16번째 생일 선물로 아이가 직접 고른 선물들.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키워야 한다 ㅋ


어쩔 수 없이 남편과 작은 아이와 함께 큰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 컨셉을 잡아 깜짝 파티를 해 주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호텔 #우주.

호텔 숙박을 워낙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코로나 시국인 만큼 리조트로 호텔을 골랐는데,

예약한 곳은 Hilton Torrey Pines La Jolla(생선 3호).

우리가 갔던 날은 파머스 인비테이션 PGA 골프 대회날. 보통때라면 이 날 호텔 예약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호텔 건물은 인근에 있는 루이스 칸의 솔크 연구소와 참 닮았다.
깜짝 파티 기념 사진. 파티 후, 아들이 서프라이즈 파티 준비하느라 자기를 아빠랑 강제 산책 시킨거냐고 물었다. 그런 눈치도 챌 줄 알다니.. 감격, 그리고 보람

파티 시간은 한국과 동부 시간을 고려하여 4시로 잡았다.

6개월 된 조카부터 조부모님들까지 가족들이 모두 줌과 카카오 영상통화로 접속(생선 4호)해 함께 축하해 주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들은 자기를 위해 가족들이 함께 깜짝 파티를 해 주었다는 것에 굉장히 감격하고 행복해했다.

그 날 저녁, 아들이 나에게 나지막이 묻는다. 자기 몰래 파티 준비하느라 아까 아빠랑 자기를 산책시킨 거냐고.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 팁을 찾아낼 정도가 되었다니! 그것만으로 그동안 이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었던 시간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이 함께 해 더욱 행복했던 우리들.


다음 날 아침, 주문해 놓은  조식을 들고 나와 호텔 정원에서 식사 후 집으로 귀가.

여기까지가 2021년 1월 30일과 31일의 기록.


생일날인 2월 2일.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문자가 왔다.

생일 카드들을 모아 기프트 백(생선 5호들)을 만들어 놨는데 점심시간 전에 가지러 올 수 있냐고.

정성이 고마워 기프트 백 가지러 편도 30분, 왕복 1시간을 운전해 다녀오니, 페덱스 기사가 허름한 박스 하나를 던져 주고 간다. 다 찌그러져가는 박스라 대체 어느 회사에서 이렇게 엉망인 상태로 물건을 배송했나 싶어 앞부분을 살펴보니, 예상치도 못한 생일 메시지가 적혀있다. Happy Birthday, xx!(생선 6호)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보내준 카드들과 Sweet들.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선생님과 친구들이 아들 생일 축하 카드랑 간단한 Sweet들을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 학교에 가져다 놓기엔 너무 먼 곳에 사는 친구는 선물을 집으로 배송 보낸 것이고.

이런 마음 씀씀이라니! 우리 아들이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달까.. 마음이 따뜻해졌다. 코로나 때문에 비록 우린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있다는 텔레파시를 받은 것 같은 느낌?


우리가 예정한 것도 아니고,

기획할 수도 없는 그런 의미 있는 행사가 생일날 오후 4시에 있었다.

그것은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우주인으로 선발된 한국계 미국인인 조니 킴의 웨비나(생선 7호).

University of San Diego 수학과를 졸업한 분이라 우리에게 조금 더 특별했던 분. 네이비 씰 패치와 Nasa 패치를 나란히 달고 진행한 조니 킴의 웨비나에 우리 아이들은 제법 진지하게 참여했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군대를 거쳐 하버드 의대 출신 우주인이 준 겸손하지만 강한 메시지가 우주를 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겐 큰 울림이었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그 날 저녁, 생일 저녁으로 미역국 대신 아들이 먹고 싶다는 두부 계란국(생선 8호)과 한국식 치킨 집에서 주문한 닭가슴살 튀김 2파운드(생선 9호)를 먹으며 엄빠가 준비한 생일 선물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천체 망원경(생선 10호)

생일 선물과 함께 포즈를 잡은 우리 집 16살 장정.
나는 우주를 좋아해..아들의 카톡 프로필


언제부터인가 모르겠다.

우주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지는..

하지만 이제 만 16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지 결정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다.

워낙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은 늦게 걷는 아이인지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 아직은 결정하지 못한 채 꾸준히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부모로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것들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함께 걸어주는 것.

orginary 한 우리 아들, 우주 개척에 네 역할의 몫이 있을 거라 이 엄마는 믿는다.


기억력이 유달리 좋은 우리 아들, 아마 오늘은 평생 기억하겠지.

나의 Sweet 16은 정말로 달콤하고 스윗 했다고.


2021년 2월 9일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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