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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Mar 02. 2020

꼴찌에게도 기회는 있다.  HTH 워터폴로 도전기

지옥같은 사춘기. 스포츠로 버텨내다_1

올 해 고등학생이 된 저희 아들은 좀 (실은 상당히) 늦된 편이고

올 해 중학생이 된 저희 딸은 좀 조숙한 편입니다.

아마도 아들래미를 둔 엄마들과 딸내미를 둔 엄마들은 모두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실텐데요,

문제는 저같은 경우, 아이들의 사춘기가 겹쳐서 왔다는 거죠. 상상이 가시나요?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입니다.

전쟁을 치루고 있는 와중이지만

그나마 아이들이 운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상당히 풀고 있어요.

위기의 사춘기를 잘 넘기는데 운동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전, 예비 학부모 설명회에서 학교측이 가장 먼저 설명했던 것이 클럽팀과 스포츠팀에 대한 안내였습니다.


그 중 스포츠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고등학교마다 여러 종류의 스포츠 팀이 있고, 고등학생 리그가 쿼터별로 (3개월이 한 시즌입니다) 있답니다. California Interscholastic Federation(CIF)이라 불리는 캘리포니아 고등학교 스포츠를 주관하는 단체에서 종목들의 스케쥴과 관련 대회 스케쥴 일정 등을 조정하고 관리합니다.

예비 학부모 설명회 시 스포츠팀 관련 자료(왼쪽), 캘리포니아 내 고등학교 스포츠팀을 관리하는 CIF의 로고 (오른쪽)


우리 High Tech High Point Loma 캠퍼스에 있는 고등학교들은 한 학년당 100명 내외의 학생수를 가지고 있는 ‘작은 학교’들인지라 이런 운동팀을 운용하기엔 규모가 작답니다. 그래서 세 학교가 High Tech High 라는 이름으로 함께 팀을 구성해서  이런 단점들을 극복했지요. 참고로 우리 학교의 유명한 로봇틱스 팀인 홀리 카우도 (The Holy Cows) High Tech High 재단 하에 있는 고등학교 연합팀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운영중인 스포츠 팀은 다음과 같아요.

FALL

남/여 크로스 컨트리 (남/여)

여자 테니스

여자 발리볼

여자 골프

남자 워터폴로

Non-CIF(플래그 풋볼, 양궁, 서핑)


WINTER

남/여 축구

남/여 농구

여자 워터폴로


SPRING

남/여 육상 및 필드

남자 테니스

남자 골프

남자 배구

소프트볼

야구

남/여 수영


저희 14살이 되기 전까지 저희 아들은 팀 스포츠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그 흔한 축구 한 번을 안 했어요.

밖에서 땀흘리는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죠. 그래서 어렸을 때 아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수영은 조금씩이라도 시켰지요. 연중 따뜻한 남가주에 사는 환경도 아이가 물에서 놀기 좋기도 했고요.


당연히 우리 아들은 팀 스포츠에 흥미를 보이지 않으니 별 생각없이 보다가 가을 쿼터에 남자 워터폴로 팀이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띄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UCSD 대학팀의 워터폴로팀 경기를 아빠랑 직관하고 왔는데, 다행히 재미있어 하더군요. 그래서 9월 개학 한 달 전인 8월부터 워터폴로 연습 공지가 뜨길래 무조건 아이를 데리고 연습에 넣었습니다.


와.. 전 정말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수영을 잘 하는지 몰랐었어요.

정말 학생 한 명, 한 명이 돌고래같더라고요. 연습 시작한다고 코치가 휘슬을 불자마자 학생들이 50m 풀장을 쉬지 않고 왔다갔다 하는데, 정말이지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역영을 보는 것 만으로도 그들의 에너지가 저에게 전달되는 느낌이었죠. 쉬지 않고 20분 넘게 수영연습을 마치고 나머지 한시간동안 패스 연습 및 워터폴로 관련 스킬들을 연습하더라구요. 그리고는 나머지 20분동안은 편을 나누어 시합. 토탈 2시간동안 물 속에서 훈련을 주 당 2-3일 씩은 연습을 해야 하는거죠. 다른 팀과 경기가 있으면 팀 소집 빈도는 더 올라가죠. 거기에 실전 연습용으로 바다 수영까지..

https://www.youtube.com/watch?v=5ce3uHyms28


땀이 나서 운동하기를 싫어하는 우리 아이가 이 프로그램을 따라갈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 되었어요.

2시간동안 쉬지않고 물 속에서 떠 있는 것도 힘든데, 훈련받고, 경기하고, 연습하고.. 정말이지 보기만해도 숨이 찰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물 속에서 훈련을 하니 귀가 아프고, 두통까지 오더라고요.  의사는 이 현상은 Swimmer's ear라 불린다며, 적응되면 괜찮아진다고 하더라고요. 힘든 운동에, 귀가 아픈 통증과 두통, 그리고 감기까지.. 포기해야 하나 싶었죠.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는 이 힘든 적응기를 잘 견디고 한 쿼터를 잘 마쳤습니다. 주전 선수인 Varsity 멤버가 되기는 아직 멀었지만 Jr. Varsity 멤버로 아직 벤치를 지키는 신세더라도 한 쿼터동안 포기하지 않고 이 일정들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에 부모로서 정말 뿌듯합니다.


사실 저는 미국 고등학교 팀 스포츠에 대해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여기에서 고백하고 싶어요.

미드나 영화 속에 나오는 고등학교 스포츠 팀의 전형적인 분위기가 있죠? 부모의 재력에 의해 스포일 된 캡틴, 캡틴 주위에 무리지어 다니는 문제아들, 그리고 온갖 추문과 말썽의 본거지..

헌데 정말 운이 좋게도 저희 팀의 캡틴은 너무나 리더로서 자질이 뛰어난 11학년 학생이었어요.

언제나 솔선 수범해서 동료들과 후배들을 연습시키고, 팀을 나누어 경기할 때도 실력이 떨어지는 아이들 팀에서 함께 운동하고, 실수해도 웃으면서 잘 했다고 격려해 가며, 다음에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주 정중하게 이야기 해 주고요, 낙오되는 학생이 없도록 끝까지 응원해주고 챙기고.. 참 어른으로서도 닮고 싶은 그런 학생이었어요.

(참고로 이 학생의 꿈이 정치인이라고 하네요. ^^)


그리고 같은 팀 멤버들도 서로 챙겨주고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단 한 명까지도 기다려주고, 서로 칭찬해주고.. 참 훈훈한 아이들이었답니다. 잘 하는 아이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스스로를 다른 아이들과 구별짓고 다니는 것이 아닌 팀 꼴찌까지도 다 같이 어우러지는 그런 팀이었죠. 누구 하나 낙오되는 아이 없이요. 비록 우리 아이가 기록상으로 제일 꼴찌였지만, 더 나은 기록이 나오면 다 같이 환호해 주고 응원해 주는 아주 멋진 팀원들과 함께 생애 첫 팀 스포츠를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답니다.

그 전에도 이런 분위기였는지 아닌지는 제가 알 수는 없는데, 올 시즌에 팀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으로 CIF 준결승전까지 진출하는 성적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봄 쿼터가 시작되어 얼마전부터 저희 아이는 수영팀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멤버들이 워터폴로 팀에서 만난 동료들이었고, 이미 하나의 팀으로 이미 끈끈하게 유대관계가 맺어진지라  워터폴로 팀 캡틴을 중심으로 서로 더 나은 기록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습하고 아낌없이 조언해 주고 있어요. 여전히 워터폴로팀 캡틴은 수영팀의 캡틴으로서 팀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동생들과 함께 계영 팀을 구성합니다.

 

우리 아이는 기록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스타트 자세, 턴 자세 등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희가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개인 레슨으로 아이의 실력이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전부지요. 하지만 실력이 나이진다고 해서 수영을 즐기게 해 줄 수는 없습니다. 헌데 좋은 동료들, 친구들이 있으니 잘 못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수영, 그리고 워터폴로를 즐기면서 즐겁게 방과후 스포츠 팀 연습과 경기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풀고, 집중력도 좋아지고, 서툴게나마 동료 의식과 팀워크도 배우고.. 그야말로 스포츠의 순기능을 제대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학교 스포츠 팀의 팀워크가 좋은 것이 PBL 수업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한 삶의 태도라고 해석한다면, 너무 오버일까요?


2020년 3월 1일

ECHO

 

#Waterpolo #수구 #Team #P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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