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마윈은 이렇게 산채로 묻힐 것인가?
앤트그룹의 금융 플랫폼 형성 과정과 그 안의 혁신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기존 전통적인 국유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는 예금 잔액과 기존 및 신규 고객들을 전부 빼앗어가는 앤트그룹의 행보가 달가워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게다가 기존 전통 은행들을 포함한 금융 업계에서는 앤트그룹의 사업 방식에 대해서 커다란 불만을 갖고 있었다.
왜냐면 기존 은행들은 자기 자본 비율 같은 여러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앤트그룹은 오직 혁신 첨단 산업이란 이유로 본질은 금융업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본 비율 규제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은 전체 여신(대출)액의 2% 이내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할 뿐이었고, 주로 고객들에게 빌려준 소액대출 증서를 가지고 자산유동화증권으로 전환해서 이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자본금의 100배 이상으로 뻥 튀겨서 운용자금 규모를 늘려 나갔다. 대출 이자율은 하루 0.03~0.04%로 연간 금리로는 환산했을 경우 15% 이상의 고금리 대출 인 셈이었다.
따라서 기존 금융권에서는 앤트그룹을 결국 규제만 피해 가는 고리대금업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중국 정부에서 이들은 규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이 한창 성장할 당시 금융 업계의 적당한 경쟁은 금융개혁 및 시장금리 안정화 등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앤트그룹을 그대로 두고 많은 규제를 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에 이야기 한대로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의 덩치가 이제는 너무나 커지고 지나치게 잘 나가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인 약 10억 명이 알리페이로 결제를 하고, 앤트그룹의 대출을 받은 개인은 약 5억 명, 중소기업은 2천만 개사 정도다.
전자상거래와 금융서비스 및 결제시장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로 알리바바는 사회 인프라 기업이라고 일컬을 될 정도로 안 건드리는 분야가 별로 없고 또 지속적인 사업 확장세에 있다. 마침내 중국의 소비와 금융을 공산당이 아닌, 일개 민간인에 불과한 마윈이 지배하는 상황 비스무레하게 된 것이다. 물론 마윈도 공산당원이긴 하지만 공산당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중국 당국의 경계심이 커진 상황이므로 점점 각종 규제의 압박을 세게 느끼던 마윈이 공개적으로 작정하고 중국 정부의 금융 규제 및 정책에 대해서 비판 수위를 높였고, 중국 정부에서는 이제는 이미 예리하게 갈아놓은 규제의 칼을 빼들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마윈이 어떤 마음으로 그랬을지는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새장을 박차고 나가려는 새를 가만히 두는 새장 주인은 없을 것이다.
마윈의 공개적 비난 후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마윈과 앤트그룹의 최고경영진을 불러서 야단을 쳤다. 언론에는 면담의 형태로 보도되었으나 이는 중국 정부가 일반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인사를 불러다가 놓고 혼을 내는 초치의 형식이었다.
아울러 원래 2020년 11월 초에 예정되어 있던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한 연기시켰고 중국 금융 당국은 곧바로 ‘플랫폼 경제 영역 반독점 지침’ 초안을 내놓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의 중국 거대 기업들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에 나섰다.
온라인 소액대출 사업에 대해서도 자기 자본 확충, 1인당 대출 액수 제한 등 더 이상 앤트그룹이 피해 갈 수 없는 규제들을 내놓았다. 규정을 맞추려면 앤트그룹의 금융 사업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2020년 12월에는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에게 결제 분야 외에 금융 분야에 있어서는 금융지주회사를 세우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정식 금융업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자기 자본금을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이 마련해야 하는데, 이게 사실상 어렵다고 하니 돌려 말하면 앤트그룹의 금융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이에 앞서 2020년 10월 선전시에서는 중국 인민은행과 공동으로 시민들 5만 명을 추첨으로 선정해서, 당첨자들에게 각 200위안씩 총 1,000만 위안의 디지털 화폐를 유통하는 테스트를 했다. 당첨자들은 디지털 화폐 앱을 통해서 당첨금을 지급받고, 선전시 뤄후구의 3,000여 개의 상업시설에서 사용했다. 이는 중국 금융 당국이 중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한 디지털 화폐 공개 실험이었다.
아직 정식 유통 단계는 아니지만 선전에서 시범 테스트한 중국 디지털 화폐의 특징을 살펴본다.
디지털 화폐는 법적으로 부여된 강제 통용력이 있으므로 중국 모든 이는 결제 수단으로 거절할 수 없고, 유통 방식은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 인민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유통되는 이원화 방식으로 개인은 시중은행에 위안화를 지불하고 디지털 화폐로 교환하는 방식을 취했다. 또한 디지털 전자지갑 앱이 별도로 있어서 그 안에 저장된 상태로 사용되어, 네트워크의 연결이 불요하다. 또한 현금처럼 익명성이 보장되는 형태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당국이 불법 거래를 의심할 시에는 추적이 가능하다.
중국 금융 당국은 디지털 화폐를 통해서 향후에 양적 완화 정책 등으로 시장에 유입시킨 자금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서 통화 정책의 효과가 어떤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며, 기존 화폐 제조 및 관리 비용이 절감되며 자금 세탁 및 범죄 행위 등의 불법 거래가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초의 디지털 화폐로서 향후 국제 표준을 선도할 가능성이 커지며, 위안화 국제화 확산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또한 공식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지만 디지털 화폐 시범 테스트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민간 주도 디지털 결제 시스템 패러다임을 다시 중국 정부에서 회수하고 금융 당국의 입맛에 맞게끔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화폐가 상용화될 경우 간단한 전자 결제가 보편화되어 알리바바와 텐센트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시중 은행 및 증권사 등의 전통적 금융업계도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제고된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이미 이 정도까지 준비를 마쳤고 언제든지 중국 전체로 전면 실시를 할 수 있으니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정부 정책에 알아서 잘 협조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렇게 각종 금융 규제와 디지털 화폐 등으로 압박이 들어오면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의 입지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도 중국 인구 10억 명에게서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상의 소비 내역과 온오프라인 결제 정보의 빅데이터를 잃게 되는 것이 알리바바에게 가장 두렵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위에서 수 없이 이야기한 모든 금융 혁신의 출발점이 바로 빅데이터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빅데이터는 석유, 연료, 에너지원과 같다. 그것을 잃어버리면 성장 엔진이 멈출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알리바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보인다.
그래, 개기면 이렇게 한 방에 훅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