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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May 26. 2021

11. 알리바바 소름 돋는 신용평가와 신용대출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던데?


신용평가 : 알리바바의 즈마신용(芝麻信用)


앞에서 살펴본 마이화베이(蚂蚁花呗)와 마이지에베이(蚂蚁借呗) 모두 무담보 신용 대출로서 담보를 근거로 꼼꼼히 대출을 실행하는 기존의 중국의 시중은행과는 대출 방식이 많이 다르다.


따라서 자금 임대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임차인이지 어떤 사람인지, 평소에 어떻게 소비하고 저축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을 해결해주는 빅데이터 플랫폼이 바로 즈마신용이다.


참깨 신용이라... 마윈 진짜 알리바바한테 너무 하는 거 아니오?


즈마신용은 소비자 및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평가 점수를 산출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데이터로 개개인의 신용도를 채점하는 중국 최초 신용평가 대행사로 이해할 수 있다.


즈마신용의 신용평가 시스템은 알리바바의 앤트그룹을 비롯한 각종 금융 대출 기관, 상점 등에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 도구로 제공되며 이는 주택담보 대출, 모바일 비용 결제, 차량 구입 대출 등 계약에 사용될 수 있다. 기존의 전통 신용평가 시스템과의 차이점은 즈마신용의 평가 시스템은 은행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경력이 없는, 신용 기록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가 어떤 회사인가, 긴 시간 동안 여러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잔뼈가 굵어서 마음만 먹으면 일반 소비자들이 어떤 소비적 삶을 살고 있는지 한눈에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회사다. (당연히 그렇게 안 한다고 공식적으로는 주장한다)


게다가 알리페이 내역을 통해서 대출을 희망하는 고객들이 어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 어떤 물건을,

- 언제,

- 얼마에 샀는지,

- 매달 평균 총 쇼핑액이 얼마인지,


또한 오프라인 결제 내역 등을 분석 및 수집하여

- 평소에 식사 한 끼당 얼마를 지출하는지,

-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 어떤 브랜드의 휴대폰을 사용하고

- 통신비는 얼마나 쓰는지,

- 어떤 의류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 어느 도시를 여행하는지,

- 누구와 어떤 인맥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다 파악이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부처님처럼 니가 어떤 사람이 손바닥 위에서 다 보고 있어요.


소오오오오-름


한국이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거해서 이런 개인 정보의 수집이 많은 제약을 받는 상황이고, 중국에서도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8개의 민영 회사가 2015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부터 《개인 신용관리 업무 준비 작업의 완료에 관한 통지》에서 신용조회업 허가를 받은 바 있으며 공식적으로 이 허가 범위 내에서만 정보 취득이 가능하며 정보의 개별 주체의 사전 동의하에만 해당 정보가 수집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지켜지는지 확인은 불가하다.


여기에 중국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상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여타 국가에 비해서 상당히 저조한 측면까지 더하면 우리의 상상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가 기업들에게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중국에서 핸드폰으로 스팸 문자 메시지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만 따져봐도 감이 온다.


실제로 중국 사람들에게 알리바바(혹은 텐센트)에서 당신의 소비 내역 등 온갖 개인 정보를 다 알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해보면 그 점은 아는데 그렇다고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를 안 쓸 수 있는지 오히려 질문을 하면 참 답변이 궁색하다. 다시 현금 쓰라고 하기도 뭐하고 말이지.


에라 모르겠다. 그렇다면 '무, 무야~호~'


중국에서 모바일 페이 안 쓸 수 있냐고 물으면, 나도 참 그만큼 답변이 궁색하신 거지


공식적으로 앤트그룹은 소비자의 신용평가를 함에 있어서 총 5가지의 기준을 준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내역은 계속 변경되고 있는데 2021년 기준 다음 5가지로 신용 점수를 도출한다. 즈마신용 점수는 350점~950점까지 있는데 350~550점은 신용 낮음, 600~650 신용 양호, 700~950점은 신용 매우 좋음으로 분류된다.


1) 신용기록(守约记录) : 생활 속 사회적 약속 이행 이력 (소액대출 상환, 버스/지하철 합법 이용, 공유 자전거/배터리 반납 여부 등)


2) 행동습관(行为积累) : 각종 온오프라인 쇼핑 등의 소비 행위, 수도 전기 등 공과금 납부, 벌금 이력 등


3) 신분증명(身份证明) : 신분증, 학력, 취업 정보(회사, 경력, 연수입 등), 운전면허 등의 개인 정보 등


4) 자산증명(资产证明) : 주택 등 고정자산, 보유 차량, 은행 예금 및 알리페이 계좌 잔액 등 유동자산 등


5) 인맥관계(人脉关系) : 소셜 관계 및 가족, 친구, 지인들의 소비 습관 등을 반영


따라서 저 5가지 중 신분증명이나 자산증명 등은 사용자가 직접 적어야 하고, 일부는 즈마신용에서 자동으로 계산한다.


알리바바가 최근에 평가한 나는 상당히 못 믿을 만한 사람이다. 한국에서 신용 점수 1000점(만점)에 빛나는 나지만 중국에선 이 모양 이 꼴일 뿐이다.


정보 수집 과정의 논란은 있다고 쳐도 결과론적으로는 앤트그룹은 이 즈마신용에서 나오는 신용평가 점수 + 알파(정확한 산정법은 잘 밝혀지지 않았다)로 고객들에게 소액 대출을 승인 중에 있고, 알리바바의 인터넷 은행인 마이뱅크(MYbank)의 부실채권 비율은 실제로 중국 주요 시중은행(공상, 건설, 중국은행 등)의 1.8~1.9%대에 비해서 1% 내외를 기록하며 훨씬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알리바바그룹 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얻은 소비 패턴, 결제 대금 등의 빅데이터와 즈마신용의 힘이다.


다시 살짝 이야기를 샛길로 빠뜨리자면, 최근 몇 년 간 중국은 신용사회 건설이라는 명목 하에 중국 인민들의 행동 방향으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


중국 내 모든 사람의 사회신용 점수를 계량화해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알리바바와 텐센트에서 이미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참고로 저 중국은행의 신용조회업 허가 규정은 중국이 2020년까지 개인과 기업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DB)를 구축해 전면적인 사회신용평가 시스템을 실시하기 위한 첫 단계 조치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20년도 되기 전부터도 중국에서는 악덕 채무로 인한 사회신용제 하의 신용불량자가 되면 항공권, 고속철 구매 금지, 출국 금지, 기업 임원으로 임용 금지, 대출 금지, 자녀 사립학교 등록 금지 등의 무려 169가지의 무시무시한 벌칙 제약을 받게 된다. 실제로 한 아버지의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자 그 아들의 명문대 입학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져서 중국 SNS 웨이보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여기 선전에서는 한 해에 3차례 지하철 무임승차 사실이 적발될 경우 사회 신용제의 블랙리스트에 넣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도에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어서 항공권 구매제한을 받는 사람이 무려 1,700만여 명, 고속철 구매제한을 받는 사람은 400만여 명으로 중국에서는 사회신용제 관련 벌칙이 시행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신용불량의 멍에를 짊어지고 이동의 자유까지 반쯤은 박탈당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소름 돋고 무시무시하다. (출처 : 중앙일보)


상벌 차원의 반대급부로 우수 납세 기업, 납세자 및 각종 사회신용 우수자(최근에는 헌혈 장려 차원에서 헌혈을 많이 하면 사회신용 점수가 상승된다고 함)가 레드리스트에 등재가 되면 행정기관 전용통로, 무담보 신용 대출, 사무실 무담보 신용 임대, 대중교통 할인 우대 및 각종 생활 편의 보증금(호텔, 공용 자전거, 공용 배터리 등)의 면제 혜택이 따른다.


다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몹시 무섭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중국 인민들을 통제하는 방법으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이긴 한다.



인터넷은행 : MYbank(网商银行, 마이뱅크) 소액대출은행, 신용평가와 연동


1992년 마윈이 하이보 번역사에서 근무할 당시 3만 위안을 빌리기 위해 3개월의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다. 집에 가지고 있던 모든 세금계산서(发票)를 제출하고, 저당을 잡혔는데도 여전히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지 못했다. 그 당시의 기억으로 마윈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영세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은행은 없을까”라고 고민했으며, 영세기업 대출에 특화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꿈꿨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마윈의 앤트그룹은 2014년 9월에 인터넷 은행인 마이뱅크(MYbank)를 설립을 추진한다. 한국 최초가 K-bank고 두 번째가 카카오 뱅크인데 둘 다 2017년에 운영이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이미 중국은 3년이나 먼저 설립이 된 것이다.


이 중국 최초의 민영 인터넷 은행인 MYbank는 매출 100만 위안 이하의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무담보로 소액 신용대출을 진행하기 시작한다. 이미 개인한테도 마이화베이와 마이지에베이로 소액 대출을 실행 중에 있었으므로 기업에 소액 대출을 내주는 것이 특별히 더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MYbank는 2014년~2019년도까지 400여 개의 금융기관과 협력하여 약 1,800만 개사의 영세기업(小微企业, 샤오웨이 기업, 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무려 3조 위안(한화 약 500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중국 영세기업 숫자가 약 9,000만 개사인 것을 감안하면 20%의 영세기업이 대출을 받은 셈이고 이 중 약 80%는 타 금융기관 대출 이력이 없는 기업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중국 국유은행에서는 담보 없이는 대출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는데, 대부분 영세 기업들은 국유은행에서 자금 대출은 거의 생각지도 않았다. 앤트그룹의 무담보 대출이 얼마만큼 그들에게 가뭄에 단비가 됐을지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마윈의 변하지 않는 비전 중에 하나가 중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자는 마인드와 영세 중소기업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의협심이다. 참고로 마윈은 김용(金庸)의 무협지광이라서 협객(侠客) 마인드를 특히 중시한다.


스스로 지은 별호는 <소오강호>에 나오는 독고구검의 대가 풍청양이다. 알리바바의 9가지의 핵심 가치관은 심지어 '독고구검'으로 표현된다, 참고로 자신의 사무실 명칭은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복숭아꽃이 만개하는 섬인 '도화도'이고, 회의실은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무림고수들이 비무를 벌이는 장소인 '광명정'이다. 그래서 중국 내의 제일가는 상업 대협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덕후적 똘끼를 상업적으로 완벽하게 승화시켰다. 그러나 이 모두 일장춘몽..?


의협심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뼈 속까지 비즈니스 맨(뼈즈니스맨?)인 그가 밑지는 장사를 할 리는 없다. 무담보 대출을 내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소비성 소액 대출인 마이화베이를 다룰 때도 언급했지만 바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개인 혹은 기업의 사업 현황, 성장 잠재력, 자산, 신용도, 리스크 등의 자금 상환능력에 대한 종합적 평가일 것이다.


해당 기업이 티몰, 타오바오 혹은 알리바바닷컴에서 활동한 내역과 알리페이의 사용 내역 역시 중요한 평가 항목일 것이다.


따라서 마이뱅크는 대출을 희망하는 기업 운영자의 즈마신용의 신용평가점수뿐 아니라 해당 기업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기록한

- 매출액,

- 판매량,

- 불량률,

- 반품률,

- 구매평을 통한 고객만족도,

- 재고 부담률,

- 현금 회전율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서 다각적이고 정밀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를 위해서 앤트그룹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3,000개의 리스크 관리 솔루션과 10만 여 개 항목으로 구성된 입체적인 리스크 평가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또한 성실하게 대출을 상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알리바바의 각종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을 제한시켜서 부실채권 발생률을 더욱 낮췄다.


이보게, 보고 있는가 국유 은행 君..여기 자넬 능가하는 뛰어난 은행이 여기에 있네..!!


이런 기업평가 시스템은 기존의 국유 은행의 심사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것이다. 국유 은행은 담보 없는 기업들에게는 대출 문턱 자체가 매우 높을뿐더러, 1년에 1~2번씩 찾아와서 대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소득 증빙과 담보를 근거로 대출 심사를 한다.


그런데 이는 실시간 데이터가 반영이 안 된 자료일 뿐 아니라, 기업이 제출할 수 있는 자료라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다각적인 측면에서 자세하게 기업의 자금 상환 능력을 점검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오히려 은행 입장에선 부실채권이 발생할 것을 감안하여 대출금리가 높게 나가고 대출 문턱은 점점 높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마이뱅크가 국유은행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가지고 많은 영세기업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결과다. 또한 마이뱅크는 ‘310 대출 모델’을 개발해서 소상공인, 농민의 무담보 대출에 대해서 빠르고 신속하고 정확한 대출을 제공했다. ‘310'이라는 것은 모바일 대출 신청은 3분 이내 소요, 심사 승인 시간 1분 미만이며 대출 과정에서 은행원 0명이 개입한다는 뜻이다. 즉, 시스템에 의해서 바로 대출 여부와 대출 실행까지 무인으로 실행된다고 볼 수 있다.


최첨단 AI 및 빅데이터 기반한 리스크 관리 기술의 활용으로서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렇게 실행된 대출의 부실 대출 비율(NPL 비율)은 약 1%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위에 본 대로 많은 대출 상품에서 은행원이 아예 개입하지 않으므로 인한 인건비 절감 등의 운영비용 축소와 AI 및 빅데이터 활용을 바탕으로 국유 은행들보다 훨씬 높은 순이자마진을 기록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영세기업을 위한 인터넷은행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해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대출을 확대하고,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결제 날짜를 늦춰주고 이자율까지 낮춰주는 등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정도면 진짜 쩌는 알리바바의 금융제국에 대한 간단한 맛보기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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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8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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