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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May 26. 2021

10. 알리바바 금융, 혁신과 고리대금업 사이

재테크와 소액 파이낸싱의 기막힌 결합

<결제수단에서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


자산 운용(재테크) : 위어바오(余额宝)


앤트그룹은 2013년에 머니마켓 펀드(MMF)인 위어바오 서비스를 론칭하면서부터 진정한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즉, 기존의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에 자산 운용 서비스를 더 한 것이며 이 양대 금융 서비스를 바탕으로 계속 확장해서 앤트그룹은 지금 전 세계 최고 가치의 핀테크 기업으로 등극했다.


위어(余额)는 중국어로 남은 금액 혹은 잔액이라는 뜻으로 알리페이 지갑에 충전되어 있는 금액을 그냥 놀리면 아까우니 알리페이에서 마련한 각종 재테크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서비스다. 본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앤트그룹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즉, 파격적인 조건으로 손해 볼 각오를 하고 트래픽과 사용자를 증가시키는데 영혼을 끌어모았다.


위어바오: 잔돈 주머니~


2013년 출시 당시 중국 내 은행이자 상한선이 약 3%대였으나 위어바오는 무려 두 배에 달하는 수익률 6%의 투자상품을 내놓았고(2014년 1월 최고 수익률은 무려 6.7%까지 기록), 투자 금액의 하한선도 두지 않았다. 투자금은 1위안보다 적어도 무방하지만 일 상한선은 설정됐다. 즉, 잠시 갈 곳 없는 중국인들의 자투리 돈들이 위어바오로 마구 쏟아져 들어오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어느 중국은행이나 증권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잔돈 금융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이 돈은 단순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각종 재테크 상품에 투자가 되므로 금융 상품 투자에 대한 문턱은 거의 완전히 없어진 셈이었다. 위어바오는 알리페이라는 모바일 인터넷 특성에 맞춰 만든 MMF 상품이므로 증권사에서 보통 수행하는 펀드 상품의 구매, 환매 등의 절차를 모두 없애버리는 것에 집중했기에 가입이 매우 편리했다.


당시 개인 계정의 하루 추가 투자 한도는 2만 위안이며, 총 투자금액은 10만 위안으로 제한된 것은 위어바오가 투기로 번질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동 장치였다. 위어바오에 들어간 자금은 주로 알리바바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텐홍 펀드(天弘基金)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투자 포트폴리오의 90% 정도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안정적인 은행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 투자(7%), 보험상품 투자(2%) 및 기타 투자(1%)로 구성되어 있었다.


알리 페이 보면 형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은 한국 핀테크 어플, 토스/뱅크샐러드. 나름 알리페이보다 뛰어난 부분이 있음


또한 위어바오에 들어있는 금액은 기존 알리페이와 동일하게 사용 가능케 하여 편의성을 더욱 제고했다. 즉, 타오바오와 텐마오 등 각종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 대금으로 사용 가능하고, 타 은행으로 송금도 가능했으며 공과금 납부 역시 문제없었다. 투자한 금액은 수시로 증액, 전부 또는 부분 환매, 본인 명의 은행 계좌로 송금 가능했고 이 과정은 핸드폰 상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끝나게끔 편리하게 만들어졌다.


잠시 딴 길로 새자면 중국에서는 현지인들도 어떤 기관(금융, 행정, 의료 기관 등)을 찾아가서 뭘 신청하고 대기하는 것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불만이 많다. 확실히 많이 나아졌지만 중국에서 최첨단을 달린다는 선전에서조차도 2021년인 지금도 어디에 뭘 접수하러 가면 대기줄은 왜 이렇게 길고, 응대 직원들 또 왜 이렇게 불친절하고, 분명히 유선상으로 확인했을 때 필요 없다던 서류는 또 왜 갑자기 달라고 하는 등등의 일련의 핑퐁 과정이 외국인들에겐 매우 큰 스트레스이며 현지인들에게도 쉽지 않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8년 전 그런 거 하나 없이 비대면으로 핸드폰 어플 터치 몇 번으로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내 맘대로 수시로 넣다 뺐다 쓸 수 있고 이자도 은행에 두 배라니, 대박을 치지 않을 수가 없는 서비스였던 셈이다.


이렇게 단순히 이자가 높다는 것 외에서 그 귀찮고 짜증 나는 은행 및 증권사 직원과의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편리함의 측면에서 위어바오는 중국인들의 정신줄을 놓게 만들어버렸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자마자 위어바오에 얼마큼 돈이 늘어났는지 확인하는 게 하루의 시작일 정도로 한동안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작은 퍼센트지만 금액이 매일매일 쌓아가는 것을 보면서 중국인의 재테크에 대한 커다란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평가받는다.


위어바오는 지금도 3억 명 이상의 사용자와 300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통화 완화로 인한 저금리 현상 등으로 최근에는 은행 이자와의 큰 차이는 없으므로 처음 출시 당시만큼 신규 고객 와 신규 자금 유입량이 높다거나 이슈가 된다는 등의 과거에 비해 투자 매력은 떨어졌다는 것이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다.


사실 처음에 이용자 확보를 위해 특별히 많은 이자율을 지급했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위어바오는 외국인 신분증(예를 들면 여권)으로는 신분증 통과가 안돼서 가입이 불가하다. 예전 칭다오에서 근무 당시에 이거 가입을 못해서 매우 너무 몹시 배가 아팠는데 지금은 은행 이자 수준이라니,


다행이야 수익율이 폭망해서.


어쨌든 2021년 현재도 외국인은 여전히 가입이 불가하다. 응, 이제 하라고 해도 관심 없음.



파이낸싱(대부업) : 마이화베이(蚂蚁花呗)와 마이지에베이(蚂蚁借呗)


1. 마이화베이(蚂蚁花呗)


재테크 금융 서비스 외에 또한 동시에 앤트그룹은 마이화베이라는 소비성 할부 결제 기능의 가상 신용카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마이화베이(蚂蚁花呗), 일단 쓰고 나중에 결제하라는 뜻


마이화베이(蚂蚁花呗), 일단 쓰고 나중에 결제하라는 뜻으로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지 않은 중국에서 중국인들은 마치 이를 한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느낌으로 쓴다. [화베이는 花呗, 중국어도 화花는 '쓰다'라는 뜻이며, 베이呗는 '~해버리지 뭐'라는 어감을 주는 어조사이므로 전체적으로 '아몰랑 그냥 써봐'라는 느낌을 준다. 질러라! 같이 소비를 부추기는 느낌도 난다]


알리바바 화베이가 명하노니 질러라! 딱 이 느낌.


즉, 개인의 신용 평가를 통해서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나중으로 미뤄서 할부로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개인 신용도에 따라서 500~50,000위안까지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대출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그에 따른 이자는 내면 된다. 이자 부담은 있으나 이 소비 장려성 소액 대출로 인해 인해 일반 소비자의 자금 회전에 큰 가속도가 붙었다.


실제로 매년 열리는 알리바바의 광군절(11.11) 행사에서 화베이 신용 대출을 통해서 결제한 비율이 총결제액의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 결제액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 마이지에베이(蚂蚁借呗)


화베이가 쇼핑이나 서비스 구매에 사용되는 소액 신용카드 느낌이라면, 마이지에베이는 소액 현금 신용대출 서비스다.


마이지에베이(蚂蚁借呗), 싱싱한~ 무담보 신용대출이~ 왔어요~


한국에서 신용카드와 거의 한 세트로 같이 제공되는 서비스가 바로 현금서비스인데, 이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지에借는 빌리다는 뜻으로 화베이와 마찬가지로 번역하면 어서 빌려봐~라는 권유하는 느낌이다) 이 역시 무담보 신용 현금대출로서 앤트그룹에서 개인 고객 대상 서비스이며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및 알리페이 지급결제 플랫폼에서 누적된 빅데이터를 신용 평가에 활용함으로써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특징이다.


그리고 감히 이 앤트그룹을 금융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이유는,


돈을 빌려줘서 이자놀이 혹은

돈 불리고 싶은 재테크 희망자들

+

돈 빌리고 싶은 사람들

한데 모아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즉,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재테크인 위어바오 사용자들은 돈 공급자,

화베이/지에베이 사용자들은 돈 수요자


라고 보면 된다.


알리바바의 앤트그룹은 이 둘을 한데 묶어서 운영하는 금융 플랫폼인 것이다.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효율적으로 묶어 준 건 좋았지만 고리대금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슬그머니 들기 시작한다.


---


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8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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