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인물C May 26. 2021

9. 알리바바 금융 제국: 앤트그룹

알리바바 금융 제국에서 알리페이는 그저 거들뿐

전자상거래와 물류에 이어서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플랫폼을 살펴본다.


타오바오가 이베이와 벌인 혈투에서 알리바바의 승리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2004년에 시작된 알리페이(支付宝, Alipay, 즈푸바오)가 바로 금융 플랫폼의 출발점이다.


한국 개미와는 다르게 매우 무서운 중국 개미


알리페이는 그저 알리바바 결제 서비스의 명칭일 뿐이고, 알리페이를 포함한 금융 플랫폼 전체를 운영하는 기업은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蚂蚁集团, Ant Group)이다. 마윈은 힘없는 개미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걸 보여주고자 개미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한국 개미는 아직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지지부진한데 중국 개미는 출세해서 집단을 이뤘네


앤트그룹의 주요 사업은 크게


1) 결제 : 알리페이

2) 재테크(자산운용) : 위어바오(余额宝)

3) 파이낸싱 : 마이화베이(蚂蚁花呗)와 마이지에베이(蚂蚁借呗)

4) 신용평가 : 즈마신용(芝麻信用)

5) 인터넷은행 : 마이뱅크(网商银行)

6) 보험 : 마이보험(蚂蚁保险) 등


그 외도 뭐 잡다하게 많다.


초창기에 단순히 에스크로 서비스나 해주던 결제 서비스의 사업 범위가 이렇게 컸다는 데에 놀라움이 느껴질 뿐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는 것에 더욱 입을 다물 수 없다.


마, 내 예전에 알리 페이나 깨작대던 그 김판호 아이다.


알리바바의 결제 서비스의 극한 응용 사례를 보고 얼마나 많은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들이 불나방처럼 결제 시장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던가? 알리페이가 생겨난 2004년으로부터 근 20년이 가까워지는 2021년 현재도 미련을 못 버리고 새롭게 생겨나는 각종 ‘ㅇㅇ 페이’를 서비스를 보고 있노라면 마윈의 사업 선구안이 몹시 감탄스럽다.


알리바바 금융 플랫폼 제국의 가장 기초가 되는 알리페이부터 살펴본다.



알리바바 금융 플랫폼 시작 : 알리페이(支付宝, Alipay)


알리페이는 에스크로 서비스로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거래 대금을 잠시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제품의 이상이 없음이 확인되면 판매자에게 그대로 송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위안을 받아서 100위안이 고스란히 나가게 되는데 미국의 페이팔서부터 중국의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 그리고 한국의 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 삼성 페이를 비롯한 온갖 핀테크/테크핀 업체들이 부디 자신들의 결제 서비스를 제발 좀 써달라고 쿠폰과 각종 혜택을 쏟아내는 것이며, 왜 그렇게 결제 시장을 잡으려고 노력할까?


알리페이의 수익 창출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자



- 첫 번째로 일단 돈과 가까운 자, 돈을 벌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여기 있는 소고기가 있다고 상상하고 손가락으로 집어서 고스란히 저~기로 옮겨보자. 고기는 분명히 이상 없이 제 자리로 옮겨졌는데 당신 손에는 미끈거리는 기름이 묻었을 것이다. 그것이 소고기를 손수 집어다가 여기서 저기로 옮기는 자의 이익이다.


보통 에스크로 서비스를 통해서 구매자의 자금이 실제로 판매자의 통장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전자상거래 플랫폼마다 다르며 빠르면 3~4일, 늦으면 1~2달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구매자의 수신 확인이나 구매 확정이 늦게 될 경우는 더더욱 결제 주기가 길어지기 마련이다. 나만 해도 혹시 쓰다가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마음에 괜히 구매 확정을 먼저 누르는 건 꺼리게 돼서 자동적으로 구매 확정이 될 때까지 미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디 나 같은 사람이 한 둘이겠는가, 그런 식으로 묶인 자금이 알리페이 안에 평균적으로 1000억 위안이라고 치면 연간 2%의 이자만 쳐도 연간 약 20억 위안의 이자 소득이 발생한다. 이 정도면 손에 그냥 단순히 손에 소기름칠 하는 수준이 아니라 최고급 투뿔++ 꽃등심 잔치를 일 년 내내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알리바바의 소고기 잔치는 2019년 중국 금융당국에서 소비자가 맡긴 돈, 즉 지불준비금을 더 이상 시중 은행에 맡겨서 '이자놀이 NoNo' 규정을 제정해서 더 이상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정부에서 정책이 있으면 민간에서 대책이 있듯(上有政策, 下有对策) 알리페이의 위어바오는 머니마켓 펀드(MMF)로서 이 지불준비금 규정에서 자유로우므로 알리페이에선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을 위어바오로 몰고 있다. 위어바오는 밑에서 추가적으로 기술한다.



- 두 번째로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계정에 자금을 출납시킬 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알리페이 지갑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알리페이 계정에 돈을 넣어 놓으면 온라인 결제나 오프라인에서 조금 더 편리하게 결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알리페이로 돈을 넣는 건 무료지만, 나중에 다시 이 돈은 본인의 은행 계좌로 옮기거나 알리페이 계정에서 신용카드 결제 금액 갚는 경우 평균적으로 0.1%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 0.1%가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중국 전체 모바일 결제의 50% 내외를 차지하는 알리페이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 역시 큰 수입원이다. (기업 회원과 개인 회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 체계는 다르다)


들어 갈 때는 니 마음대로지만, 현금 인출 시는 수수료를 내야 할 것이야! 0.1% 내놔라. 100위안이면 0.1위안


- 세 번째로 알리페이 어플에다가 맞춤형 광고를 싣는 방식으로 수익 창출하고 있다.


사용자가 타오바오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실제 어떤 온라인 매장에서 어디에 얼만큼 썼는지 알기 때문에 정확한 타기팅 광고가 가능해서 효과가 좋으므로 광고 수익도 높다. 내가 관심 있는 것 위주로 추천해 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알리페이 어플 내 각종 광고들, 내가 며칠 전에 福客 마라탕 먹은지 귀신같이 알고 추천해주는 거 보소 ㅎㄷㄷ


- 네 번째는 알리페이 어플 내에서 생활 편의 서비스로 알리페이 사용자들을 연결함으로써 그 사이에서 간접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알리페이 어플에는 비행기, 철도, 영화, 호텔 등의 예약 서비스, 핸드폰 요금 충전, 외식 및 음식 배달 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생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기업들은 알리바바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등의 매우 밀접한 서비스들이다.


알리페이 내 각종 생활 O2O 기능들


알리바바 알리페이의 무한 발전


2004년에 알리페이가 출시되고, 2005년부터 알리페이의 인터페이스를 개방하면서 다른 여타 전자상거래의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는 PC 결제에서 모바일 결제로 확장했다. 2010년에 온라인 결제에서 QR코드를 매개체로 한 오프라인 결제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중국 내 수많은 기업, 가맹점, 개인으로까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게 확장되었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마윈은 전자상거래를 발전시켜 파편화된 중국 유통시장을 하나로 합쳤고 14억 인구의 결제 수단까지 사실 상 통일을 해버렸다. (2014~15년 경에는 알리페이 모바일 결제 점유율이 80%를 상회했으나, 근 몇 년 간 후발 주자인 위챗 페이가 점유율을 많이 뺏어서 2020년에는 현재 50% 약간 넘는 수준)


결제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보안과 결제 방식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2017년 안면인식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2018년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국제 송금을 실현했다. 그리고 클라우드와 에지(Edge) 컴퓨팅을 결합해서 분산식 정보처리 센터를 건립하고 AI, 빅데이터 기술 기반의 금융 보안 시스템까지 구축해서 운용 자금, 운용 경력, 운용 기술까지 전 세계 핀테크 선도기업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집에 빳빳한 위안화 새 지폐가 얼마 정도 있는데, 가끔 그 종이 지폐를 만져볼 때 마다가 감회가 새롭다. 왜냐면 이젠 더 이상 전혀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2020년에 다시 중국 선전으로 발령받고 온 이후로 신용카드는 회사 일로 사용한 것뿐이고 현금은 단 1회도 사용하지 않았다. 1년 내내 정말 현금을 단 한 번도 안 썼다.


자외선 형광등 하나면 중국 지폐에 숨은 많은 것을 알 수 있지, 그러나 이제는 다 옛날 일.


예전에 중국에서 100위안짜리 현금 낼 때마다 받아보는 사람이 지폐를 어찌나 만지고 재미고 UV 광선에 비춰보고 각종 조사를 많이 하는지 그 앞에서 조사 결과를 뻘쭘하게 기다려 본 사람은 그 답답함을 알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큐알코드 스캔 후 금액 찍어서 완료 누르면 끝, 혹은 나의 결제 큐알코드를 보여주면 알아서 상대방이 스캔하고 바로 결제 끝이다. 그 결제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중국에선 정말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알리페이의 결제와 관련된 기능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이는 알리페이가 이를 토대로 향후에 만들어나가는 금융 플랫폼에 비교하면 지금까지는 서막 단계에 불과했다.


그들의 발자취를 살펴보기 전에 결론부터 귀띔을 하자면 현재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그룹은 이미 전 세계 최고 자산 가치의 핀테크 기업이다. 그것도 무려 5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상장 추진 중에 있고 만일 상장된다면 역대 최고 금액의 IPO 될 것이라는 데에는 시장의 이견이 없다. 기업 가치는 한화로 2,500억 달러(약 300조 원) 정도로 추산되어, 상장 시 자금조달 목표는 40조 원(350억 달러)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2019년 한 해 사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하고 결제액이 110조 위안(약 1경 8,0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전통적 글로벌 금융그룹인 시티은행이나 HSBC은행 등과 비교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마윈과 중국 정부의 사이를 보면 상장은 커녕 앤트그룹이 존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아무리 앤트그룹이 위기를 겪고 있어도 내가 지금 중국 최고 재벌 걱정할 처지는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8. 알리바바 물류 안하는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