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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May 29. 2021

4. 텐센트 모바일 개척시대: 위챗/웨이신(微信)

모바일, 로맨틱, 성공적


ㅇ 모바일 플랫폼인 위챗(웨이신)으로 대전환


뭐니 뭐니 해도 텐센트의 역대급 전환점은 PC 메신저에서 모바일 메신저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즉, 큐큐(QQ)에서 웨이신(微信, wechat/위챗)으로의 전환이 매우 시의적절했을뿐더러 스무스했다.


텐센트 머릿속엔 그저 '모바일, 로맨틱, 성공적..'


한국의 싸이월드, 네이트온은 같이 'SK'라는 큰 우산 아래 PC 시절 나란히 한국의 SNS와 메신저를 장악하고 있었는데 모바일로의 전환 타이밍을 놓치고 전환 과정 또한 매끄럽지 않아서 둘 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텐센트는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같은 민첩함과 과감함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적시에 출시하고 업그레이드해가면서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 이제는 글로벌 최정상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생각하면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의 무덤행(네이트온은 2021년 현재 공식적으론 아직 살아있다)은 개인적으로 또 국가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한국은 토종 SNS는 없고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미국과 중국 SNS에 점령당한, 쉽게 말해 SNS 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나마 카카오톡과 네이버가 커뮤니케이션 방면에서 카톡(Kakaotalk)과 라인(Line)으로 선방하고 있지만 이 두 기업의 주요 사업 분야를 SNS 영역이라고 칭하기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미국에서 2007년 아이폰을 발매하고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상이 확실히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바람은 중국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쳤다. 중국에서는 초창기에 애플과 삼성 등의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았으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서 보급이 늦었으나 나중엔 자국 브랜드인 샤오미(小米, xiaomi), 화웨이(华为, huawei) 그리고 후발주자인 오포(OPPO), 비보(VIVO) 등의 저렴한 스마트폰들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지 2년 만인 2009년엔 중국 내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가 3억 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상 물정 어두운 차이나모바일(中国移动), 차이나유니콤(中国联通) 등의 국영 통신사에 장악된 통신업계는 여전히 비싼 통화료와 문자메시지 비용을 청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서서히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시 큐큐 메일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던 장샤오롱(张小龙)은 미국의 무료 메신저인 킥(Kik)을 벤치마킹해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자고 마화텅에게 제안한다. 마화텅 역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하고 당시 모바일 인터넷 사업본부의 복수의 팀(당시 2개 팀)에게 모바일 메신저 주문을 맡긴다. 이는 텐센트 특유의 사내 경마제도(竞马)로 자원 중복 투입 걱정 같은 것은 저 멀리 갖다 버리고 무조건 완성도 높은 상품을 개발해서 선보이는 팀이 이기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개발된 상품은 텐센트 내에서 실제로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서 최종 승자가 선발된다. 그렇게 웨이신팀이 사내 경마에서 계속 이겨버리자 텐센트 전 임직원들은 웨이신 베타판을 사용하고 추가 피드백을 제시하여 불과 개발이 시작된 지 2개월인 2011년 2월에 웨이신이 세상이 나오게 된다. 정말 엄청난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웨이신(微信, wechat/위챗)의 탄생


이 당시 웨이신의 경쟁상대는 이미 먼저 출시된 샤오미의 미랴오(米聊)였다. 미랴오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큐큐 시절 쌓았던 수 십 갑자의 메신저 운영 내공을 통째로 끌어올린다. 미랴오에서 이미 하고 있던 인터넷 음성 통화 기능은 물론, 사진 공유 기능, 문자 메시지 대신에 음성을 녹음해서 올리는 기능, 주변의 모르는 이웃 추가하는 기능, 흔들기 기능(흔들어서 동시에 흔든 사람과 연결, 재미용) 등을 차근차근 추가해 나갔다.


이런 여러 가지 잡기 외에 웨이신은 어느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최강의 필살기가 있었으니 바로 아빠, 아니 오빠 찬스인가? 아니, 큐큐(QQ) 찬스였다.


내가 귀엽다고 우습게 봤다가 여럿 골로 갔드래요


웨이신이 막 태어나고 꼬물대면서 이제 막 뒤집기를 할까 말까 한 2011년 경에는 이미 큐큐 메신저 사용자는 10억을 훌쩍 넘은 상태였고, 당시 동시 접속자는 무려 1.4억 명을 돌파했고 2012년엔 동시 접속자 수가 1.7억 명을 돌파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 사후 위연이 배신하여 감히 누가 나를 죽이겠는가 삼창 하다가 제갈량의 밀명을 받은 마대에게 목이 잘렸지만 큐큐는 감히 누가 나를 죽이겠는가를 삼창 아니 삼백창을 해도 아무도 어쩌지 못할 그런 상황이었다. 당시의 큐큐는 싸울 수 있는 상대라기 보단 그저 모두의 경쟁 기피 대상 1호였다.


큐큐가 누군가의 사업 영역에 발 담그기 시작하면 원래 있던 분야의 주도 기업에게는 거의 사망 신고였다. 특히 게임 같은 거 큐큐가 거의 똑같이 베껴서 큐큐 메신저에서 바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풀어버리면 정말 원래 게임 개발기업은 바로 사망각. 그만큼 방대한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는 큐큐는 그야말로 모두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큐큐라는 업계의 최상위 포식자를 뒷배로 둔 아기공룡 웨이신은 호잇 호잇 하고 큐큐 아이디로 웨이신을 로그인을 할 수 있게끔 만들고, 또 호잇 호잇 하면서 큐큐의 친구 목록을 그대로 웨이신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마법을 부렸다. 이건 경쟁자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치트키였던 셈이다. 마치 자전거 경주에 오토바이 타고 나타나서 풀 액셀을 밟고 질주하는 격이었다. 그 결과 웨이신은 매일 10만 명 이상씩 신규 사용자들 끌어모았다.


그게 내 초능력이거든, 호잇




잠깐 샛길로 들자면 한국에서도 네이트온이 피씨 메신저에서 조금만 더 빨리 모바일로 치고 나갔으면 카카오톡은 이미 엄청난 인지도와 사용자 수를 확보해놓은 네이트온을 절대로 이길 수가 없었을 텐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나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허공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네이트온이 모바일 화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 바로 모기업인 SK에서 통신사업을 영위했었다는 데 있다. 최대 메신저인 네이트온을 모바일화하면 휴대폰 SMS 문자 수익이 줄면 얼마나 준다고 버팅기다가 그 좋은 메신저를 홀라당 싹 다 태워먹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참 대단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다들 알다시피 아마존은 원래 종이책의 인터넷 판매로 시작한 회사이므로 전자책 판매를 시작하면 통상적으로 카니발라이제이션(신구 서비스 간의 경합, 자기 시장 잠식)을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종이책 판매를 담당하던 간부를 디지털 전자책 분야로 인사배치를 하고 이렇게 소리쳤다. ‘당신이 이제부터 할 일은 지금까지 해온 사업을 싹 다 말아먹는 일이다. 종이책 파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전부 빼앗을 각오로 몰두해라.’


역시 당시 SK와는 차원이 다른 클래스의 경영 방침이다. 이런 파괴적 혁신이 아마존의 장수 비결이자 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돋움한 비결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게 웨이신은 2012년 3월, 출시 후 1년이 약간 넘은 시점에서 사용자수 1억 명을 돌파했고, 그로부터 고작 반년 만인 같은 해 9월 2억 명을 넘어섰고, 또다시 4개월 만인 2013년 1월에 3억 명을 돌파했다. 갈수록 락인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가입자 증가가 가속도가 붙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로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현재 2021년 기준 웨이신의 사용자는 12억이 넘는다. 중국 내의 핸드폰 보급 수량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웨이신이 없다는 건 중국에서의 생활하지 않는다는 것과 별 다른 뜻이 아니다.


월간 활성 사용자 12억명 위엄.JPG


기존에 10억 명이 넘는 큐큐 메신저를 10년 이상 운영하면서 익힌 기술력, 경험과 내공으로 텐센트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사용자들은 전부 큰 문제없이 시스템으로 수용했다.


이는 남들이 결코 단기간에 쫓아올 수 없는 경쟁력이므로 아까 경쟁자로 예시로 든 샤오미의 미랴오 같은 경우 메신저 운영 미숙으로 인해 동시 접속자 수에 대한 최대 서버 용량 준비 및 관리 실패 등으로 여러 차례 서버가 다운되고 특정 지역에서는 접속 자체가 안 되는 등 운영 상의 헛발질이 계속됐다.


이런 운영상 실수의 연속에 추가로 미랴오는 딱 메신저의 역할만 했었고 웨이신은 메신저를 넘어선 SNS 기능으로 끊임없는 진화를 거듭하였으므로 적자생존의 법칙으로 인해 얼마 가지 않아 샤오미도 자사 메신저인 미랴오의 관 뚜껑을 구슬피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외 알리바바와 기타 몇몇 기업들이 웨이신의 아성을 넘보면서 자사의 메신저 겸 SNS 서비스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아무도 텐센트의 벽을 뚫지 못하고 큐큐와 웨이신은 중국 내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켜버렸다.


중국의 12억 인구와 가장 밀접한 기업이 된 텐센트, 과정은 어려웠으나 결실은 달콤한 것이었다. 웨이신의 무서운 점은 단순히 메신저로 끝난 것이 아니라 거기가 출발점이었다는 것이며 웨이신으로 바탕으로 수많은 기능과 비즈니스를 결합시켜서 슈퍼 울트라 앱으로 발전했다는 데에 있다.


도대체 위챗(웨이신)에 무슨 기능들이 그렇게 특별한가?


다음 편부터 위챗을 슈퍼앱으로 만들어준 핵심기능들을 한 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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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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