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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May 28. 2021

15. 알리바바 허마셴셩 심층분석

정보 제공, 자금 결제, 물류 배송으로 본 허마셴셩

ㅇ 허마셴셩에 대한 심층 분석


앞 서 살펴본 유통의 3요소인


1. 정보

2. 자금

3. 물류


이 3가지 중 허마셴셩은 정보 제공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1. 정보 제공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허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된 혼종이라는 것이다. 비록 다양하고 복잡해 보이지만 일관된 방향성을 띄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인가 싶으면 동네 채소 과일 가게 같기도 하고, 즉석으로 조리 가능한 해산물 음식점(그로서란트)도 겸하고 있고, 해산물 외 다양한 요리 현장 취식 및 외식 배달도 겸하고 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허마셴셩 어플을 통해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왜 이리 이것저것 다 끌어다가 짬뽕식 운영을 하고 있는지 중간에 길을 잃기 쉽다. 달을 보라고 했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면 그렇게 된다. 이 비즈니스 모델들은 일관된 방향성을 띄고 오프라인 고객들 앞에서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허마셴셩 어플을 똑똑히 가리키고 있다.


고갱님들께서 우리 허마셴셩의 오프라인 점포에 오시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혹시라도 바쁘시거나 방문하기 귀찮으시다면 어플을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하셔도 된다고 끊임없는 안심과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여기 선전(深圳)에도 20개 이상의 허마 매장이 있다. 2014년 파견지인 칭다오 근무 당시에는 허마를 가본 적이 없어서 2020년에 선전으로 다시 부임했을 때 허마가 과연 어떤 매장인지 몹시 궁금했다.


深圳市 福田区 华强北 쪽 허마셴셩,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었음


그런데 막상 실제로 가보니 기존 신선제품을 취급하는 슈퍼마켓과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해산물 수조에 다양한 어패류와 킹크랩, 랍스터, 새우 등 갑각류가 아주 싱싱하게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고 바로 근처에 바로 해산물을 잡아서 소액의 조리비를 받고 즉석으로 잡아서 요리를 해주는 카운터, 조리실과 별도의 식사 장소가 있었다.


원하는 것을 즉석에서 조리 및 취식 가능

 

한국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수조에서 활어를 바로 건져다가 즉석에서 회 쳐주고 매운탕 끓여주는 바로 그 시스템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해산물의 가격이 모두 LCD로 표기되어 재래시장에서처럼 피곤한 가격 흥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 허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초심자도 매장에 오자마자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큰 특징은 바로 현장에서 직접 고른 해산물로 즉석조리 및 식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그로서리(grocery, 식료품)와 레스토랑(restaurant, 식당)이 결합된 매장이라는 그로서란트(grocerant)가 그리 낯선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정육 식당도 그로서란트라고 할 수 있고 고급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대형 마트에서도 다양한 콘셉트의 그로서란트가 성업 중에 있다.


다만 허마셴셩이 접근법은 다소, 아니

아주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현장 즉석요리를 통해서 고객들에게 허마의 해산물은 가격이 저렴하고, 신선하며, 맛도 좋아서 믿을 만하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며 몸소 느끼게 해 준다. 사실 해산물은 딱히 요리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찌기만 해도 신선하고 살만 실하다면 맛없기도 힘들다. 고객들은 해산물을 직접 골라보고, 요리를 맛보는 체험을 통해서 허마셴셩 점포와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해산물 현장 즉석요리 서비스는 오프라인 점포의 매출 증대라는 단순한 ‘더하기'식의 계산에서 내놓은 서비스가 아니다.


온라인 판매만 진행할 때는 절대로 쉽게 얻을  없는 고객의 체험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 충족시켜서 향후 매장에 오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있게끔 하는 만드는 ‘곱하기식의 계산법으로 도출된 서비스다.


허마가 그로서란트 운영을 통해서 얻는 직접적인 매출액 증대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점포마다 다르긴 하지만 식사 장소(Dining Area)를 해산물 코너의 수조가 보이는 곳으로 배치해 놓아서 직접 해산물을 고르는 고객 외에 온라인으로 들어온 해산물 주문을 정해진 시간 내로 배송하기 위해 집화 담당 직원이 부지런히 물고기나 조개 등을 건져서 포장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고객 입장에선 자신처럼 직접 방문해서 먹는 사람 말고도 해산물을 실제로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강력한 확신도 갖게 한다눈에 보이는  무슨 수로  믿겠는가?


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고객을 향후 잠재적인 온라인 고객으로 만든다. 이게 다 허마셴셩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의 일환 일 뿐이다.


이런 큰 그림에도 불구하고 허마에서는 표준화시키기 어려운 신선제품의 특성을 감안하여 고객은 무조건, 무이유 반품이 가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상품을 받아보자마자 배송원에게 바로 반품도 가능하다. 고객들이 신선제품에 대한 온라인 주문에 대한 우려, 거부감과 위험성을 줄여서 더 많은 온라인 주문을 유도한다. 물론 이는 신선제품 품질 관리의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것이 허마가 굳이 슈퍼마켓에다가 어렵사리 음식점 결합해서 같이 오픈한 이유다. 참고로 2015년에 허마셴셩 오픈을 위한 영업집조(사업자등록) 신청 과정에서 중국에선 한 번도 슈퍼마켓과 결합된 음식점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 상하이의 관련 당국에서도 적잖이 당황했으나 결국 나름 파격적으로 음식점과 슈퍼마켓이 융합된 업태를 승인했다고 한다.


그럼 다른 비즈니스 모델들은 왜 그렇게 갖다가 붙여놨을까?


이는 구매 및 이용 빈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그로서란트 모델을 포함해서 각 비즈니스 모델별로 고객이 오프라인 점포에 대략적인 월 최대 방문 가능한 횟수를 생각해보자.


대형 슈퍼마켓에서 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장을 보는 사람이라면 일주일 1번, 약 월 4회 이용이 가능하고, 집 근처에 작은 채소 과일 가게에서 조금씩 장을 보는 사람이라면 하루 1번, 약 월 30회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일반 음식점이라면 하루 2끼, 약 월 60회 이용이 가능하며, 외식 배달이라고 치면 아침, 브런치, 점심, 점저, 저녁, 야식 등 한 달에 최대 몇 회 이용 가능할지는 계산이 쉽지 않지만 월 60회보다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 빈도를 높이는 전략은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증대는 물론이고 이용 경험 누적으로 인한 허마셴셩에 대한 친숙함, 신뢰도 향상으로 온라인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허마셴셩의 모든 것은 결국 온라인 구매 유도로 귀결된다. 알리바바의 태생적 전자상거래적 DNA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원래 사람은 잘하는 걸 계속 잘하고 싶어 한다.



2. 자금 결제


이번엔 유통 3요소 중 자금 결제 부분을 허마에서 어떻게 설계했는지 보자.


2016년 상하이에서 오픈한 허마셴셩은 알리바바에서 직접 뛰어든 오프라인 유통 점포라는 것 그 자체도 상당한 이슈를 가져왔지만, 실제 방문 고객들의 황당한 경험으로 또 한 번 큰 이슈를 불러왔다. 무슨 일인고 하니 허마셴셩에서는 고객들의 현금 결제를 거부한 것이다. 단순히 현금 결제만 거부한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도 거부하고 이미 많이 보급된 알리페이, 웨이신 페이조차 받지 않았다.


너의 현금, 신용카드, 웨이신페이, 알리페이 모두 거절한다.


위챗 페이는 경쟁사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알리바바 계열사가 알리페이까지 거부를? 사람들은 알리바바에서 신유통을 하겠다더니 실성을 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허마에서 유일한 결제 방법은 허마셴셩 어플을 통한 모바일 결제였다.


어플을 통해서 결제할 경우 당연히 각종 은행카드, 신용카드, 알리페이 등의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런 제한적인 결제 방식으로 인해서 상하이에서 허마셴셩의 오픈 첫날 5,600명이 고객이 고작 100,000위안(한화 1,700만 원)이 조금 넘는 매출액을 올려주고 돌아갔다.


사람들은 허마의 이런 식의 결제 방식에 대해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예상했겠지만 현금과 각종 오프라인 결제를 막아버린 결정은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허마가 초창기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매출 손실이 상당했으나 아직까지도 이 원칙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마디로 허마셴셩 어플을  까는 고객은 고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매장 설립 초창기에는 별도로 안내 데스크를 만들어서 어플 설치와 결제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어플로 고객들에게 결제를 하라고 습관을 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나이 든 고객들은 어플 사용을 꺼려서 방문율이 초창기는 상당히 낮았다.


그러나 허마셴셩의 제품 품질, 가격, 신뢰도에 대한 평가가 입소문을 타면서 상승하자 자녀들에게 부탁하거나 현장의 회원서비스 센터에서 도움을 받아서 허마 어플에 대한 만반에 준비를 하고 다시 매장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어플 결제도 해보고, 추후에는 주문을 어려워하던 노인들도 온라인 구매에 뛰어들었다.


이보시오 젊은 양반, 나도 허마 APP 좀 깔아주시오!! 도통 뭔지 모르겠어!!



3. 물류 배송


물류 배송 정책 역시 결국은 고객들의 온라인 구매를 최대한 이끌기 위한 또 하나의 재주 부리기라고 볼 수 있다. 허마의 온라인 구매 시 배송 가능 범위는 매장의 반경 3킬로 이내에 있는 주소로서 주문 후 30분 내 배송 완료가 원칙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경 3킬로가 아니라 30분이라는 배송 시간이다.


사람들은 보통 심리적으로 30분 정도가 딱히 원래 일정을 방해받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30분을 넘어선 시간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보통 각자 계획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을 기다리게 하면 대기 시간의 장벽으로 인해서 주문을 꺼릴 수 있다. 집에서 급히 저녁을 준비해야 하거나, 퇴근길에 뭘 해 먹을지 고민하면서 허마에서 온라인 주문으로 식자재 혹은 음식을 손쉽게 시켜먹는 모습이 허마가 그리는 이상적인 그림이다.


이에 따라 허마는 30분 배송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사전에 꼼꼼한 준비를 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30분 중에 10분을 집화, 포장 및 배송 준비로 할애하고, 나머지 20분을 실제 배송에 사용한다. 10분 만에 집화, 포장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주문이 들어오면 구역별 상품집화원이 구매 목록 및 배송 정보 등이 담긴 큐알코드가 달린 보냉팩에 상품을 넣고, 매장의 천장에 걸린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면 자동으로 물류 배송하는 매장 뒤편의 창고로 전달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파란색 하마 옷을 입은 하마 직원이 하마 온라인 주문을 받고 열심히 물건 픽업 중


실제 매장에서 보면 이 집화원들이 엄청 바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포장된 후에 배송원이 20분 내로 배송을 하기 위해 반경 3킬로 이내, 즉 대략 28 제곱 키로의 면적이 도출된 것이다. 그 외에 상기한 대로 신선제품 배송 시 시간이 길어지면 상온에서는 상품이 상할 수 있으므로 20분 내로 도달할 수 있는 범위까지만 배송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콜드체인 구축은 급격한 비용 상승을 가져오기에 처음부터 배제되었다.



ㅇ 기본기는 기본, 더 뛰어난 노력


허마셴셩의 슈퍼마켓으로서 기본적인 역량은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직접 소싱해서 품질과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던지, 각종 인증을 받은 업체로부터 고기를 공급받아서 안정성을 보장한다던지, 자체 브랜드를 통해서 고품질의 신선제품을 고객들에게 어필한다던지, 제품 QR코드를 찍으면 제품의 상세정보 확인이 된다는 등의 일들은 사실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기본적인 역량이 되어버렸다.


다만 허마가 신유통이라는 이름 하에 온오프라인을 통합이라는 쇼핑 경험을 이끌어내는 기저에는 알리바바가 지원하는 IT 관련 기술들이 있다.


허마는 공급망, 물류, 상품, 회원 시스템 등을 디지털화해서 실시간으로 관리 중이며 타오바오나 티몰 등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등에 관한 빅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 중에 있다.


수집 및 분석된 데이터는 유통 체인 시스템 효율화에 반영되며, 향후 맞춤형 고객 서비스로 제공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요일별로 각종 품목들의 온오프라인 판매량 예측이 가능해져서 효율적인 제품 준비 및 재고 관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만 가능했던 심층 고객 분석이 드디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어느 정도 실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전자상거래에서의 고객 분석이란 것은 고객 정보(성별, 나이, 주소 등)는 기본이고 해당 고객의 품목별 유입량(방문 횟수), 구매전환율, 객단가, 재구매율 등의 정보를 포함하며 평균 접속 시각, 방문 후 머문 시간, 특정 상품에 대한 클릭 횟수, 마우스 커서가 멈춰 있던 시간, 검색 키워드, 장바구니에 담았던 제품, 작성한 구매 후기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부분까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전부 분석 대상이 된다. 분석 후에 나온 실시간으로 나오는 결론은 공급망 관리, 물류, 상품, 고객, 마케팅, 홍보, 재고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반영된다.


오프라인 점포들도 이런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수행 가능한 고객 분석을 몹시 부러워하고 똑같이 따라 하고 싶었지만 여러 기술적인 문제로 실현을 하지 못 하고 있었는데 허마셴셩이 이 문제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갖고 있는 장점의 결합이라는 모범 답안을 제시한 셈이다.


모범 답안이 나왔으니 당연히 베끼기가 성행할 수밖에 없었다.


허마셴셩의 성공 후 수많은 슈퍼마켓을 비롯한 유통업계에서 허마의 모델을 가져다가 적용했으나 망하는 곳이 속출했다. 본질을 파악하고 창의적으로 베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만 베끼다가 보니 ‘로뎅'이 ‘오뎅'이 되고, 결국 ‘덴부라'가 정답인 줄 알고 답안을 제출한 셈이다.


카피캣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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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8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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