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만으론 여전히 배가 고프다.
알리바바가 허마셴셩을 통해 그동안 전자상거래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신선제품에 대한 공략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이로서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의 영토가 한 단계가 더 업그레이드된 셈이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히딩크 감독 마냥 아임 스틸 헝그리 하시다.
중국 내 지역별 전자상거래 점유율 통계를 보면 동부 지역의 1~2선 도시에서 전자상거래는 이제 많이 보편화되어서 이미 사용할만한 사람들은 많이 진입한 상황이다. 동기 대비 증가율도 그다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추가로 공략해야 하는 대상은 중국 중부, 동북, 서부 지역이며, 그중에서도 각 지역마다 모세 혈관처럼 뻗어있는 소규모 매점상들을 공략하기로 한다.
한국에서도 지난 10년 간 전자상거래가 급속도로 발전 및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상황이 다 좋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편의점 시장만큼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1년 시장 규모 10조 원, 전국 편의점 수는 21,000여 개에서 10년 만인 2020년에는 시장 규모 25조 원을 상회하고, 편의점 수도 44,000여 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성장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단 하나만 꼽자면 전국에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편의점은 소비자와 가깝기 때문이다. 가까우면 즉각성이 높아진다. 즉, 가까운 게 경쟁력 그 자체다.
집에서 밥 먹고 나서 갑자기 간절히 콜라 한 잔이 너무 마시고 싶은데 쿠팡으로 로켓 배송을 할까 아니면 당장 집 앞 편의점 달려가서 한 캔 땡기고 바로 벌컥벌컥 마실까?
편의점 콜라 가격이 약간 비싸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예시로 전자상거래 시대임에도 편의점이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설명이 가능하다.
중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중국에도 각 지역마다 구석구석 소규모 매점(소위 말하는 동네 마트, 구멍가게로 이해하면 편하다)이 운영되고 있고 주로 담배, 음료, 술, 잡지, 빙과류, 스낵류와 간장, 소금, 식초 등의 유통기한이 긴 식자재 등을 주로 판매한다.
그런데 이렇게 길거리에서 간이 부스로 운영되거나, 상가 한 켠 귀퉁이에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이런 매점들은 소비자들과 가깝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프랜차이즈 편의점, 대형마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게 계속 동네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고객들과의 가깝다는 장점은 세븐일레븐이나 패밀리마트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에게 밀렸다. 중국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전국에 많으면 10,000 개 이상에 달한 정도로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어서 매대 진열, 매장관리, 공급망, 품질관리가 일괄적으로 잘 이뤄진다.
또한 공급 가능 상품 종류도 수 천 가지가 되어서 소규모 매점이랑은 게임이 안된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는 소규모 매점에서 살 수 있는 모든 것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가격적인 면과 선택 가능한 품목에 있어서 소규모 매점은 대형 슈퍼마켓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링셔우통(零售通)이라는 원스톱 플랫폼으로 이런 소규모 매점들의 구매, 물류, 마케팅을 지원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참고로 텐마오 샤오디엔 [天猫小店]은 링셔우통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의 소규모 매점을 아예 간판을 텐마오샤오디엔으로 새롭게 달고 내부 인테리어 및 매대 배치 등을 전체적으로 완전히 다시 짜는 가맹점 영업 방식이다. 인테리어 비용 등은 점주 부담)
링셔우통 서비스에 가입한 중국 전역의 소규모 매점들은 링셔우통 어플을 통해서 세븐일레븐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편의점보다 더 많은 상품 종류를 싼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어플에 주소를 넣고 대금을 결제하면 알리바바의 차이냐오(菜鸟) 물류 체인망을 활용해서 가게 앞으로 편리하게 배송되었다. 필요할 경우 결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포스기 설치와 모바일 페이 세팅 등도 지원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링셔우통 서비스에 가입을 하면 매장마다 링셔우통 지역 파트너가 배정이 돼서 제품 구매, 매대 진열, 베스트 셀링 제품 추천을 지원한다.
이때 링셔우통 지역 파트너들이 추천해주는 공급 제품과 매대 진열은 최근 링셔우통 플랫폼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거나 가게 반경 1킬로 이내에 있는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에 따라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다. 즉,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타오바오, 티몰 등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배송 주소별로 분석된 빅데이터와 알리페이로 결제된 내역 등으로 정보가 수집 및 분석되어 제공된다.
일부 프랜차이즈 편의점도 이런 맞춤형 서비스 노력을 하지만 저 정도 상세하게 하진 못하며, 또한 제공 가능한 SKU의 한계가 있어서 설사 안다고 해도 배치가 어렵지만 알리바바의 SKU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
예를 들어 이들 가게의 1킬로 반경 내에서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유아 용품의 구매가 많았다면 링셔우통의 지역 파트너는 해당 매점에 분유, 기저귀 등을 매대에 진열할 것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런 추천은 당연히 기존의 가게 주인의 감과 느낌에 따른 상품 주문보다 판매가 빨라서 재고 관리도 용이할뿐더러 자금 회전율이 높아져서 수익성도 개선되었다.
중국 전역에 약 680만 개의 소규모 매점이 분포되어있는데 이미 130만 개 이상의 가게가 링셔우통에 가입했다. 2019년 기준으로 알리바바 공개 정보에 의하면 17 개성, 186개 도시, 총 4,200명의 지역 파트너가 활동 중이라고 한다.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편의점, 전자상거래에 의해 코너로 몰리던 동네 구멍가게들이 알리바바그룹의 도움으로 공급망, 물류, 빅데이터를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의 역시 전자상거래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지역의 소규모 매점을 지원하는 것을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알리바바그룹의 부총재이자 링셔우통사업부 총경리인 린샤오하이(林小海)는 링셔우통의 미래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소규모 매점이 한 달에 1,000명의 고정적 유입량(고객)이 있다고 가정하고, 전국에 600만 개의 이런 가게가 있다면 이들이 거느리고 접촉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이 6억 명이다. 게다가 이들이 주로 어르신, 아이들로서 전자상거래로 끌어오지 못한 고객들이다.
최종적으로 알리바바의 링셔우통 서비스는 모든 동네 구멍가게로 하여금 각 가정의 비상 저장고로 변신하게끔 노력하고 있다.
평소 저장고는 당연히 소비자 집안의 냉장고와 수납함이다. 대형 마트나 전자상거래를 통해서 식자재들을 많이 쌓아두고 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제 때 먹지 못해서 버리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 많은 이들은 그렇게 많은 재고를 집에 쌓아두고 싶어 하진 않는다.
게다가 각 가정의 창고에는 공간적 한계가 있으므로 근처 가까운 곳에 아무 때나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갈 수 있는 창고를 하나 만들어주는 것이 알리바바가 동네 구멍가게를 지원하는 그림이다.
알리바바의 신유통은 이 정도만 봐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