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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Jun 02. 2021

11. 위챗의 절대반지, 미니 프로그램(小程序) #02

중국 국민 메신저의 최강 필살기지만 만능은 아님, 활용법이 관건

위챗의 가장 중요한 기능 확장 중 하나인 미니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어서 살펴보자.




|미니 프로그램 관련 텐센트 VS 애플|


이런 미니 프로그램을 통해서 소비자와 공급자 그리고 위챗(웨이신)이 이득을 보았다면 손해 보는 자가 누구일까?


당연히 기존 앱 마켓을 잡고 흔들면서 엄청난 수수료를 떼 가던 애플과 구글이다. 구글은 현재 중국 비즈니스를 운영 못하고 있으므로 논외로 치고 애플은 텐센트의 자체 앱 마켓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니 프로그램에 강력한 항의 표시를 하고 이를 문제를 삼았다. 그 조치의 일환으로 웨이신에다가 웨이신 페이 기능을 차단하고 애플의 인앱 결제 기능을 적용(그래야 애플이 30% 수수료 먹을 수 있음) 하지 않으면 앱 스토어에서 웨이신을 삭제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체적으로는 웨이신에서 팁 주기(打赏) 기능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위챗 구독형 공식 계정(공중하오)에서 좋은 콘텐츠를 제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사용자(독자)들이 자발적으로 건네는 팁이다. 웨이신 플랫폼이니 당연히 팁의 송금이나 결제는 웨이신 페이로 이뤄졌는데 이를 애플이 막아버린 것이다.


웨이신 공중하오 원 제작자에게 팁 주기 버튼(赞赏)과 팁 줄 수 있는 금액 선택란

 

애플은 미국, 아니 글로벌 IT 업계의 갑 오브 갑, 슈퍼갑 기업이다. 만일 '갑'이라는 상상의 존재가 실물 형태로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애플일 것이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아이폰 출시 이후 엄청난 충성심으로 가득한 고객들을 거느리며 하드웨어 판매와 함께 앱 생태계에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던 애플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여본 적이 없으므로 텐센트에게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저렇게 협박을 가한 것이다.


물론 수수료를 받아서 수익률 향상에도 그 배경이 있겠지만 웨이신 페이와 경쟁하는 모바일 결제 수단인 애플 페이를 염두해 놓은 행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애증의 애플과 텐센트의 관계, (출처: 아주경제)


'하하하', 애플의 이런 위협 앞에서 텐센트는 아마 속으로 웃었을 것이다. 하- 으이가 읍넹?


다른 곳에선 모르겠지만 감히 내 안방에서 나를 도발하다니 뜨거운 맛을 보여주리라. 오히려 텐센트는 아이폰의 위챗앱(앱스토어 버전)을 메신저 기능만 남기고 모든 기능을 삭제해버리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그러자 중국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졸지에 어리둥절, 애플둥절한(?) 반 원시인 상태로 전락해버린다.


갑자기 웨이신의 메시징 서비스 외의 수많은 기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알리페이나 애플 페이 등의 다른 지불 방법 등으로 극복할 수는 있었으나 어쨌거나 불편해진 중국 사용자들은 자국의 웨이신보다는 애플이 과도한 이득을 얻기 위해서 웨이신을 압박한다는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결국 애플은 체면을 구기고 꼬리를 말고 깨갱하며 텐센트와의 협상을 통해 웨이신 페이 기능을 원상 복구하는 평화 협정에 들어갔다. 중국에선 애플 없이 살 수는 있지만 웨이신 없이 살 순 없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똑똑히 목도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천하의 애플도 중국 앞에선 갑의 위치를 유치하기 어려웠다.




|텐센트 스마트 유통의 절대반지|


웨이신 페이의 기초 위에서 미니 프로그램의 탄생과 폭발적인 성장은 유통업계의 C2B식 연결을 향한 또 하나의 큰 발전이었다. 미니 프로그램은 유통상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진정한 통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2016년 초 텐센트 웨이신팀은 구독형 및 서비스형 공식 계정의 기존 기능 외에 어떻게 하면 이 공식 계정을 마치 독립된 어플처럼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쓰고 잊어버리는 콘셉트(Use and Forget)는 사용자들의 디지털 사용 습관에서 힌트를 얻었고 이를 통해 아주 가볍고 편리한 미니 프로그램을 출시한다.


쓰고 그냥 잊어버리고, 쓸 때 또 저를 찾아주세요. 물망초 꽃말인 'Forget me NOT' 과 정반대. 이 정도면 거의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수준.


유통 기업에게는 이 미니 프로그램이 커다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즉, 미니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자사 공식 사이트,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서 기업별 맞춤형 기능 개발, 온오프라인 매장의 직접적 연결을 가능케 만들었다.


미니 프로그램은 단순히 유통 채널로만 역할하는 것이 아니라, 상점과 고객의 직접적인 연결을 지원하여 고객 정보의 디지털화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고객 풀을 운영할 수 있게끔 한다.


지금까지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문제점은 특정 기업이 만약 대리상을 통해서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 운영한다고 했을 때 각 채널의 고객, 데이터, 서비스, 체험 등을 하나로 융합시켜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두 채널(온라인+오프라인)은 어느 정도 서로의 점유율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제로섬 구도이므로 완전한 정보 공유 자체가 어렵다.


두 번째는 온라인 매장은 타오바오, 티몰, 징동 등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1차적으로 가공된 고객 정보를 획득하므로 가공되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고객 정보를 얻기 어려웠으며 더욱이 오프라인 매장은 기본적인 고객 정보의 디지털화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양쪽 채널의 고객 디지털 정보의 통합은 요원한 소망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미니 프로그램이 이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해주었다. 미니 프로그램은 ‘탈중심화'된 상점의 독립된 운영 거점으로서 기업 맞춤형 기능 개발을 지원하고, 민첩한 업그레이드를 통한 지속적인 추가 기능 개발이 가능하다.


거의 모든 중국 사람이 사용하는 웨이신의 온라인 연결 능력과 웨이신 페이, 매장 내 큐알코드 스캔 등으로 오프라인 고객들을 유입을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며 서비스와 매장 내 체험의 상호보완을 이뤄내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허마셴셩이 오프라인 유입 고객을 필사적으로 온라인 유입으로 연결시키려고 하는 행보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탈중심화라는 것은 티몰, 타오바오 등 각종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각 개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고객 정보의 디지털화시켜서 관리하라는 뜻이다. 텐센트는 예전부터 전자상거래에서 알리바바에게 밀리는 상황이므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단점을 우회적 지적하여 위챗 미니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중. 최근에 한국에서도 네이버, 11번가 등의 온라인 오픈 마켓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 외에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자사몰이 뜨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음)


스마트 유통에서 '탈중심화(去中心化)'는 거대 플랫폼에 의지하지 말고 각 기업들이 자기 고객은 스스로 관리하고 소통하자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텐센트는 모든 개별 기업과 상점들이 자신만의 고객 풀(혹은 데이터베이스)을 보유하여 스스로 그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마케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게끔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 웨이신 페이

- 공식 계정

- 미니 프로그램

라는 삼각 편대를 통해서 스마트 유통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의 여러 리서치 기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중국 오프라인 매장 중 대다수가 이미 온라인 채널과 동시에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오프라인 매장의 다른 온라인 채널을 웨이신에서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2020년 기준 84%의 오프라인 매장(线下实体零售)이 온라인 채널(线上渠道)과 결합됨 @ifenxi




|그럼 미니 프로그램이면 만사형통? ㄴㄴ|


이렇게 앱 생태계도 씹어먹을 정도로 위력적이고, 또한 스마트 유통에 필수적인 미니 프로그램만 만들면 중국 시장에서 만사형통인가? 아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모두가 하고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그만큼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미니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위챗에 정식으로 등록해도 또 각종 돈 ㅈㄹ과 다방면의 수고를 투입하지 않으면 결국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미니 프로그램에 대한 망테크는 거의 전부 미니 프로그램의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01

우선 홍보 및 광고가 부족할 경우, 아무도 당신의 미니 프로그램을 찾지 않는다. 이것이 누군가의 미니 프로그램이 망할 수밖에 없는 가장 흔하고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니 프로그램만 만들어놓으면 무조건 주문량이 폭발할 것이라는 맹목적이고 바보 같은 믿음.


남들이 몰라주면 그냥 이름 모를 잡초가 되는 거다. 지금 내가 쓰는 글처럼-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미니 프로그램은 탈중심화의 선봉장이다. 탈중심화라고 하는 것은 중국에선 티몰, 징동 그리고 한국에선 네이버,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에 올라타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포털사이트의 막대한 트래픽의 도움을 '굽신굽신' 받아서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트래픽의 '자주 독립군'으로 알아서 스스로 성장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무런 홍보와 광고 없이 미니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이 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따라서 온오프라인 매장은 미니 프로그램을 노출시킬수 있는 각종 이벤트나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매력 발산(?)으로 고객들을 직접으로 자기가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니, 위챗이 월간 사용자 12억 명인데 왜 내 미니 프로그램에 트래픽이 하나도 없단 말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 12억 명의 사용자들이 당신의 미니 프로그램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간단 말인가?' 알아야 찾아가지.


이보다 완벽한 짤방을 찾는 것은 불가능


위챗 12억 명의 사용자의 트래픽은 거대한 물고기 양식장이라고 할 수 있고, 각 상점들은 어부다. 어부가 물고기를 낚거나 잡으려면 각종 어획 도구와 미끼 그리고 낚시 실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미니 프로그램과 미니 프로그램에 딸린 각종 판촉 기교들이다. 밑밥을 깔고, 낚싯대를 던지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잡아야지 양식장 앞에서 멀뚱거린다고 고기가 낚일 리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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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니 프로그램을 어떻게 접근하는지 몰라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위챗 어플 내에서 미니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경로는 6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들은 'WeChat의 Discover(발견) 검색'탭에서 들어가기, '내 부근의 미니 프로그램'에서 들어가기, 채팅 탭에서 드래그하면 최근 사용 및 즐겨찾기 한 미니 프로그램이 나오고, QR코드 스캔, 위챗 검색 등이다.


이런 접근법을 숙지해야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미니 프로그램을 찾을지 이해하고 접근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접속 경로만 알아서는 안된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이 미니 프로그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는 각종 주문, 깜짝 세일(시간 한정 세일, 물량 한정 세일), 공동 구매 혹은 경품 추천을 통해서 미니 프로그램으로 유도해야 하고, 온라인에서는 위챗을 통해서 개인 및 단체방에 미니 프로그램 링크 공유, 모멘트를 통한 공유 유도가 필요한 것이다.


업종 별로 다르지만 가장 흔한 예시가 중국 식당에 테이블마다 깔려있는 큐알코드다. 이를 통해서 사용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나의 미니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게끔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제품 포장이나 택배 박스 등에 큐알코드를 붙여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테이블에 붙어있는 큐알코드는 모두 미니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을 유도하고자 하는 식당들의 강력한 몸짓이다. 미니 프로그램은 운영자가 스스로 홍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찾지 않아.


03

미니 프로그램 자체의 경쟁력과 콘텐츠가 없으면 또 말짱 황이다. 앞서 이야기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서 고객들을 내 미니 프로그램으로 모아도 정작 미니 프로그램이 너무 후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선 첫인상을 결정하는 미니 프로그램 첫 페이지나 화면 구성이 너무 촌스럽고 보기 좋지 않거나 없어 보이면 고객들은 또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고 미니 프로그램에서 뭔가 깜짝 세일, 특별 감사전 등의 판촉 활동이 없거나 고객들을 유혹할만한 것들이 없으면 고객들은 점차 발걸음이 뜸해진다.


또한 미니 프로그램을 딱 한 번 사용하고 자주 사용할 유인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즉, 어렵게 고객들을 각종 이벤트를 통해서 모았지만 그 반짝 이벤트 외에 추가적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2차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해당 고객들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미니 프로그램은 위챗 내의 너무 방대한 분야의 도구이자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서 이를 전부 다 다루기 위해선 책 한 권으로도 모자를 것 같다. 실제로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의 제작, 운영, 마케팅/판촉, 활용법 관련 서적만 해도 중국 현지 서점 내에는 여러 권이 있다. 따라서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지어야 진도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을 내려 보자면 미니 프로그램은 아주 훌륭한 스마트 유통 도구이기는 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기업의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다방면의 갖은 노력에 달려있다. 세상에 참 쉬운 것이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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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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