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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Jul 04. 2021

2. 화웨이(华为)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늦깎이 창업자, 인생은 43세부터..

먼저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본다.


|런정페이의 43세 이전의 삶|


런정페이는 1944년생으로 구이저우(贵州) 출신이다. 교사였던 런정페이의 아버지는 국공내전 시에 국민당 정부 쪽에서 일했던 전력으로 반동분자로 찍혀서 문화대혁명 시절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이는 런정페이가 충칭토목공학 대학교 3학년 때 일이었고 문혁 기간 동안 집안 식구 전체가 갖은 박해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는 통신, 컴퓨터 관련 서적을 놓지 않고, 영어도 독학으로 공부를 이어갔다. 대학 졸업 후 인민해방군에 통신병으로 입대해서 근무하게 된다. 통신병으로 근무하던 당시 전국 군 과학기술 대회에 참가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올렸다.


1984년 런정페이 군 복무 시절


그러나 군 복무 중에도 과거 반동분자 연좌제로 인해 늘 승진, 포상 등에서 제외되었고 공산당 입당도 계속 거절당한다. 그러다가 1984년 군 감축 정책으로 제대하고 사회로 나오게 되며 선전남유집단(深圳南油集团)의 작은 전자회사에 입사한다. 장기간 군대에 통신병으로 기술 분야에 종사했으므로 제대 후 당시 중국의 시장 경제에 대해서 거의 무지했다.


그런 경험 부족으로 인해 회사 재직 도중 돈을 먼저 건네고 구매한 텔레비전을 받지 못하는, 무려 200만 위안이 넘는 사기를 당한다. 1980년대 초에 그 정도 금액은 거의 천문학적인 숫자였고 런정페이는 이를 회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헛수고였다. 사기 금액을 회수하기 전까지 급여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보증 각서도 제출했으나 회사에서는 결국 런정페이를 내쫓아버린다.


이렇게 불혹이 넘긴 런정페이는 회사에서 잘리고 아내와는 이혼하고 위에는 부양이 필요한 부모님, 밑에는 키워야 할 아들 딸을 데리고 있는 미래가 까마득한 상황에 처한다.


(참고로 런정페이와 첫 부인 사이에서 난 딸이 최근 화웨이가 미국의 대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어 전자발찌 차고 다니던 화웨이 CFO 멍완저우/孟晚舟/이며, 당시 엄마 쪽의 배경이 좋아서 엄마성을 따랐다고 한다. 런정페이가 반동 분야 연좌제에 걸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처가의 도움 덕분이라는 설도 있다.)


캐나다에서 체포됐던 런정페이 딸 멍완저우의 전자발찌 착용샷, 그리고 화웨이 일지 @서울신문


1987년 당시 개혁개방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선전에서는 민영 하이테크 기업 설립을 촉진하기 위한 18호 문건을 발표했다. 그 문건은 기업 설립 시에 5명의 주주와 2만 위안의 자본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직 먹고사는 생존을 위해서 런정페이는 중국 우전부 소속 정보통신연구소의 연구원 5명과 2만 위안의 자본금으로 화웨이를 설립하고 마침내 독자적인 사업을 시작한다. 즉, 당시 선전에서 요구한 기업 조건에 간신히 맞춘 것이다.


그것이 그의 나이가 불혹을 한참 넘긴 43세 시절이었다. 이미 중국 내에서 런정페이의 인지도는 한국에서의 현대 정주영, 삼성 이병철 등 기업인 못지않게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명성과 함께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창업하기엔 상당히 늦은 시기인 43세에 화웨이를 출범시켰다는 것이다.


뭔가 약간 억울해 보이는 런정페이


중국 더우인(抖音, 틱톡, TIKTOK)에 남녀 간의 연애관에 관해 다루는 숏클립 영상이 많다. 대부분 재미를 위한 시간 때우기용으로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숏클립인데 그중 이런 내용이 있다.


‘(중국) 여인들이여,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 18세와 남자와 연애를 할 순 있지만 그가 28세가 될 때까지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라면 최대한 빨리 이 남자와 헤어지는 게 좋다.’ 이런 내용에 바로 뒤에 늦깎이로 창업한 중국 내 유명 기업인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저 문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여기서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창업자가 바로 화웨이의 런정페이와 40세에 창업한 롄샹(联想, 레노버)의 류촨즈(柳传志) 등이다. 게다가 알리바바의 마윈도 28세 시절에는 쥐뿔도 없는 개털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28세에 남자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은 때려치우는 게 좋다(?)는 식으로 마무리가 된다.



실제로 위에서 살펴본 대로 런정페이는 43세 전까지 딱히 대단해 보이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화웨이가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기업 설립 초창기에는 기술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회사이기도 했다.




화웨이에 큰 영향을 미친 런정페이 특징


01 

위기의식


뛰어난 경영자의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늘 위기를 의식하는 것인데, 런정페이도 예외는 아니고 늘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넣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런정페이는 위기를 자각하는 사람만 살아남는다(唯有惶者才能生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삼성의 이건희가 자식과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위기 의식이 화웨이로 하여금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혁신에 대한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뒤늦게 화웨이에 합류하는 새로운 직원들을 독려하고 기존의 나태해진 직원들을 솎아내고 위기의식을 공유코자 스스로를 포함한 몇 년차 이상의 모든 직원의 사표를 전부 다 받고, 당시 기준의 화웨이 입사 기준에 적합한 사람들만 재입사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런정페이는 원래 화웨이 사원번호 1번이었는데, 재입사 후 3,000번 대의 사원번호를 다시 받은 바 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을 과감하게 척척 진행시킨다.


02

근검절약과 소박함


워낙 오래도록 별 볼일 없이 살았던 경험과 저 밑바닥부터 삶의 온갖 어려움을 겪어서 글로벌 대기업의 총수치고는 매우 소탈하고 근검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있다. 출장 다닐 때도 기세 등등하게 여러 수행원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을 뿐더러 수행 기사나 택시도 아니고 심지어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것도 목격이 된다. 물론 화웨이의 최고경영자로서 안전 및 보안이 중요한데 이런 모습은 당연히 연출이 섞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런정페이의 성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아무리 연출이 섞인 쇼라고 해도 알리바바 마윈, 텐센트 마화텅을 비롯한 각종 중국 빅샷들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경우는 내 기억엔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한국에서도 재벌 총수들의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 소탈한 모습을 종종 보여주기도 하는데 '지하철 탑승'이나 '택시 대기 줄서기' 같은건 거의 본 적이 없다. 정치인들이나 선거철에 재래시장 오뎅 먹기쇼 정도나 보여주면 모를까.


매일 여기서 직원 식당에서 다 같이 밥 먹는다면 직원들이 사진 찍고 난리 나진 않았겠지


03

분배 정신


알리바바 마윈, 텐센트 마화텅, 핀둬둬 황정, 바이트댄스 장이밍 등 여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총수와 달리 런정페이의 화웨이에 대한 지분은 정말 보잘것없다. 런정페이가 화웨이를 창업했지만 오히려 지분은 고작 해야 1% 정도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즉, 나머지 98% 내외의 지분은 전부 직원들에게 나눠 준 것이다. 이를 통해서 화웨이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지분 하나 없이 주인 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사장들의 공허한 메아리가 얼마나 쓸데없는 소음공해인지 알 수 있다. 


04

낙관주의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孟晚舟)가 캐나다에서 체포 당하고 기자가 런정페이를 인터뷰했다. 당신도 같이 딸과 함께 잡혔으면 어쩔뻔했는지? 런정페이는 웃으면서 


그럼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지금까지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미국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고 미국이 어떻게 이토록 발전했는지 공부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겠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너무 순조롭게 자라서 어느 정도 고난을 겪는 것은 좋은 일이다. 비바람을 겪지 않고 자라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


자기 자식이 겪는 고난에 있어서도 이토록 긍정적인 시각을 갖기란 쉽지 않지만 그 어려운걸 해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미국 트럼프 정부에 반도체 수출 금지를 비록한 각종 제재를 받고서 스마트폰을 필두로한 컨슈머사업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을때도 역시 긍정적인 마인드를 잊지 않았다. 


트럼프가 화웨이를 전 세계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어서 너무 고마운 일이다. 트럼프가 아니었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화웨이가 이토록 뛰어난 기업이고 미국이 경계해야 할 기업인지 몰랐을 것이다.


대기업 CEO의 발언은 항상 행간을 읽어야 하므로 기업 내부 결집과 대외적인 문제없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지만 화웨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스마트폰이 고사위기에 처해서 모두가 곧 화웨이가 망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을 때 이런 발언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런정페이의 뜨거운 애국정신이라던지 몇 가지 다소 오글거리는 칭찬들이 화웨이를 치켜세울때 나오곤 하는데 그런 건 일단 패스. 런정페이가 화웨이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은 마지막에 화웨이의 성공요인을 분석할 때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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