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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Mar 03. 2024

엄마 껌딱지 너무 힘든 육아의 굴레

지겹다는 말을 싫어했던 내가 나도 모르게 그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기 전까지는 <지겹다>라는 말을 안 좋아했다. 그리고 그 말을 내뱉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내 앞에서 <지긋지긋하다> <지겹다>라는 말을 많이 했었기에 그 말이 나는 싫었다. 그런데 육아를 하는 어느 날  내 입에서 <지긋지긋하다 지겨워 진짜> 이런 말이 나오고 있었다. 육아라는 게 아이가 예쁘면서도 육아의 현실은 예쁘지만은 않다. 예쁜 날도 많지만 눈물 나게 고되고 힘든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고 싶으면서도 맞벌이를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육아가 너무 고되기 때문이다. 내가 맞벌이를 한다면 남편의 회사 출퇴근을 보면 결국 일과 동시에 등하원 육아까지 내가 해야 될 일들이기에 온전한 정신 상태로 육아와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마 반쯤 미쳐 육아를 하지 않을까 싶다.


주변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너는 맞벌이할 생각 없어?> 솔직하게 나도 일 하고 싶다. 내 일 나도 하고 싶다. 근데 상황이 쉽지 않다. 본인들이 도와줄게 아니라면 나에게 맞벌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쌓이는 설거지들. 밀키트를 사서 해 먹고 배달을 먹는다면 설거지도 없겠지만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고 밥을 하면 기본적으로 나오는 설거지 양이 있다.


매일 같이 새벽에 나가 저녁이 되어 돌아오는 남편이 힘들걸 알기에 평일 설거지는 내가 대부분 하고 있다. 주말만 남편에게 부탁을 하곤 하는데 며칠 전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서 <왜 이렇게 설거지가 많아?>라는 말을 내게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오빠… 나는 이보다 많은 양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해… 이건 많은 것도 아니야 왜 많냐고? 반찬부터 국까지 다 끓이는데 설거지가 어떻게 안 나와>라고 말을 했다. 반찬만 만들어도 재료를 썰고 볶고, 데치고, 무치기만 해도 그릇부터 도마 냄비까지 나온다. 거기에 국을 끓이게 된다면 또 재료를 썰고 냄비에 국을 끓이며 나오는 그릇들이 존재한다. 나는 매일같이 하는 것들을 많다고 하며 힘들어하니 내 입장에서도 서운했다.


요즘 아이는 엄마 껌딱지다. 잘 때는 늘 엄마가 있어야 하고 엄마 아빠가 함께 있으면 괜찮지만 아빠만 있으면 괜찮지 않다. 평일 아이를 하원하고 놀아주다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 양치까지 시키고 아이 옆에 누워 잠까지 재울 때 속에서 나도 모르게 힘들다… 지겹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안다. 아내가 되기를 그리고 엄마가 되기를 선택한 것도 나임을. 그런데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주말까지 아이를 재우러 들어갈 때면 <나도 좀 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든다. 아이도 아빠 옆에서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밤에도 아이를 재우며 잠을 설치는 아이를 토닥여주며 정작 나는 제대로 된 잠을 청하지 못한다. 주말 아침이 되면 또 아침을 해야 하고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선 또다시 <지겹다>라는 말이 나온다.


가끔은 주말 아침 아이랑 놀이터에 나가 놀아줬으면 좋겠다. 나도 주말 아침은 좀 푹 자고 싶다.


평일 등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린다. 집을 청소하고 가계부 정리를 한다. 그 와중에 생활비 아끼겠다고 하는 블로그 체험단. 이제는 모든 게 힘드니 체험단도 쉬고 있다.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는 쳇바퀴 같은 생활이다. 이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하면서 아끼고자 만드는 집밥과 아이의 유아식 가끔은 이렇게 하는 것이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힘든 날들이 있다. 근데 이 힘듦은 남편이 나를 몰라준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나도 아이에게 소리치는 엄마가 되기 싫다. 그런 엄마가 되기 싫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하곤 오늘 샤워를 하며 샤워기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당사자의 삶을 살지 않는 이상 이 힘듦은 절대 모를 것이다. 예전에 나의 엄마가 했던 그 말들이, 엄마가 되어보니 이해가 간다. 아마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가 되고 육아를 해보니 고되고 어려운 부분이 예쁜 부분보다 많다. 그러나 그 예쁨 하나로 견디는 것이 육아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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