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던 나와 마주하기
나를 알아주는 일, 그것이 내가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오늘 나에게 있던 일 중, 올라온 감정은 <나는 보호받지 못했다>, <공격당할까 봐 두렵다>라는 감정이다.
공격당할까 봐 두려웠고, 그때는 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나를 보호해 주는 어른들은 없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서러운 일이 있어도, 억울한 일이 있어도, 슬픈 일이 있어도, 나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그런 나에게 회피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엄마의 손길이 한없이 필요할 때, 엄마는 이 세상에 없었다. 힘겨웠던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한 그 나이에, 아빠 또한 내 곁에 있지 않았다.
공격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나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준다는 생각을 해봤던 적이 없기에 나 스스로 내가 견뎌야 한다, 공격당하면 같이 공격하든 막아야 하든 피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두려웠고 무서웠다. 그때 내 곁에 엄마 아빠가 존재로서 만이라도 든든하게 지켜주길 바랐던 어린 나였다.
힘든 것은 늘 견뎌야 했고 힘든 일이 계속되다 보니 내게 닥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이까짓 것쯤이야,,,라고 하며 씩씩한 척했지만, 사실 나는 두려움에 몸을 웅크리고 미친 듯이 떨고 있는 작고 어린아이였다.
아직도 내 안에 이 아이가 떨고 있다. <무서워요, 두려워요, 세상이 날 공격할 것 같아요, 세상은 무서운 곳 같아요, 나는 혼자예요, 또 누가 나를 버릴까 봐 두려워요, 나는 혼자가 너무 두려워요>라고 말하며 말이다.
어쩌면 남편에게 내 안에 있는 이 아이를 보호해 달라고 외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 안에서 어린아이가 살 것인데 말이다.
어린 내가 지킴 받지 못했던 그 마음을 남편에게 <오빠는 내 남편이니까 날 보호해 주는 게 마땅해, 왜 나를 보호해 주지 않아?> 이렇게 외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절대 남편에게서 그리고 남에게 받을 수 없는 감정이다. 이것은 내 안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내가 인정해 주어야 할 뿐이다.
그런 나를 보기 싫어서 <난 씩씩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그 감정을 안 보기 위해 꾹꾹 저 밑으로 눌러버렸다.
누른다고 해서 안 올라올 감정이 아닌데 말이다.
정서적으로 그 누구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았던 어린 날들, 그걸 느끼지 않기 위해 더 유능해지려 했고, 무언가 더 잘하려고 했다. 그래야만 내가 강해 보이니까, 남들이 날 무시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을 테니까 하며 말이다.
그런 날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은 친구도 아닌, 남편도 아닌, 그냥 지금의 나다.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다. 겉에서 아무리 바라봤자 나 자신이 몰라주면 그만인 것을.
몰랐으니 계속 외부에서 찾고 덮고 강한척했던 나였다는 것을.
그런 나 또한 내가 안아주면 된다는 것을.
오늘 올라온 감정으로 내 안의 나를 내가 안아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