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나를 마주하는 연습
날것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봐야 하기에,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내 모습을 봐야 하기에.
거기엔 아주 지질한 나도 있고, 아주 못된 나도 있고, 무능력한 나도 있다.
날것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몇 년 전 심리 상담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하는 사항을 먼저 알려주었는데 그것은 감정이 폭발적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심리 상담을 받으면 바로 좋아진다 생각하지만 왜, 최소 4회기부터 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만큼 내 감정이 올라오고 그 무시하고 살았던 감정들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심리 상담이 아니더라도, 그냥 내 감정을 마주한다.
두려움이 올라오면 <이 두려움은 뭐지?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할 것 같은, 내 가족을 괴롭히면 어쩌나 하는 이 두려움은 뭐지?> 하며 파고 판다.
파고 판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감정에 대해 파고 판다. 무능력함 무기력이 올라오면, 왜 나는 이것을 온전히 느끼는 것을 힘들어할까 생각해 본다.
무언가를 해야만 인정받았던 삶이 익숙했기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나는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물러 있었다. 내 마음속 깊숙이 말이다.
금전적인 부분 또한 나에게 그러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자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방어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그렇게 수단으로써만 이용하려 한다면 언제까지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 한 달은 <받지 못했다, 내 것을 빼앗겼다, 빼앗아 갔다, 바보처럼 주기만 했다>라는 감정들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굉장히 괴로웠고 힘들었고,,, 지쳤었다.
그리고 지금은, 신기하게도 조금은 편안하다. 마음이 잔잔해졌다. 파도가 친 뒤에 바람이 잔잔해지고 파도의 물결도 살랑살랑 치는 것 같이 말이다.
참 신기한 현상이다. 내 마음이 직접 겪고 있는 것이니… 신기할 수밖에.
좋고 싫음에서 난 저 사람과 달라!라고 생각했던 것이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서 유리천장을 만들어 놓고 절대 저기까지는 못 가라고 만들어놓았던 것도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나를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내가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모습이 무엇인지 내게 물어봐 주는 것, 그런 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내가 지금 내게 하고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