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 손길
난다 씨는 깨끗함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편이다. 그는 가능하면 깨끗한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정리정돈이 기본이다. 정리정돈이 안 된 상태에서의 깨끗함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여도 주변이 더러우면 기준미달이다. 난다 씨는 그래서 집 밖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가 눈을 감고 있지 않는 한 더러움이 수시로 생각 속으로 비집는다. 생각해 보라. 정결하고 깨끗한 생각이 폼을 잡고 있는데 뜬금없이 지저분함이 비집고 들어온다면 기가 찰 노릇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비집는 주변이 내 관할이 아니다. 남의 손, 남의 영역이다. 좋을 턱이 없다. 그래서 집이다.다음의 이 말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불 밖은 위험해"
난다 씨의 결벽에 가까운 강박증은 아직은 어린 두 딸들에게도 전이되고도 남았다. 연년생으로 자라고 있는 두 딸들은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갔다. 두 딸내미가 유치원의 바닥을 거니는 방법이 화제다. 두 딸은 연방 까치발 보법을 자랑했다. 그나마 실내화를 신고 나면 괜찮지만 맨발, 양말 신은 발이면 어김없는 까치발이다. 유치원 선생님이 동영상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렸다. 깨끗함을 추구하는 딸들의 행보는 다행히 밉상은 아니었고 학부모들의 성원(?)에 힘입어 따블과 따따블 하트를 장착한 귀요미로 등극하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는 법이었다. 딸들은 역시 집에서도 킬각이다. 난다 씨의 시선 안에서 허용되는 깔끔함이 그녀들의 기준이다 보니 당연하다.
난다 씨의 퇴근시간이 늦어졌다. 오늘 하필 작업현장에서 라인이 멈추었다. 난다 씨의 손길이 필요했다. 장비의 깊숙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비집고 들어가서 기를 쓰며 수리를 완료했다. 기름이 작업복을 먹었다. 그토록 청결을 강조하지만 일 때문에 더러워진 부분은 쉽게 제거하기 어렵다. 일을 마치고 현장의 샤워실을 두드렸으나 시간이 늦은 관계로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겨우 작업복대신
평상복으로 환복을 완료하고 집으로 향했다.
난다 씨를 환영하는 식구들의 시선이 따갑다. 땀범벅이 된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던 두 딸들이 반가움 반 놀라움 반으로
웃어준다.
"아빠! 오늘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어 회사일이 바빠서 그랬지~"
"아빠! 아빠작업복 엄마가 저쪽으로 가져갔어"
"아빠 가방은 이리 주세용"
난다 씨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식탁에 앉았다. 아내가 준비해 준 시원한 맥주와 땅콩을 들이키다가 공용화장실에
들락날락하는 두 딸들을 살펴본다.
"두 공주님들은 뭘 하시나요?"
맥주잔을 들고 화장실 안을 살펴보던 난다 씨가 놀랬다.
우리의 깔끔쟁이 두 공주님들이 아빠의 가방을 받아 들고는
기름범벅이 된 노트북과 패드를 꺼내서 욕조에 담그고
무려 거품세척을 감행한 것이었다.
"흐미.. 이를 어쩔?"
성이 신가요 이름이 난다 씨 <신난다>씨는 오늘 깨끗함을 유지하지 못한 죄(?)로 귀중한 데이터를 세척하고 마는
별로 <신나지 못한> 하루를 접는 순간을 맞이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