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때문에
장조아 씨는 올해로 만 49세다. 여차하면 오십 줄에 들어선다는 결혼 위기설의 한가운데에 떡하니 놓여있다. 조아 씨 그가 이제 코 앞에 인생길의 또 다른 관문 명절을 앞두고 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조아 씨의 명절에는 대비해야 할 방어막이 다수 존재한다. 명절이라고 부모님을 찾아뵐라치면 화살로 날아오는 적잖은 물음표에 스크레치가 그어지며 상처를 끌어안아야만 한다. 한숨을 내쉬는 조아 씨의 심장의 크기가 비대해졌다.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아들의 근황이 궁금해 미치겠다는 엄마를 뿌리칠 수가 없다. 이번 명절에는 주고받을 걱정거리가 잠시 휴전에 돌입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귀경길에 오른다.
"엄마! 나 집에 가긴 가는데 우찌 되었든 또 쓸데없는 소리 자꾸 하면 그냥 올라갈끼다"
엄포를 때려놓고는 엄마가 좋아하는 홍시세트를 사가지고
차를 몰았다. 멀기만 하던 귀향길이 쑥 다가왔다.
"엄마 저 왔수! "
버선발은 아니지만 얼굴에 온통 수심을 일궈놓아 골이 늘어난 엄마가 그 주름을 활짝 펼치며 아들을 맞는다.
"엄마! 나 배고파요,밥 줘유"
장시간 운전으로 지친 아들을 위해 영혼의 밥상이 차려졌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엄마! 밖에 누군가 왔나 봐유~"
아무소리가 없다. 수저를 내려놓고 고개를 내밀었다.
"어라? 희수! 니가 몬일로 여길 다 왔냐?"
어찌보면 사실 조아 씨의 첫사랑이었던 희수 씨가 문밖에 서 있었던 거다.
"엄니께서 지를 찾으신다고 해서 온건디유"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엄마는 안 보인다. 조아 씨는 밥상을 뒤로하고 벗어놓았던 옷가지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희수야! 엄니가 잠깐 마실이라도 가셨나 봐"
조아 씨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잠깐 타라! 내하고 커피 한 잔 하러 가자"
분위기 괜찮은 베이커리카페가 눈에 보이길래 차를 세운다.
혼자만의 짝사랑이라서 그랬을까? 주변에서 말도 못 붙여보고 배회만 하다가 놓쳐버린 기억을 소환하며 달디단 케잌을 위장 속으로 구겨 넣는 중이다. 알고 보니 희수 씨도 조아 씨를 좋아했었단다. 여자로서 먼저 말을 꺼내기가 힘이 들었었고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어긋난 사랑으로 변질된 것이라는 사연을 듣고 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래서 지금 결혼은 한겨?"
조아 씨는 아직도 미혼이라는 소리에 희수 씨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도 없이 살다가 이혼을 했단다. 그래서 짐 싸들고 친정집으로 내려와 있다가 친척집 결혼식에서 조아 씨의 엄니를 만나게 되었다는 소식.
"이왕 우리 나온 김에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자"
쭈뼛거리며 말도 못 했던 사이가 오랜 기간을 거치며 오히려 좁혀진 것일까?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은 거칠 것이 없다.
근처에 감자탕집이 보였다.
"니 감자탕 괜찮아? 우리 저거 먹자"
대뜸 감자탕집에서 뼈다귀를 후릴 예정이다.
"자, 감자탕에는 쐬주가 최고지"
조아 씨보다 희수 씨가 갑자기 쐬주잔을 기울인다. 한잔 두 잔 속도가 빨라지더니 희수 씨가 갑자기 테이블에 엎어졌다.
"희수, 희수야! 여기서 이러면 안 되지~"
감자보다 뼈다귀에 붙어있던 살점을 쪽쪽거리며 빨아대던 조아 씨가 입맛을 다시며 일어섰다. 감자탕은 이제 막 절정의
순간으로 이어지는 뽀골뽀골의 비명을 구현하고 있는 중이다.희수냐 감자탕이냐? 선택의 갈림길에서 조아 씨는 희수 씨를 들춰 업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억척스러운 남정네들 하고만 복적거리며 살아왔던 그의 삶 중에 어찌 보면 부드럽기만 한 여인네를 이렇게 몸대몸으로 접촉해 본 적이 있었던가?
물론 자동차의 조수석까지의 짧은 거리까지만 이긴 하였지만. 여튼 조아 씨의 등판 가득 전해진 따뜻한 체온에
내년이면 쉬흔 살 인생도 어쩔 줄 몰라했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잠시잠깐이었다. 그가 뼈다귀에 붙어있는 살점에 정신을 팔고 있던 그 찰나의 순간에 희수 씨가 엎어졌다. 절대 네버 그가 희수 씨를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 것이다. 차를 몰고 가며 쓰러져있는 희수 씨의 상태를 살폈다. 사실 그는 그녀의 집이 어딘지도 모른다.이대로 집으로 들어섰다가는 엄마의 곱지 않은 오해(?)가 끈질기게 따라붙을 수도 있다. 차라리 근처의 모텔에 내려주는 게 나을까? 고민하는데 저 멀리 모텔간판이 보인다. 모텔이다. 다시 그녀를 둘러업고 안내받은 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를 내려놓았다. 갑자기 그녀가 귀여워 보인다. 몸을 추스르며 이불을 덮으려는 순간이다.
"이눔아! 잠을 자려면 방에 들어가서 자야지"
엄마의 호통에 잠에서 깼다. 희수도 사라졌다.
"에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