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콩트 2(38)

깔끔한 지우개

by 최병석

이보다 씨는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슬하에 과년한 딸 둘이 있는데 둘 모 두 혼사가 예정되어 있다. 최근 들어 출산율이 엄청스레 저조하다고 하는데, 다들 결혼조차 기피하려는 모습인데 하나도 아니고 둘 모두 출가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라니 기쁘기 한량없는 일이다. 보다 씨가 그래서 바쁘다. 몸은 하나인데 처리해야 할 일들은 두 배 혹은 세 배이다. 결혼식을 위한 여러 부수적인 일들도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더 중요한 일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남들의 결혼식에 참여하는 일이다. 어차피 결혼식이란 기브 앤 테이크라고 내가 얼마만큼 참여해 주었는지의 여부에 따라오는 손님의 수가 달라지는 양상이 되겠다. 더군다나 보다 씨는 지금 현업에서 은퇴한 연후인지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칫 썰렁한 결혼식이 될 수도 있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보니 요즘의 주말은 거의 매일 결혼식장에 소위 말하는 도장 깨기다. 얼굴도장은 물론이고 축의금도 섭섭지 않게 챙겨줘야 할 일이다. 지인들의 결혼식은 장소가 일정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일 테지만 다니다 보니 홍길동이 따로 없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자, 오늘은 대구에서 결혼식이다. 대구의 결혼식장까지 예상되는 시간은 대략 세 시간 정도 소요가 예상된다고 한다.

모처럼 딸 둘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네 식구가 뭉쳤다. 오늘 결혼식장에 도착하면 네 식구는 모두의 임무에 열중해야 한다. 큰 딸과 둘째 딸은 예식장의 데코라든지 특별히 피로연의 음식맛이 어떤지 체크해 보는 것이다. 아내는 대략

신랑 신부의 어머니들의 동선을 눈여겨보아 둘 일이다. 더하여 결혼식 중의 참고할만한 특이점을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보다 씨의 주요 임무는 전체적인 얼굴마담으로 가능한 한 많은 지인들에게 차기의 결혼에 대한 브리핑을 쏟아내 주는 일인 것이다. 온 식구가 나서서 곧 닥쳐올 두 번의 경사에 호기롭게 대처하는 일이라니 굳은 결의로 집을 나선다. 마악 집을 나서는 순간 막둥이가 제안을 때린다.


"우리 오늘 결혼식이 2시니까 가는 길에 맛집에 들르는 건 어때요?"


사실 시간이 애매하긴 하였다. 일찌감치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밥도 걸렀고 이대로 가다가는 뱃속에서 대합창이 일어날 판이다.


"그렇네! 그럼 한 10시 정도에 들릴만한 맛집이 있어?"


"아빠! 마침 추풍령휴게소부근에 맛집이 있는데 그리로 갈까요?"


모두 다 좋아한다. 의견이 통했으니 1차 목표지점으로 고고씽!


"사장님! 여기 감자탕 4인분이요"


뜬금없이 감자탕이다. 사실 어제저녁에 식구들끼리 한잔씩 했는데 해장을 겸해서 식사까지 하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맛난 음식을 대하는 자세의 올바른 예의란 빈 속이 아니라 살짝 비어있는 위장에 어떤 것이라도 기름칠을 해 주는 것이 국룰이라는 상식이 존재한다. 즉 일보 전진을 위한 반보의 후퇴라고나 할까? 널찍한 냄비 안에서 보글거리는 뼈다귀가 탐스럽다. 오늘부터 뼈다귀의 노랫소리는 <보글거리는 살떨림>으로 정했다. 그 노랫소리가 사라질세라 보다 씨가 큼지막한 뼈다귀를 하나씩 나눠준다. 그리고 그 분배된 뼈다귀의 노랫소리에 심취해 있던 막둥이가 큰 일을 저질렀다.노랫소리를 그저 잠잠히 듣고만 있지 않았고 그만 그 뼈다귀를 보글거리는 냄비 속에 빠트려 버리는 실행력을 냉큼 선보여 버린 것이다.


"으아악! 이게 무어냐?~"


이쁘게 차려입은 결혼식 하객룩에 뼈다귀의 노랫소리가

뽀글거리며 온갖 곳에 다 튀었다. 기쁘냐? 소란스럽다. 듣기 좋았더냐? 당황스럽다. 남아있는 시간들 속에서 뼈다귀의 노랫소리를 깔끔하게 지워내야만 한다. 찾아라! 완벽한 지우개를...


이보다 씨는 결혼식장에 가기도 전에 깔끔한 지우개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녀야 할 판이다.


이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을까? 우얄꼬?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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