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콩트 2(40)

대한 나라 만세

by 최병석

신나라 씨는 이름 때문에 신나는 일이 많았다. 부모님께서 지어주신 귀한 이름 <나라>가 성과 맞물려 아주 신이 나는

<신나라>가 되었으니 그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불림을 당하는 사람도 아니 그 주변에 있는 사람도 모두 다 신나고 신이 나 버렸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모습에는 언제나 신나는 명쾌함과 밝고 쾌활한 성격이 묻어있는 듯하였다. 그녀에게 그늘이 보이거나 우울한 모드가 조금이라도 감지된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라도 벌어졌다는 뜻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나라씨였다. 생각해 보라 어찌 수많은 날들 모두가 신명 나고 좋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럴 수 없음이니 난감하고 또한 힘든 날도 부지기수였다. 부모님께서는 분명 귀한 딸을 이 험한 세상에 내놓으시면서 신나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라는 의미로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을 테지만 살다 보니 정말 신나지 않는 일들이 태반이었다. 그 신나지 않은 일들의 한가운데서 <신나라>라는 이름은 어떨 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고 힐난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였다. 남들은 모두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나 홀로 신나 해야 하는 따가운 고통, 그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신나라 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의 전공은 산업디자인이다.

그녀의 이름에 걸맞은 호쾌한 디자인으로 나름 인정받는 인재 <신나라>씨였다. 그런데 들어가고 싶은 회사마다 활짝 열어줘야 할 대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두터운 철문처럼

열어제끼기 어려웠다. 특히나 최근에는 말만 하면 눈 깜짝할 새 뚝딱 해치우는 AI가 대세인지라 어지간하면 디자이너를 채용할 이유가 없었다. 신나라 씨가 신나지 않은 일에 직면했다. 이력서제출만 벌써 서른두 번째다. 이번에도 합격자발표에 신나는 이름이 없다. 큰일이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커단 나이에 부모님께 면목이 없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서른세 번째 이력서를 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나는 일이 벌어졌다. 삼일절에 그것도 33번째에 기어이 취업을 쟁취하였다. "대한 나라 만세다"

첫 출근이다. 이름에 걸맞게 신나는 발걸음이다. 새로운 환경에 신나는 기운을 불어넣자.


"모두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신나라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


그런데 활기차게 시작한 새직장에서의 생활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왜인지 모를 주변인들의 싸한 눈길들.

알고 보니 공교롭게도 회사 대표님의 이름이 <신묘한>씨다.

즉 <신나라>씨가 회사 대표자와 모종의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썰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난감했다. 그녀가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저 팀장님! 사실 저는 대표님과 아무런 관계도 아닌데 이상한 소문이 나서 속상해요 어떡하죠?"


"그래? 그런 소문이 있어? 희한하네..."


"그거 아주 멋지네! 편하게 즐기며 누리는 건 어때?"


발상의 전환! 아니지만 그렇게 여겨 주니 그렇게 되어보기로 했다.


"네! 그런 걸 어찌 아셨어요? 소식 빠르시네요"


신나라 씨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표님과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친밀한 사이로 변했다. 물론 그 때문에 모든 직원들의 대우는 기대이상이었다. 사실 아무 사이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대표님의 호출이 있다는 연락이다.


"저, 대표님 부르셨는지요? 저.. 그 그게"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그녀에게 대표님이 묻는다.


"신나라 씨! 신나게 지내는 모습 아주 좋아요 근데 혹시 아버님의 함자가 어떻게 되시나요?"


"아, 네? 그 그게 말씀입니다"


여태 즐기며 누렸다는 속죄를 대답할 사이도 없이 대표님께서 쏟아내는 질문에 하나씩 둘씩 대답을 이어가는 중이다.


"혹시 아버님 존함이 <신기한>씨가 아니셔?"


"어.. 아 넵 맞긴 한데요 그 그게"


우째 이런 일이...

알고 보니 대표님과 그녀의 아버지와는 항렬로 짐작컨대 그리 멀지 않은 친척관계에 있었다. 그저 쌩으로 즐기며 누렸던 게 소위 말하는 <뻥>은 아니었었다. 서른세 번째로 쟁취한 취업이 사실은 그야말로 신나는 일의 더하기로 손색이 없는 일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아이고 <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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