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스쿠터
파민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10년째 백수상태인 채로 소위 말하는 <쉼>에서의 굴레를 최근에야 가까스로 벗어버렸다. 그러나 굴레에서 탈출하기에 성공은 했으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였다. 우선 집에서만 버티면 능사였기에 입을만한 옷이라고는 축 늘어진 츄리닝 두어벌이 전부였다. 덧붙이자면 목주변이 늘어난 검정 런닝셔츠정도가 있을까? 암튼 면접을 위해 급히 공수해 온 작은 아재의 조금은 몸에 꽉 끼는 슬림한 정장셋트를 제외하고는 옷이 없다. 게다가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의 직장을 얻기는 했지만 매일같이 버스를 타고 가자니 교통비를 걱정해야 할 판이고 걷자니 은근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창때라 돌을 씹어도 소화가 될 판에 대학졸업하고 10년을 집에서 <쉼>상태로 있다보니 체력저하의 기본이 되어 버렸다. 그러자니 뛰는 건 고사하고 걷기조차 힘이 든다.
'아,이럴 때 스쿠터는 고사하고 자전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파민씨가 쓸만한 자전거 탐색에 들어갔다.이왕이면 전기자전거라면 좋겠지만 워낙 비싼 터라 21단 기어가 장착된 자전거라도 저렴하게 나온 게 있다면 고려의 대상들이다.파민씨의 덩치가 작지 않아서 그래도 튼튼해야 좋다.그런데 매물로 올라온 자전거들은 한결같이 다 약하게 생겼다.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던 그의 눈에 획기적인 찬스가 들어왔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경로도 기억나지 않는데 SNS에 무턱대고 댓글을 달다가 팝업창으로 떠오른 광고 하나!
<전동스쿠터가 단돈5만9천원><무료배송>
파민씨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무료배송? 대리점 가서 찾는걸까?'
일단 가격이 너무 착했다. 사진은 호화롭지는 않지만 심플하니 가볍지 않은 파민씨를 실어 나르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파민씨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팝업광고가 사라지기 전에 주문을 완료했다. 납기도 빠르다. 낼모레면 도착인데 수령일을 파민씨가 집에 있는 쉬는 날 토요일로 정정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띵똥! 침대에 누워 빈둥 대고 있는데 도착알림 메세지가 떴다.오전10시반경 배송이 완료될 예정이란다. 파민씨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감고 옷매무시를 추스렸다. 귀한 스쿠터가 오는데 헝클어진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이제나 저제나 학수고대하며 스쿠터를 기다리고 있는 파민씨!
드디어 초인종소리가 울렸다.동시에 파민씨가 현관문을 열었다.
"<도파민>씨 되시나요? "
"네,그렇습니다만 이 이게 뭐죠?"
'스쿠터는 밖에 있고 박스안에 키가 들어 있는걸까?'
배송기사가 내미는 작은 박스를 열어 보았다.
"어라? 기사님! 제가 시킨게 아닌데요?"
그랬다.분명 파민씨는 전동스쿠터를 주문했다. 그런데 오늘 도착한 건 장난감이다.
"저는 전동스쿠터를 주문했는데요?"
"예? 여기 맞잖아요! 전동스쿠터!"
"어 어 이게 아닌데..."
파민씨가 솟구치던 <도파민>의 분출을 일단 막아버렸다. 등을 보이고 돌아서는 배송기사를 쳐다보며 파민씨가 급하게 주문내역을 찾아보았다.
<전동스쿠터R231><5만9천원><무료배송> 틀림이 없었다.
'엥,근데 왜 이게?'
천천히 들여다 보았다.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한쪽에 조그만 글씨로 리뷰가 달려 있었다.
<정말 실제 스쿠터로 착각할 정도네요,깜빡 속을 뻔 했네요>
결국 찬찬히 뜯어보지 못한 파민씨의 잘못이었다.
성이 도가요 이름이 파민씨 <도파민>씨는 스쿠터를 너무나 타고 싶었던 나머지 실물처럼 생긴 전동스쿠터 장난감의 유혹에 넘어가 말라있던 <도파민>의 솟구침에 흥분,결국 대거 쪼그라 들며 이 말을 되뇌였다.<급할수록 돌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