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바깥은 요란해도
아버지는 어린 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
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가장화려한 사람들은
그화려함으로 외로움을 배우게 된다.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저자 최영미 /출판 해냄 /발매 2024.11.05.
♡시를 들여다 보다가
아버지가 되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특별히 살아계실 때의 아버지가 기억에 없는 자의 아버지는 설 수없는 아버지가 없기에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이럴 때 이렇게 해야 하고 저럴 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교본을 찾을 길이 없어서이다.아버지는 아무것도 안해도 그저 존재자체만으로도 기둥이 된다는 분도 계셨다.그렇다고 했지만 살펴볼 아버지가 없을 때는 암울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아버지의 마음은 각별했다.나도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가 될테고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아주는 아버지일 것인가?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이며 울타리로 우뚝 서 있는 아버지이런가? 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치는 아버지도 될 수 있었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감추며 속으로 흐느낄 줄 알며 가장 외롭게 희생할 줄 아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갖추었을까? 마음을 다 잡는다.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를 물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새겨보련다.
여전히 아버지는 내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계실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