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학사.
내 이름 옆에 그 세 글자가 붙었을 때,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끝냈다는 안도와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긴장이 동시에 밀려왔다.
학위증은 얇았지만,
그 안엔 내 몇 년의 밤이 눌려 있었다.
도면을 그리던 손,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적던 메모,
잠을 미뤄가며 제출했던 과제들.
그 시간들이 하나로 엮여
‘건축공학사’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이건 자격증도, 타이틀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 나는 건축을 배운 사람으로서
공간을 볼 때마다 질문한다.
“이 자리는 누군가의 삶을 품을 수 있을까?”
건축공학사는 그런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든
하나의 언어였다.
건축은 완성보다 과정이 중요하듯
삶도 그렇다.
도면을 그리듯..
나는 나의 삶을 천천히 설계하고 있다.
학위는 끝이 아니라
내가 계속 짓기 위한 허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