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공간은 ‘무엇을 채우느냐’보다
‘무엇을 비워두느냐’로 완성된다는 사실이었다.
도면 위에서 선을 긋는 일보다
선을 멈추는 순간이 더 어렵다.
멈춤은 용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채우는 데 익숙했다.
과제, 계획, 일, 공부.
건축공학 학점은행제 유니와이즈 과정을 시작했을 때도
하루를 빽빽하게 채워야만 안심이 됐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너무 가득 찬 일상 속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조금씩 ‘비움’을 연습했다.
계획을 하루 미루고,
도면의 여백을 남겨두고,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은 잠시 덮었다.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삶의 중심이 또렷해졌다.
건축에서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다.
그건 사람의 숨이 머무는 자리다.
벽과 벽 사이의 거리,
창문을 통과하는 빛의 속도,
그 틈새가 사람의 감정을 쉬게 한다.
건축공학 학점은행제 유니와이즈 수업에서 배운
일본 건축의 비례미가 떠오른다.
완벽함보다 ‘불완전한 여백’이 주는 균형,
그 미묘한 불균형 속에서 오히려 따뜻함이 피어났다.
도면에도, 하루에도,
너무 빽빽하게 그리지 않기로 했다!
비워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멈춰야 흐르는 시간도 있다.
공간이 사람을 품듯,
나도 내 삶의 여백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