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배움을 ‘이루어야 할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까지 왔는지
언제 끝나는지
무엇을 얻었는지보다
그 과정이
내 하루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더 자주 바라본다.
공부는 생각보다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예전엔 배운다는 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집중해서 듣고
정리하고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확인하는 일.
하지만 요즘은
그보다 훨씬 조용한 순간에
배움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장에서 벽을 바라볼 때나
사람의 동선을 상상할 때,
하루의 리듬이 어긋났을 때
그 이유를 구조처럼 풀어보게 될 때.
그때 깨닫는다.
아,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구나.
건축공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정답을 찾는 방식’이었다.
모든 문제엔
하나의 답이 있다고 믿던 시절에서
상황과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다.
이건 도면에서도,
관계에서도,
내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는
나를 더 빨리 가게 만들진 않았지만,
덜 흔들리게는 만들어 주었다.
한동안 나는
배움을 ‘스펙’이나 ‘결과’로만 보려고 했다.
그래야 불안이 줄어들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학점은행제 과정으로
건축공학을 차분히 이어오며
알게 된 게 있다.
배움은
나를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
유니와이즈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가끔은 강의 내용보다
강의 사이의 여백이 더 오래 남았다.
“이건 꼭 지금 다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속도도 충분하다.”
그런 메시지들이
공부를 덜 무겁게 만들었다.
요즘 나는
더 많이 배우려 하기보다
이미 배운 것을
삶에 잘 써먹고 있는지를 묻는다.
오늘의 나에게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게 됐다.
배움도, 삶도
결국은 그렇게
조금씩 스며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아주 대단한 하루를 살진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조금 덜 조급해졌고,
조금은 나 자신에게
관대해졌다.
그 정도면
오늘의 배움은
이미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